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에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의견 제출

관리자
발행일 2010.03.13. 조회수 1661
사회

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서울YMCA 시민중계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시민사회, 환자단체들로 구성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 소소위에 계류되어 있는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출합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환자 및 피해자들은 20년 만에 제정되는 법이 단순히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 법사위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반영하여 철저히 법안을 심사하고 국민을 위한 법으로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다시한번 간곡히 촉구합니다.


2010. 03. 12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시민중계실,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암시민연대,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한국건강연대, 한국기스트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혈관기형환우회, 혈관질환자단체, 환자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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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 의견


1. 입증책임전환조항 내지 과실추정조항 삽입

-> 입증책임전환조항 내지 과실추정조항(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전자가 피해자의 자살, 자해행위를 입증하면 면책되는 조항)이 삽입되어야 합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의사 측에게 무과실입증책임(입증책임전환)을 지우는 대신 의료분쟁비용(risk fee)을 환자측이 부담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맞습니다. 현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이와 같은 원칙이 전제되어야 의사측에게 형사책임특례 등을 두어 진료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상호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는 의학의 전문성, 의료행위의 밀실성과 자유재량성 등 특수한 영역을 고려해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증거자료 모두를 의료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증의 어려움으로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가인 의료인이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무기대등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의료인과 환자간의 정보의 격차와 힘의 불균형 문제로부터 최소한의 균형을 갖춰 합리적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인 것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3조(교통사고시), 제조물책임법 제3조(제조물책임소송),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공해소송 등) 등 국내법에도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규정들이 존재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법 제47조(입증책임배분) 등 입법적으로도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법사위에 회부된 법은 환자 측에게 입증책임은 물론 비용도 부담하게 하여 불이익을 주고, 의사에게는 형사책임특례와 무과실보상이라는 특혜를 줌으로써 사회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법을 만들었는바,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전제하에서 형사책임특례나 무과실보상제도가 입법되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의료분쟁비용은 환자가 부담하고, 입증책임까지 환자가 부담하는 법안은 헌법상 정의의 원칙은 물론 민법상 손해배상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2. 제52조(형사처벌특례)와 제47조(무과실보상)의 삭제

-> 만약 입증책임전환조항 내지 과실추정조항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의료분쟁비용을 환자측에서 부담하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건강보험수가에 risk fee가 들어 있음)는 없애야 하고, 아울러 형사처벌특례와 무과실보상 조항도 삭제되어야 합니다.


1) 형사처벌특례

이 법 제52조 ‘조정성립 등에 따른 피해자 의사의 존중’은 의료인에 대해서 형사특례를 인정하는 조항으로, 특례 도입시 의료사고의 사실관계를 밝히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사건 해결에만 주안점을 두어 진실이 감춰지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규명하지 못한 채 의사에게 면제부만 주게 될 경우 조정과정을 통한 환자들의 실질 보상이 안 되고 형식적인 조정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피해구제의 실익과 실효성이 불투명해 질 수 있습니다. 특히 국가 형벌권 행사는 국가 존립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임에도 특정 직업에 대해서 그 권한을 배제하고 예외적인 특례를 인정하는 입법 전례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동안 의료계는 형사책임특례를 주장하며 그 논거로 형사처벌 부과시 의료인의 위축으로 인해 방어적 의료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과잉검사, 위험환자의 기피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미치기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는 평등권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주장과 달리 입증책임전환이나 형사 처벌과 같이 의료인에게 책임성이 부여될 경우 수술이나 처치과정에서 의료사고 관련 주의의무를 더욱 강화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의료사고를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이익에 반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의사진료권이 위축될 정도로 의사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미친다는 것만으로 의사에게만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타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 판례상으로도 보건의료인의 행위는 거의 대부분이 경과실로 판정되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과 같이 입증책임을 전환하지 않아 환자에게 손해배상권리가 원칙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고 보험도 임의가입으로 둔 상태에서 형사책임특례를 도입하는 것은 결코 법의 논리와 균형에 맞지 않는 악법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미 민사관계에서 조정이나 합의가 되면 대부분 형사문제에 대해 반의사불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법에까지 명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조정의 대가로 형사특례조항을 법에 명시하게 되면 환자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제되어야 할 입증책임전환 규정이 없는 현재 이 법안에서 제52조는 삭제해야 합니다.

2) 무과실 보상

원안 제47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을 허용하게 될 경우, 악결과가 중함에도 불구하고 과실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무과실보상으로 빠지려는 위험성을 높여 의료사고의 원인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가 부실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입증책임전환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실로 판정하려는 동기유발 요인이 없기 때문에 쉽게 무과실로 판정하게 될 것이고 과실에 대한 책임 규명을 소홀하게 만드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여 엄청난 재원만 소요하는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과실 책임 원칙이라는 민사법 체계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미 무과실보상을 허용한 다른 나라에서도 무과실로의 도피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아주 제한적인 범위로 한정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런 재원마련에 대한 계획도 없이 법안에 밀어놓고 급기야 이를 1년 유예한다는 것이 과연 법 제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정상적인 제정법의 절차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무과실 책임보험제도 하에 과실배상과 무과실 배상의 비율이 각각 1대20이라는 보고가 있는데, 이럴 경우 무과실 보상이 보조적인 보상제도가 아니라 주요한 배상제도로 전락하고, 무과실 보상의 규모가 턱없이 늘어날 우려가 높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복지부조차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제도가 외국의 경우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에서 바로 법에 담기에는 그 대상이나 범위에 대한 데이터를 하나도 갖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정이 얼마나 소요될 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며 신중한 처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에 입증책임전환이 전제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항력적인 무과실보상 역시 삭제되어야 합니다.

<각론내용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의견서 전문을 참조해주세요>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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