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추진하십시오

관리자
발행일 2003.12.02. 조회수 2355
사회

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를 개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요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재 의료행위에 대한 지불이 국민들의 보험료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나라중에서 수가제도가 오직 행위별 수가제로만 이루어지는 나라는 우리나라 한 곳입니다. 이는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 payment system)가 개별 진료행위에 따라 진료비가 책정, 지급되는 제도로서 의료제공자가 진료량을 늘이는 경제적 유인구조를 형성하여 불필요한 의료비증가를 불러온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는 한정된 재정으로 국민들에게 최대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을 모색하고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OECD 국가들의 공공의료기관 평균비율이 75%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 비율이 10%에 불과하여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행위별 수가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개연성 분만 아니라 명백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포괄수가제도 행위별 수가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중의 하나입니다. 포괄수가제는 질병군별로 미리 정해진 금액만을 지불하기 때문에 진료결과에 별다른 손실이나 추가이익을 주지 못하는 진료내용을 제외하게 되어, 건강보험 재정에 이득이 되는 환경을 제공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보험재정적자를 극복하고 재정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제도의 하나인 것이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가제도개혁의 첫 걸음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말로는 보험재정적자를 매번 이야기하면서 그 재정적자의 가장 큰 주원인인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할 포괄수가제 도입을 포기하였습니다. 포괄수가제 도입은 정부가 5년간이나 추진해왔고 입법예고까지 한 사업입니다.



복지부, 포괄수가제 추진하다 스스로 문제있다고 입장 전환


질병군에 의한 포괄수가제도는 1994년 그 도입이 추진되기 시작하고 1997년 시범사업이 시작된 제도입니다. 원래 2000년 7월부터 시행이 예정된 제도였으나 2년간 시범사업을 연장하게 된 것도 사실상 의사폐?파업사태로 인한 의료계의 압력때문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제까지 2003년 11월부터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7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실시한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이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2003. 8. 23~9. 13)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김화중 장관은 2003년 8월 병원협회 대표단과의 면담이후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은 2004년 6월에 적용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나머지 병?의원급에 대해서만 11월부터 전면적용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병협의 요구가 수용되자 의협은 포괄수가제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이 요구가 거부될 때에는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결국 김화중 장관은 9월 22일 국정감사장에서 포괄수가제의 선택적 적용방침을 밝혔고 최종적으로 10월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괄수가제 전면적용 방침을 철회하고 공공의료기관에 한해서만 강제적용을 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누가보아도 이 과정은 이해집단의 압력에 위한 개혁정책의 좌절과 포기과정에 다름 아닙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화중 장관의 의료계의 압력에 의한 개혁정책의 포기에 대해 항의하였습니다. 그러나 김화중 장관은 여기에 한술 더떠 지금껏 추진해온 포괄수가제가 문제가 있는 제도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포괄수가제는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더욱 강력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포괄수가제, 진료비절감제도로 여러 나라에서 활용확대추세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의 하락을 초래하고 그래서 미국의 일부제도로만 존재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포괄수가제가 단점이 없는 진선진미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행위별 수가제보다는 훨씬 우월한 제도입니다. 그리고 이 포괄수가제도는 한두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제도가 아닙니다. 호주, 벨기에,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도 질병군별에 의한 포괄수가제도가 진료비 지불제도에 적용되고 있으며 또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또한 이웃 대만에서도 1997년부터 26개 질병군에 대하여 포괄수가제를 진료비 지불에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더 많은 질병군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포괄수가제보다 더욱 강력한 재정절감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진료비총액상한제도 또는 약제비 총액상한제도가 그것이며 이 제도는 포괄수가제가 단지 개별진료행위의 진료량을 제한하는 효과를 지닌 반면 총액상한제는 전체 진료비에 상한선을 둔다는 것에서 포괄수가제보다 더욱 강력한 재정절감책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포괄수가제를 진료비 지불제도에 도입한 많은 나라에서 문제점 또는 단점들로 인하여 포괄수가제 도입 또는 확대 경향에서 후퇴하는 나라는 아직 한 나라도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보고서에서 포괄수가제 이후 의료의 질이 떨어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분명히 지적되었듯이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적 수준 하락을 직접적으로 초래한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설사 그러한 사례가 일부 있더라도 의료비절감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부분적이며 또한 의료의 질적 수준 하락을 동료심사등의 보완책을 통하여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절감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포기한 채 얻어진 보험재정 흑자. 이것이 보험정책의 성공입니까? 재정적자, 정부와 의료계는 책임지지 않고 국민들에게만 부담전가 현재 보험재정은 올해말까지 무려 1조 2천억원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흑자가 어떻게 얻어진 것입니까? 재정적자를 보전할 건강보험재정 건전화특별법은 정부의 국고지원을 40%로 규정하였으나 정부는 이제까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고통분담이라는 원칙아래 의약계에 재정적자에 책임을 묻는다고 하였으나 경영수지보고에 의하면 오히려 수가를 5.8% 인하하여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결국 재정의 흑자는 오직 8% 인상된 보험료의 효과, 아니 이에 임금인상효과를 더해 사실상 15%이상 올라간 국민들의 보험료인상에 의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 정부는 스스로가 개혁의 첫 과제로 선정한 의료재정절감을 위한 최초의 조치인 포괄수가제를 포기하여 의료계의 이익만을 옹호하고 아무런 보험혜택의 확대없이 또 보험료를 8% 올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 의료계를 위한 정책입니까? 아니면 국민을 위한 정책입니까?



포괄수가제 철회는 의료계 협박에 대한 분명한 굴복

국민들은 의약분업 파동당시 의사폐?파업과 약계의 동반파업 위협에 굴복하여 5차례에 걸친 진료수가와 조제료 인상이 이루어진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정부는 의정협의회와 약정협의회를 통해 의약계의 온갖 민원을 수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약계에 대한 굴복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포괄수가제 도입 포기, 병원평가제 주관기관 병협이관 등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의약계의 파업위협은 그토록 두려우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까? 이제 노무현 정부는 선택을 하십시오. 국민의 이익을 위한 용기 있는 개혁입니까 아니면 의약계의 협박에 대한 굴복입니까?



2003년 11월 24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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