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와 집값 폭등....이제 마지막 고비

관리자
발행일 2006.12.22. 조회수 2550
부동산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3년의 회고와 전망]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


 


부동산투기와 집값폭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실련은 2004년 2월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를 출범시킨 이후 만 3년째 모든 힘을 모아 투기 근절과 집값안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경실련의 노력의 결과로 최근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소위 ‘반값아파트’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열린우리당이 공공택지를 모두 공영개발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진전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집값폭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분노를 외면했던 정치권이 과연 이를 제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 얼마 전 당정협의에서 열린우리당은 개발관료들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고 모처럼 획기적으로 제시했던 부동산대책을 용두사미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투기와 집값안정을 요구하는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경실련은 어떠한 주장과 운동을 전개했는지를 회고하고 이후 과제를 전망해보기로 한다.


 


■ 분양원가공개를 외면한 대통령과 개발관료, 공약을 저버린 열린우리당(2004년)


 








▶참여정부가 약속했던 분양원가공개는 곧 번복되고 만다. 2004년 2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원가공개를 반대한다고 발언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경실련은 9일 항의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분양원가공개는 경실련의 주장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실련의 대표적 부동산정책이 분양원가공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원가공개는 경실련이 처음으로 주장했던 것도 아니고 경실련의 핵심적 부동산대책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원가공개는 오히려 터무니없이 높아만 가는 높은 분양가에 대한 시민들이 자연스러운 의문이 집약된 요구였다.


 








▶참여정부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가 완연히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문제가 될 만큼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출범 전부터 부동산투기가 확산되고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가 완연히 나타났다. 투기확산과 아파트값 폭등의 큰 원인의 하나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였다. 높은 분양가는 주변시세를 끌어올렸고 오른 아파트 값에 따라 다시 분양가가 높아지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서울시 동시분양아파트의 분양가는 5년 만에 2배로 폭등했다. 물가는 안정되어 있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고분양가는 계속되어 아파트 값은 계속 올라만 갔다. 이런 상태에서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확산된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납득할 수 없이 높아만 가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높은 분양가의 원인을 밝히라는 시민들의 자발적 요구가 결집되고 확산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분양가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책정되는 것인지 확인해 보자는 자연스런 요구가 원가공개 논란의 핵심이다.


경실련이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원가공개 요구는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서울시의 상암동 원가공개로 폭리가 확인되고 경실련의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이 본격화됨으로써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국민의 요구로 자리 잡았다.


 


▷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의 출범과 국민을 대신한 경실련의 원가검증


2004년을 맞이하면서 경실련은 부동산투기와 집값안정을 위한 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 운동을 준비하면서 경실련은 특히 공공택지(신도시)를 주목했다.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국민의 땅을 강제로 수용해서 땅값이 높을 수 없고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일차책임을 지는 공공택지내 아파트조차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져 주변집값을 올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분양된 신도시의 땅값을 알아내고 건축비를 알아내기 위해 현장조사, 정보공개운동 등 집중적인 노력을 전개했다. 신도시의 땅값과 건축비에 대한 자료가 쌓이면서 우리는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에 놀랐고, 이 운동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때마침 서울시가 상암동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경실련은 즉각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출범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거품빼기 운동을 본격화했다. 이후 경실련은 국민을 대신하여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를 검증하는 기자회견을 지속했다. 용인 동백, 용인 죽전, 화성 동탄, 고양 풍동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4년 2월 12일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대부분의 공공택지에서 건설업체는 땅값조차 허위로 신고하면서 원가에 비해 30-40%의 막대한 폭리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땅값과 집값안정에 기여했어야 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땅장사, 집장사로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구체적 분석자료를 토대로 경실련은 공공택지 개발방식의 변경과 공공주택의 대폭 확충, 후분양제로의 이행과 선분양시 분양원가 공개,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도입 등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부동산투기의 근절과 주택정책의 전환 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본격화했다.


 








▶2004년 2월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는 용인동백지구의 분양원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 장사의 논리로 국민요구를 외면한 대통령, 공약을 뒤짚은 여당


공공택지에 대한 구체적인 원가검증을 토대로 한 경실련의 문제제기에도 주택공사 등 공기업과 재경부, 건교부 등 주무부처는 분양원가공개나 공공택지 개혁에 완강히 반대했다.


