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거기'의 오락 프로그램!

관리자
발행일 2001.06.11. 조회수 2759
사회

1. 들어가며


각 방송사들은 4월 봄 개편을 맞아 자사의 프로그램들을 대폭 개선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KBS와 MBC는 모두 공영성 강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토론프로 및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을 신설하고 SBS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던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수술을 단행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각 방송사의 쇼․오락 프로그램들은 그간 가학적인 내용과 몇몇 인기 연예인들의 고정된 이미지에 의존하여 불건전하고 독창성 없는 내용들로 시청자들을 소외시키는 면면을 드러내어 많은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 개편에 많은 기대를 걸게 했다.


KBS와 MBC는 공영방송인 만큼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공영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SBS는 스스로 인정할 만큼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어 왔다.


그러나 개편 후 이들 프로그램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제목부터 코너의 구성과 진행방식 그리고 출연자들까지도 방송사나 프로그램간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물의를 빚어 폐지된 프로그램의 코너들이 제목만 바뀐 채 계속 방송되고 있어 개편이 아닌 개악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방송 3사의 오락프로그램들을 분석하여 개편 전후의 내용 변화와 차별성 없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방송을 통한 참신하고 건전한 오락문화의 창출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분석대상 및 분석기간


분석대상 :방송3사 주말저녁 쇼․오락 프로그램
분석기간 : 2001년 5월19일-5월27일


3. 본론


(1) 제목만 바뀌면 개편? - 변함 없는 SBS의 오락 프로그램


앞서 지적했듯이 SBS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수술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편 후 이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폐지된 “쇼! 무한탈출”의 코너들이 제목과 약간의 구성만이 바뀐 채 여전히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사례 1>
“쇼! 무한탈출”의 ‘극적남녀’ → “토요일은 즐거워”의 ‘리얼 러브스토리 남과 여’


‘극적남녀’는 명문대(서울대) 재학중인 남학생과 소위 ‘날나리’라고 일컬어지는 여자와의 교제를 주선, 외적인 조건이나 문화적인 취향이 매우 다른 이들의 극적인(?) 만남을 지켜봄으로써 남녀의 만남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으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대학생이 아닌 여성의 행동이나 말들을 희화시키고 이들의 차이가 단순히 학벌과 같은 외적인 조건에서 비롯되는 쪽으로 몰아가 오히려 왜곡되고 그릇된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얼 러브스토리 남과 여’는 일반인들의 애틋한 사랑 얘기를 진솔하기 담아내는 다큐형식의 코너를 표방하며 시작했는데 ‘누가 퀸카를 쟁취할 것인가’라는 테마로 콧대높은 미모의 여성과 매너 없고 패기만 있는 남성을 내세워 이 남성의 일방적인 구애작전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코너 모두 진행자가 개그맨 김진수 라는 점과 일반인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닌 방송이 주선한 만남이라는 점,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조건은 바뀌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매우 차이가 있는 두 사람에 대한 설정 등이 전혀 변함이 없다. 또한 ‘리얼 러브스토리 남과 여’의 경우 서로 애정도 없이 만나기 시작했는데 남자의 일방적인 구애를 무조건 여자가 받아들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위적이고 왜곡된 남녀관계를 다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례2>
“쇼! 무한탈출”의 ‘출동 학교위문단’ → “토요일은 즐거워”의 ‘무명탈출 대 작전’


이 두 코너는 모두 무명의 개그맨들이 일반인들에게 평가를 받아 무명에서 벗어나 계속 방송을 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내용이다. 단지 ‘출동 학교위문단’의 경우 평가의 주체가 방문한 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200명의 학생 중 150명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은 탈락되어 다음 회에 학교위문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무명탈출 대작전’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300명의 평가단 중 200명의 레드카드를 받으면 탈락되어 이 프로그램의 출연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러나 평가단의 인원수와 신분만이 조금 달라졌을 뿐 기본적인 내용은 전혀 변함이 없다. 물론 인기스타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명개그맨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이들의 합격보다는 탈락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무명 개그맨들의 훈련과정이나 이들의 그간의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보다는 탈락자 앞에서 문이 닫혀 버린다거나(‘출동 학교위문단’) 세트 밑으로 추락(‘무명탈출 대작전’)하는 등의 모습에서 그들의 참담함을 웃음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가학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진심으로 무명탈출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들이 잘 다듬어진 개그를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훈련하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2) 거기서 거기, 그 사람이 이 사람 ??
- 차별성 없는 내용과 인기스타들의 지나친 겹치기 출연


◆ 구성 및 진행방식


이번 분석대상의 프로그램들은 우선 시간구성이 모두 2시간 가량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주말저녁에 차지하고 있다. 또한 3-4명으로 구성된 집단 진행방식 그리고 전체 시간에 비해 코너는 3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들이 구성면에서 보이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웃음거리로 전락한 남녀의 만남


- SBS “토요일은 즐거워”의 ‘리얼 러브스토리 남과 여’와 KBS2 “쇼 여러분의 토요일”의 ‘맞선 임파서블’


진지하고 조심스러워야 할 남녀의 만남도 카메라 앞에서는 그저 재미를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 별로 준수하지 않은 외모의 남성이 미모의 여성과 맺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조건이나 외모가 남녀의 만남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 보여지는 것은 오히려 외모 컴플렉스를 더욱 부각시키거나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식의 왜곡된 남녀관계를 조장하고 있다.


