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

관리자
발행일 2022.12.01. 조회수 13941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인터뷰]

“건강한 사회는 외면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 -


문규경 회원미디어국 간사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특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서 그 심각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실련은 이태원 참사의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해법을 알아보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았습니다. 일찍부터 국민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공의료의 현장에서 소명을 다하고 있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영문 센터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월간경실련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월간경실련 구독자 여러분! 정신과 전문의 이영문입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다가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국립공주병원장과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에서 초대 대표이사로 일하고, 2019년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며 코로나19와 3년동안 사투를 벌였습니다.

Q.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생존자나 목격자 분들 중에 정신적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가장 시급한 건 심리지원일 것입니다. 현재 국가-권역 트라우마센터와 각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심리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치료비 지원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격자나 심폐소생술을 같이 했었던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심리적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당시 현장영상과 사진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데요. 어떠한 위험성이 있을까요?

A. 현재 SNS 등에서 퍼지고 있는 현장영상과 사진은 절대로 유포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평상시에는 죽음의 현장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을 우연히라도 접수하셨다면 바로 지우시기를 바랍니다. 가장 위험한 건 대리외상이라고 불리는 간접 심리외상입니다. 직접적으로 외상을 겪지 않았더라도 그 외상을 겪은 것과 같은 동일한 불안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배가 가라앉는 것을 국민들이 TV 생중계로 봤었습니다. 그런 모든 과정들이 다 외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의 무분별한 현장사진 유포는 대리외상이 되기 때문에 유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리외상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되도록 뉴스를 안 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립정신건강센터와 WHO에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지 말고, 조용히 격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홍보했습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정보가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현상을 ‘인포데믹’이라고 일컫는데, 이 현상은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Q. 전 국민 트라우마의 증상과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A. 전 국민 트라우마는 대리외상을 의미합니다. 대리외상의 증상은 불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보통 느끼는 공포는 어떤 특정한 대상에 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불안은 특정한 대상이나 어떤 사물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불편한 마음을 불안이라고 말합니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짜증이 나고 그 다음에는 화가 납니다. 사소한 것에 분노하게 되고 과거에는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익숙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사물이 왜곡되게 보이기도 하고, 경적소리나 TV의 큰소리만 들어도 놀랍니다. 대리외상의 흔한 증상은 이러하고, 이것이 지속되면 무기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대부분은 수주 내지 2~3개월 안에 일상으로 다 돌아옵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지속이 될 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라고 부릅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정상 반응인지 궁금하시다면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로 연락하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미디어를 접하시면서 밀집 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월드컵 때 엄청난 군중이 모였는데도 사고가 안 났고, 지금도 많은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려도 괜찮은 것은 안전을 유도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고가 다른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에 대한 국가적인 지침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Q.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고,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생기게 된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심리지원팀이 있었습니다. 심리지원팀은 안산 단원고 현장을 나가게 되고, 당시 저는 국립공주병원장이었기 때문에 팽목항에서 유가족들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도 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는 뜻이 모아졌고 안산에 ‘온마음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국가 자격으로 총괄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보고 법이 제정되면서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국가트라우마센터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국가적 재난 상황일 때 우선적으로 투입됩니다. 트라우마센터장이 직접 업무를 지휘하고 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심리지원 전화를 받으면서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우리사회에 트라우마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통해 트라우마에 대해 잘 알고는 있었어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성수대교 붕괴 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등 과거에 참사가 발생하면 심리적 지원이 두텁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SNS의 보급이 활발히 되면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몸을 다치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일상생활 속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자신이 겪었던 트라우마에 대해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평상시에 많은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다면 트라우마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소한 것도 괜찮기 때문에 자신이 겪었던 마음의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왜 트라우마가 적었느냐고 물어보면, 예전에는 공동체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공동체에서 보호막의 역할을 해주면서 웬만한 건 집안과 동네에서 다 해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공동체보다는 소가족이나 1인가구 형태로 구성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망을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정보를 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서는 간단한 호흡법 등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Q. 지역 곳곳에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국립병원이 있는데요. 병원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현재 5개의 국립정신병원이 있습니다. 먼저, 수도권을 지원하는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있습니다. 강원도에는 국립춘천병원, 충청권은 국립공주병원, 전라권은 국립나주병원과 경상권은 국립부곡병원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언제든지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시면 방문하시면 됩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것 중에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습니다. 총 240개 센터들이 전국 모든 시군에 하나씩 다 있어서 보건소와 파트너가 되기도 합니다. 지역센터로 전화하시면 아주 간단한 상담부터 심각한 정신증에 대한 대처까지 차근차근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은 무료입니다. 그리고 병원에 오셔서 치료받으실 때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국가에서 지원하는 의료시스템들을 이용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정신과 전문의로서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연구소장, 국립공주병원장,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2019년 11월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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