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비급여 진료에서도 통하는 “총량 보존의 법칙”

관리자
발행일 2021.10.06. 조회수 7038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 – 특집. 문케어, 어디까지 왔을까?(3)]

비급여 진료에서도 통하는 “총량 보존의 법칙”


- 비급여 풍선효과와 실손보험 확장의 딜레마 -


가민석 사회정책국 간사


 

총량 보존의 법칙, 전체 합이 정해져 있어 일정 수준의 양이 유지된다는 의미로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변화를 주어도 결국 제자리인 것 같은 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한다. 이러한 총량 보존의 법칙은 비급여 진료 영역에도 통용되는 듯하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비급여의 급여화 등을 추진해도 새로운 비급여 영역이 발생하거나 기존 비급여 영역 의 가격이 급등해서 결국 의료비 부담의 총량은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 : 의료비 폭탄의 도화선

의료비 문제의 핵심은 비급여 관리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진료영역이다. 국가가 필수치료 영역이라고 판단한 경우 ‘급여’ 항목으로 분류해 보험수가를 정하고 건강 보험비를 투입·지원한다. 그러나 비급여 영역은 병원이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 있어 각 병원마다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며 환자는 경우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의료비 폭탄에 시달릴 수 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는 지난 6월 10일 “종합병원 비급여 가격실태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비급여 중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비가 병원 간 최대 70만 원 차이라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가격 차는 기본 단가의 비교 결과이므로 진료 횟수나 추가 옵션 등을 고려하면 전체 의료비 차이는 더 현격히 벌어질 수 있다.



비급여 관리 없는 보장성 강화는 무용지물이다

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케어를 통해 ‘건강보험 하나로 치료비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케어의 실행방안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관리다. 문케어 시행 이후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비로 지원하는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대거 투입된 대형병원(종합병원급 이상 병원)들마저 보장률 개선이 답보 상태이며, ‘보장률 70% 달성’이라는 문케어 목표 수준을 이행한 병원의 비율도 전체 중 1/4에 그쳐 정책효과를 낙관할 수 없다.

문제는 새로운 비급여가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비급여 풍선효과’를 방지할만한 관리 방안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노안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백내장에 대한 진료를 예로 들면 기존의 백내장 ‘수술비’가 건강보험에 포함되자 그에 따라 ‘검사비’가 대폭 상승하였다. 20년에는 검사비마저 건강보험 영역으로 전환되었는데 이제는 ‘재료비’인 다초점렌즈 비용이 치솟았다. 비급여 관리를 위한 별도의 정책이 없다면 의료기관이 비급여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부담이 환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인 강화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실손보험 시장은 국민의 의료비 걱정과 함께 성장한다

현재 우리는 의료비 관련 보험을 이중으로 납부하고 있다. 하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건강보험이며, 다른 하나는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실손보험이다. 비급여 진료비를 지급해주는 실손보험에 전체 국민의 75%가 가입했다는 것은, 문케어의 정책 목표와 달리 건강보험 하나로 치료비를 해결할 수 없으며 비급여로 인한 진료비 부담이 여전히 국민에게 는 과도하다는 반증이다. 비급여 진료영역을 급여권으로 포섭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해도 새로운 비급여가 양산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갈수록 비싸지는 실손보험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병원 한 번 가지 않는 국민들도 실손보험은 들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의료기관이 더 다양하고 잦은 진료를 권유하는데 어차피 청구해서 받으면 그만이라는 일부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실손보험료는 또 상승한다. 그렇게 비싸진 보험료를 실손 가입자들이 공평하게 낸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병원에 많이 간 사람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정말 해결해야 할 것은 실손을 들지 않고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의료비 불안감이다.

여러 제도가 시행되어도 우리가 내는 의료비 부담의 총량은 비슷한 것 같은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핵심은 비급여 관리다. 통제하지 않고, 기초자료도 들여다볼 수 없이 수익사업의 일환처럼 여겨지는 비급여 영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플 때 치료받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그래서 국민이 의료지원의 차별을 받지 않도 록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건강보험은 국민이 직접 내지 않는가.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과 정책 부재로 인해 비급여 관리가 요원해 보이지만 진정 건강보험 하나로 치료비를 해결하며 실손보험을 자신 있게 해지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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