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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만들기 힘든 한식의 대역전!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1)] 만들기 힘든 한식의 대역전!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추석 연휴가 끝났다. 명절은 가족끼리 모이는 즐거움의 장이지만, 주부들에게는 명절 공포증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고생의 장이기도 하다. 그 중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을 해 올리는 고생이 으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의 음식은 참으로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리 양념도 많고 다듬고 버무리고, 손이 많이 가는지, 주부들은 하루 세끼 만들고 치우는 데 하루가 다 가버린다. 왜 이럴까? 우선 우리의 음식에는 김치와 된장, 젓갈을 비롯하여 발효음식이 많고, 재료를 오랫동안 익혀서 깊은 맛을 내는 조리법이 많기 때문이다. 오래 삶고 찌고 고고 달이는 음식이 좀 많은가! 중국 음식만 하더라도 대개가 강한 불에 짧은 시간 조리하는 음식들이다. 서양에서도 많은 경우 고기나 생선에다 양념을 얹어 오븐에 넣으면 조리가 끝나는 음식들이 많다. 다음으로 음식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 음식이 전적으로 먹는 사람이 먹기 쉽도록 차려지기 때문이다. 서양 음식의 경우, 요리가 다 익으면 오븐에서 꺼낸 다음 식탁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먹는 사람들은 각자 접시에 덜어서 칼과 포크로 잘라 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고기나 야채 등 모든 재료를 항상 사람이 먹기 좋게, 그것도 사람 입에 들어갈 크기로 다 자르고 손질해 놓아야 한다. 먹는 사람은 젓가락 들고 집어서, 아니면 숟가락으로 떠서 입 안에 넣는 일만 하면 된다. 모든 재료는 식감이 부드럽도록 거친 부분을 제거하고 다듬고 다져 놓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칼과 포크가 필요 없고 젓가락과 숟가락이면 족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서양인들이 칼과 포크를 이용하고 동양인들이 수저를 이용하는 이유를 서양인의 주식이 고기이고 동양인의 주식이 쌀과 채소이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데,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서양인들이 고기뿐 아니라 치즈나 심지어 야채 샐러드까지도...

발행일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