KBS2 ‘맞선 임파서블’은 3인의 남자 개그맨(지상렬, 이혁재, 정준하)들이 매주 15명의 여대생들과 맞선을 보는 내용인데 이 세 명의 연예인 모두 방송에서 수려하지 않은 외모와 조금은 모자란 듯 해 보이는 행동들을 장기(?)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소위 맞선 상대인 15명의 여대생들은 무용학과, 항공운항과, 모델과, 학교 홍보도우미와 같이 외모 면에서 뛰어난 이들로 매주 구성되어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남성들은 오로지 맞선여자들이 중간에 퇴장하지 않고 자신들을 선택해주기만을 바라는데 이러한 설정자체가 외모 컴플렉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 명의 남성들이 여성들을 사로잡기 위해 보여주는 행동들은 진심 어린 모습이기보다는 항상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웃긴 개그맨의 모습 그대로임을 볼 때 오히려 남성들이 커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오히려 맞선여자들이 그들의 미모를 오락프로그램의 눈요기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사례3> KBS2 ‘맞선 임파서블’
․별로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기를 보여주는 시간에 정준하가 엉덩이로 탁구공을 넣어 입으로 빼는 시늉을 하여 혐오감 조성, 여성들 모두 퇴장함.(5월19일 방영분)
․호신술을 배우는 시간에 노골적으로 이혁재가 스킨쉽을 시도,“눈에 초점이 풀리면서 완전히 정신이 나간...”등의 자막과 함께 추한 모습을 부각시킴.(5월26일 방영분)


SBS의 ‘리얼 러브스토리 남과 여’는 애정이 전혀 없이 시작된 만남에서 조금의 호감도 보이지 않는 여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남자의 호의와 구애작전은 애정을 얻기보다는 그저 콧대높은 여자를 꺾어 보겠다는 무지막지한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중립적인 역할을 한다는 진행자(김진수)도 남자의 구애작전을 돕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남자의 지원단 역시 조심스럽게 만남을 유도하기보다는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뒤틀린 남녀관계를 조장하고 있다.


<사례 4> SBS ‘리얼 러브스토리 남과 여’
․여자가 남자에게 안주를 먹여주지 않고 러브샷도 하지 않는다고 지원단이 나무람, 여자가 마지못해 안주를 먹여주자 뿌듯해 하는 남자 --> 강제에 의한 행동을 호감의 표현으로 잘못 받아들임 (5월19일 방영분)
․지원단으로 등장하는 여자친구가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하고 사귀는 게 낫다”라고 말하자 모두 호응 --> 잘못된 사회적 통념의 일반화 (5월19일 방영분)


◆ 스타 신드롬 조장하는 청소년(어린이)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악동클럽’과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


얼마전 한 조사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하고 싶은 직업 1위가 연예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는 역시 화려한 모습이 좋아서라는 것이었는데 영상세대인 이들에게 화면에 비치는 스타의 화려한 모습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으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연령도 청소년들로 하여금 쉽게 스타를 꿈꾸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사에서 판에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 10대 스타들은 재능보다는 이미지에 의존하여 자신의 상품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수명 역시 짧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방송은 오히려 평범한 시청자인 청소년들까지도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어 스타를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를 보여주고 있다.


MBC ‘악동클럽’은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지역예선과 본선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을 H.O.T를 능가하는 스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중이며,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은 13세의 량현, 량하를 연예인으로 만들어낸 박진영이 춤의 신동이라 불리우는 구슬기라는 10세의 여아를 스타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숨어있는 다른 재능을 발굴할 수도 있는 청소년기에 이렇게 한가지 재능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을 어쩌면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너무 일찍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되는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그렇지 못할 때 받게 될 상처를 방송의 공익적인 기능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 기나긴 제작과정, 순식간에 지나가는 완성작


-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스탠바이큐 99초 광고제작’과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육탄도전’


방송의 제작과정은 상당히 힘들고 긴 시간을 요하는 작업인데 비해 화면에 보여지는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두 코너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제작과정의 고충이나 완성도 높은 화면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한 가학적인 행동과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