이에 경실련은 4.15 총선을 앞두고 택지조성원가의 공개, 택지개발사업의 근본적 개혁, 공공아파트부터 분양원가의 공개를 총선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며 각 당 정책위원장을 면담하고 각 당의 입장을 서면으로 받아놓았다. 총선시 득표 전략의 일환이었는지 모르지만 각 당은 택지조성원가,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원가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 90%의 시민들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했음에도 건교부와 재경부 관료들의 원가 공개에 대한 완강한 반대는 지속되었다. 개발관료들의 완강한 반대에 기인했는지 탄핵사태에서 복귀한 노대통령은 장사의 논리 운운하며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개 공개조차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뒤를 이어 총선에서 원가공개를 공약했던 열린우리당도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 버렸다.


그 후 총선 공약을 뒤집은 열린우리당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고 열린우리당은 건교부가 주장했던 공공택지 내 25.7평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분양원가 공개의 포장을 씌우는 “무늬만 원가공개”로 국민의 요구를 외면했다. 만약 당시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공공아파트 원가공개, 공공주택의 대폭확충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부동산, 주택정책 및 현재의 정국은 어떠할까? 뒤돌아보면 당시 대통령의 무책임한 발언과 열린우리당의 약속번복이 결국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비극의 씨앗이 되지 않았는가 한다.


 


■ 건설족에 발목잡힌 8.31대책(2005년)


▷ 왜곡된 분양가상한제가 나은 집값폭등과 판교신도시 개발중단 운동


2004년 정기국회를 통해 정부, 여당은 결국 공공택지개발방식의 전면 개혁과 공공주택의 확충, 후분양제로의 이행과 선분양시 분양원가 공개로 압축된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대신 정부, 여당은 공공택지내 25.7평 이하 아파트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고, 25.7평을 초과하는 아파트에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0% 분양가를 낮추겠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던 건교부는 합리적 근거도 없이 건축비를 대폭 올려 공공택지의 분양가는 낮추지도 못하면서 민간아파트의 건축비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또한 집 값 폭등기에 도입된 채권입찰제는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주변집값을 인정하고 다시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도록 함으로써 중대형 아파트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이러한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나타난 것이 판교신도시였다. 판교개발당시 평당 800만원대에 분양하여 강남집값을 안정시키겠다던 건교부의 장담은 거짓 약속이 되었고 판교주변의 집값은 폭등했다. 원가연동제가 도입된 중소형 평형은 높은 분양가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었고 토지채권입찰제, 병행입찰제를 오락가락 하던 중대형 아파트는 주변지역의 아파트 값, 특히 중대형 아파트 값을 폭등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경실련의 분석결과 2005년 판교신도시로 인해 성남, 용인, 화성 등 주변지역의 집값은 11조나 폭등했고 강남집값은 23조나 폭등했다. 이에 경실련은 판교신도시 주택용지를 민간건설업체에 파는 것을 중단하고 전면 공영개발하여 공공주택으로 확충할 것을 요청하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2005년 6월 16일 경실령은 청와대 앞에서 집값 폭등의 주범인 판교신도시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판교신도시 중대형 택지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앞 항의기자회견, 청와대 온라인 시위 등 다양한 시민행동이 진행되었다. 한나라당 역시 정부가 집값안정에 실패한 것을 소리 높여 공격하고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은 모든 공공택지는 공영개발하고 민간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물론 이는 당론이 아니라 철저히 의원 개인의 입장이었다).


결국 노대통령은 판교신도시 중대형 택지공급을 중단할 것을 발표하고 범정부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청와대, 열린우리당,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고위부동산대책회의가 연이어 개최되기 시작했다. 소위 8.31대책이 시작된 것이다.


 


