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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K팝의 영어 가사, 이대로 좋을까?

[월간경실련 2024년 1,2월호][전문가칼럼] K팝의 영어 가사, 이대로 좋을까?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최근 K팝에 영어 가사의 비중이 확대되고 한국어 가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음악 시장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루미네이트(Luminate Data Holdings)가 발표한 ‘2023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50여 개국 음원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상위 1만 곡 중에서 가사가 한국어로 된 노래가 전체의 2.4%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2년 3.2%에 비해 0.8% 포인트가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K팝의 음원 소비가 전년도보다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K팝이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가사를 쓰는 경향이 크게 증가했음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정국이 솔로 앨범 '골든'을 내면서 전곡의 가사를 영어로 썼다. 그리고 블랙핑크 멤버인 제니가 솔로곡 ‘유 앤 미’를 내면서 가사를 모두 영어로 한 것이다.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의 비중이 이처럼 낮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일까?   혹자는 기존의 K팝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인해 영·미권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하면서 K팝의 소비자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처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오히려 K팝 팬덤의 지지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잘못된 흐름이라고 하며 우려한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는 노래 시장에서 영어 가사의 비중이 감소하고 지역어 가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이 흐름과도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노래는 음악과 문학의 결합이다. 두 요소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선할까? 아마 음악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사를 모르는 외국의 노래를 듣고 또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이것이 노래를 듣는 데 장애 요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래의 국적을 결정하는 것은 멜로디일까? 물론 중국 노래는 멀리서 들어도 중국 노래 ...

발행일 202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