KBS2 ‘스탠바이큐 99초 광고제작’은 관광한국을 만들기 위한 홍보물을 찍는다는 미명하에 한번의 NG도 허용하지 않고 출연진들을 혹사시킬 뿐만 아니라 같은 장면을 계속 보아야 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역시 지루함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연예인이 아닌 사람을 등장시켜 힘든 역할을 맡김으로써 이제 가학적 행위가 일반인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사례5> KBS2 ‘스탠바이큐 99초 광고제작-테마파크 편’ 5월27일 방영분
․정선희와 이종수가 성공하기까지 17잔의 쥬스를 마셔 회가 거듭될수록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임
․강병규의 매니저가 핑클의 이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볼링공이 되어 4시간동안 갇혀 불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했음 --> 비연예인(예정된 출연자도 아니었음)에게까지 확대된 가학행위


SBS ‘육탄도전’은 액션배우의 기술을 체험하고 교육받은 후 액션드라마를 최종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코너이다. 전문인도 항상 긴장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들을 출연자들이 단시간에 습득, 촬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이러한 설정 역시 출연자들에 대한 가학행위를 주요한 오락적 소재로 이용하는 것 이상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위험성에 대한 ‘경고’나 ‘주의’를 고지하지 않아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모방위험까지 우려된다.


<사례6> SBS ‘클놈의 육탄도전’
․지상렬이 자동차액션에서 180도 스핀턴을 할 때 안전벨트 미착용 --> 안전에 대한 배려 미흡함(5월20일 방영분)
․수중 스턴트에서  제트스키 타고 180도 회전하기 등 가학적이고 초보가 하기에 매우 위험한 액션을 연기함(5월27일 방영분)
․위험한 장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모방주의 경고멘트나 안내자막이 없었음.(5월20일 방영분)


이밖에도 이 두 코너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출연자들끼리의 사적인 대화나 반말들이 난무해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인지 출연자들의 친목모임을 구경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이 짧은 완성작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특히 99초 광고의 경우 장면 장면이 관광홍보와 거의 연관성이 없어 그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 시청률 보증수표,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


제목과 구성이 비슷한 오락프로그램에 진행자나 출연자까지 같은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히려 채널별, 프로그램별 특성이 없어지면서 고정된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인기 연예인만 있으면 프로그램의 차별성 같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오락 프로그램의 현주소인 것이다.


<사례7> 분석대상 프로그램에서의 겹치기 출연의 예(표시가 없는 경우는 고정출연)
유재석 - MBC “목표달성 토요일”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
강호동 - KBS2 “쇼 여러분의 토요일”의 ‘스포츠 오딧세이’, “슈퍼TV일요일은 즐거워”
강병규 - KBS2 “쇼 여러분의 토요일”의 ‘스포츠 오딧세이’, “슈퍼TV일요일은 즐거워
이혁재 - KBS2 “쇼 여러분의 토요일”의 ‘맞선 임파서블’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유재석의 조용한 가족’
클놈 - KBS2 “쇼 여러분의 토요일”의 ‘맞선 임파서블’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육탄도전’
PSY - KBS2 “쇼 여러분의 토요일”의 ‘교과서를 챙깁시다’(고정출연)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스타인맥퀴즈’(게스트 5월20일)
       SBS “토요일은 즐거워”의 ‘24공감 토크게임’(게스트 5월19일)
이창명 -KBS2 “슈퍼TV일요일은 즐거워”의 ‘출발 드림팀’
        SBS “토요일은 즐거워”의 ‘무명탈출 대작전’
 
매번 지적되고 있는 문제지만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은 그들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고 그 이상의 변화를 꾀하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이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잃게되어 수명이 짧은 반짝 스타가 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한번 인기인의 대열에 오르면 출연제의를 마다하지 않는 연예인들에게도 그 책임이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보다 일단 인정받은 연예인을 중심으로 시청률이 보장된 프로그램을 유지하려는 제작진의 안일한 자세에 있을 것이다.


4. 결론 및 제언


TV의 오락적 기능은 그것이 하나의 문화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쇼․오락프로그램의 경우 그들이 앞으로 형성하게 될 가치관이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오락프로그램의 ‘재미’ 못지 않게 그 재미의 내용과 성격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본론을 통해 지적하였듯이 문제점을 인정하여 폐지한 프로그램의 몇몇 코너들이 약간의 겉모습만을 수정하여 그 저변에 깔린 문제점들을 여전히 노정하고 있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같다. 또한 채널이나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 있는 포맷들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제작진 자신들의 능력을 그만큼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개편을 거듭해도 지적되는 사항들은 늘 ‘거기서 거기’라는 제작진들의 불만에 대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고정된 비평의 잣대만을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평하는 입장에서도 자기반성의 기회를 가져보게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왜 늘 같은 비판을 받고 있는지 제작진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제작진 스스로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 싶고, 시청자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은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자신할 수 있다면 아마 우리의 비평도 ‘거기서 거기’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비판을 받아도 어려운 제작 여건을 앞세워 자신들의 창의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혹은 비판에 대해 아예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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