▷ 드림팀의 집단연구의 결과, 경실련의 부동산대책


8.31대책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경실련의 부동산대책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경실련의 부동산 정책하면 분양원가 공개만을 떠올리고, 일부에서는 분양원가공개와 공공주택 확충등 공급제도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경실련의 부동산정책은 매우 종합적이며 다양한 정책수단의 조율을 통해서만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진행하면서 경실련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부동산TF를 구성하고 내부토론을 진행했다. 경제 및 금융전문가, 도시계획 및 주택전문가, 재건축 및 건설전문가, 세제 및 개발이익환수 전문가, 변호사와 회계사, 경실련 상근운동가들로 구성된 부동산TF는 부동산, 주택분야의 다양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분야별로 해결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집단토론을 통해 각 정책의 가중치와 시기별 중요성을 함께 공유하였다. 소위 부동산드림팀의 장기간에 걸친 집단연구를 통해 경실련은 부동산, 주택정책에 관한 종합적 대책의 골격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간 주택, 부동산정책에 관련된 정부, 정당, 국책연구원, 민간연구원, 건설사 관계자들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났지만 일관된 문제의식 아래 종합적으로 부동산정책을 수립한 집단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드림팀의 집단연구를 통해 종합된 경실련의 부동산대책은 다음과 같다. 먼저 경실련은 토지는 생산의 공간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토지불로소득은 척결되어야 하고, 주택은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거주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토지, 주택의 공공성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른 구체적 정책대안으로 ▲ 공공택지의 민간매각 금지와 공영개발을 통해 공공보유주택을 전체주택재고의 20%까지 확충 ▲ 소비자를 위한 후분양제로 이행하고 선분양시는 분양원가 공개 ▲투기자금을 무한 공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실수요자 위주로 개혁 ▲종합부동산세제 등 보유세의 강화와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세의 대폭 인하 ▲재개발, 재건축의 공익성, 투명성 강화 ▲전국적으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각종 개발사업의 재조정과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마련을 골자로 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종합적 대책아래 시기별로 쟁점이 되는 대안을 강조하고 가중치를 조정해왔다. 현재 경실련은 4대 부동산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8.31대책을 통해 상당부분 진전되어 당분간은 현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개발이익 환수제도도 미흡하지만 재도입되었기 때문에 4대 부동산대책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건설족의 덫에 걸려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8.31대책


판교신도시 중단과 주택정책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주장을 수용한 당․정․청은 8.31대책을 앞두고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만들겠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다’는 청와대, 열린우리당, 정부당국자들의 서슬퍼런 말들이 계속됐다.


 







‘강남의 주택 거래에서 다주택보유자의 투기적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국세청의 발표와 토지, 주택 소유에 대한 통계가 발표되어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간 공급된 주택이 집 없는 시민이 아니라 투기소득을 노린 다주택소유자에게 귀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자료가 연이어 발표되었다. 집값은 안정되기 시작했고 국민들은 이번에야 말로 획기적인 부동산투기 근절책, 집값안정 대책이 발포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지고 대책이 발표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당정청의 협의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던 경실련에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하게끔 하는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값안정을 소리 높여 외치던 정부가 건설경기위축을 걱정하고 투기수요를 강조하던 여당이 공급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공영개발과 공공주택 확충은 무늬만 채택되고, 분양원가가 공개는 사라지고, 재건축 개발이익의 환수는 포기되었다. 정부대책에서 눈에 띄는 건 종합부동산세의 강화와 실거래가 신고 등 세제정책과 건설족이 환영할 공급확대 뿐이었다.


 








▶2005년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에 대해 경실련은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실련은 8.31대책이 발표되는 날 ‘이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고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며 정책입안자들을 문책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투기를 근절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마지막 기회를 건설족의 덫에 걸려 스스로 외면하는 참여정부의 기막힌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참담했다.


 


■ 잘못된 신도시 개발, 다시 불어온 집값광풍(2006년)


▷ 왜곡된 공영개발, 잘못된 신도시 개발 방식이 낳은 집값 재폭등


8.31대책이 발표된 이후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실련은 8.31대책으로는 투기를 근절할 수도, 집값을 잡을 수도 없다고 했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8.31대책의 후속입법이 제대로만 진행되면 투기는 근절된다고 장담했다. 건설족과 일부 언론은 8.31은 획기적 대책이라며 적어도 1년간 집값은 더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맞장구치면서도 세금폭탄 운운하며 종합부동산세의 완화, 양도소득세의 완화, 공급정책의 확대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8.31대책이 발표되기 전에는 내리던 집값은 대책발표 후부터 조심스럽게 원상태로 돌아가더니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히 판교, 은평, 파주 등 공공택지에서 연이어 높은 분양가가 발표되자 수도권 전역의 집값은 미친 듯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때 공공택지의 고분양가를 해결할 대책도 없고 아파트 공급제도의 변화도 없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추가 신도시 발표는 집값폭등에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투기, 집값폭등의 대명사가 되었던 1989년을 상회하는 17년 만에 기록적인 집값폭등의 광풍이 몰아쳤다. 건설족의 덫에 걸린 8.31대책이 나은 너무나 참담한 결과이다. 그러나 8.31대책 입안자들에 주어진 훈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 건설업체 용역결과를 포장만 바꾼 11.15대책


판교, 파주, 은평 신도시로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11.15대책을 내놓았다. 기반시설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용적률을 높이고 단독주택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집권말기에 이렇게 심각한 집값폭등에 이정도 대책으로 가능하겠느냐, 정책방향도 국민과 정부에게 부담을 전가할 뿐 건설업체의 자구노력이나 피해는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경실련 전문가들의 의구심이 확대되었다.










▶2006년 10월 24일 공개된 건설사업연구원의 연구용역보고서(우).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 정부의 11.15 부동산 대책(좌)의 주요 내용과 일치한다


그런데 그 의문은 하나의 보고서를 보는 순간 모두 해결되었다. 바로 건설회사가 설립한 건설산업연구원의 용역 보고서였다. 2004년 분양원가 공개와 공공택지 개혁을 검토하던 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건교부 차관이 1년 후 원장으로 취임한 건설산업연구원의 용역보고서와 정부대책은 너무나 흡사했다. 건설업체의 주장이 포장만 바꿔 정부대책으로 발표된 것은 건설족과 건설족에 둘러싸인 개발관료가 어떻게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주택정책을 왜곡시켜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이제는 국민행동이다


2006년 하반기 집값이 미친 듯 다시 폭등하면서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을 상실한 시민들의 원성은 확대되었고 투기와 집값폭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각계의 우려도 확산되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구태의연하고 안이한 대책으로 집값폭등을 방치하고 있었다. 경실련은 이제 국민들이 직접 행동하는 것만이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하고 ‘아파트값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선포하며 16년 만에 길거리로 나섰다.









▶ 아파트값거품빼기 국민행동 출범 이후 2차례 시민대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경실련은 온, 오프라인을 통해 10만 서포터즈를 모으고 서포터즈와 함께 온, 오프라인상의 다양한 국민행동을 시작했다. 신도시의 건축비와 택지비 검증을 통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서포터즈 모집과 국민행동을 위한 가두캠페인을 전개했다. 또한 아파트값거품빼기 국민대회와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한편 청와대, 재경부, 열린우리당에 온라인 시위를 진행했다. 특히 부동산투기 근절과 집값안정을 위한 교수선언에는 몇일만에 경제, 주택, 도시분야의 대학교수 215명이 참여하여 정부의 획기적 대책을 촉구하였다.


 


▷ 반값아파트와 공공주택공급촉진특별법, 정치권은 변했는가?


부동산투기와 집값폭등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했는지, 흉흉한 민심을 방치할 수 없었는지 정치권의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합부동산세의 완화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소위 ‘반값아파트’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뒤이어 열린우리당은 공공택지는 건설업체에 되팔지 않고 모두 공영개발하겠다며 공공주택공급촉진특별법 제정과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주택담보대출의 실수요자 위주의 개혁 등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부동산정책의 전환을 약속했다. 각 당이 마련한 부동산, 주택정책은 그간 정치권의 행태에 비추어 매우 진전된 조치로 평가되며 약속한대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주택정책의 큰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여전히 건재한 건설족과 개발관료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이 약속이 제대로 실현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정치권은 건설족과 개발관료들의 산을 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개최된 열린우리당과 재경부, 건교부의 당정협의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획기적으로 제안했던 열린우리당의 부동산대책은 1차 당정협의에서 관료들의 반대에 부딪혀 민간까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유보되었다. 뒤이어 각당 정책에 대한 건설족의 흠집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국민이 아닌 건설업자를 대변했던 건설족과 개발관료들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주택정책은 전환은 불가능하다. 또한 정치권 스스로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득표 전략이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했던 주택정책을 외면하고 집값폭등을 방치해온 지난날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약속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 투기근절과 집값안정, 불가능한 일인가?


지난 수년간 이어온 부동산투기와 집 값 폭등이 이제 마지막 고비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아파트 값의 거품을 뺄 획기적 부동산, 주택정책이 제시되어 일한만큼 대접받는 정상적 사회로 복귀하거나 아파트 값의 거품이 붕괴되어 우리사회 전반에 심각한 재앙을 가져오게 되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과 획기적 대책이 요구된다. 물론 이는 건설족의 이해를 벗어나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는 근본적 인식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속히 정치권이 건설족과 개발관료들의 반대를 뚫고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제시하고 입법화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 행동이다. 건설족과 개발관료들을 국민의 힘으로 견제해야 한다. 또한 각 당이 그간의 잘못을 뉘우치고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제도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대선후보자들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부동산, 주택정책을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이 국민의 요구를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 형성될 때 주택, 부동산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내 집 마련의 소박한 희망을 되찾고, 우리 아이들에게 투기와 집값폭등의 불행을 넘겨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투기 없는 사회, 짒 값 걱정 없는 나라, 우리의 희망을 되찾기 위해 각성된 국민들의 행동이 절실한 때다.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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