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민생 알맹이가 없었던 ‘부실·맹탕 국감’

관리자
발행일 2022.12.01. 조회수 14771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 [시사포커스(1)]

민생 알맹이가 없었던 ‘부실·맹탕 국감’


- 2022 국정감사 모니터링 결과 -


정택수 정책국 부장


 

국정감사는 국가기관의 실정과 부조리를 드러내어 이를 개선하고 바로잡는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때문에 국정감사를 ‘의정활동의 꽃’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2022년 국정감사가 10월 4일(화)부터 24일(월)까지 진행됐습니다. 이번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기대와 우려가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국민의 기대감은 큰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거듭된 실수와 논란, 불통 행보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은 20~30%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초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하였으나 구체적인 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기는 커녕 기업 총수 사면과 각종 규제완화, 재벌 대기업·부자 감세 등의 정책을 펼치는 등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중 밝혔던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회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회의 최근 행보 또한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실정이었습니다. 여야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의 탓만 하며 정치적 공방에만 몰두하여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이 비판했던 막말·고성·정회·지연·보이콧 등 국민을 무시한 직무유기 행위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됩니다.

현재 우리경제는 IMF 관리체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거론될 만큼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경제위기는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경실련은 이번 국감만큼은 심도 있는 질의와 정책 대안으로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민생국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으로 ‘민생안정을 위한 50대 국감의제’를 선정하여 발표했습니다.

이들 의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및 사익편취 근절, 론스타 사태 책임규명,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확보, 부동산세제 완화, LH 공공주택 정책 개혁 및 장기 공공주택 확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강화,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조치,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건강보험 재정지출 효율화 등 민생안정과 직결되는 내용들입니다. 경실련은 50대 의제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감사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이 발표한 국감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50대 의제 관련되는 개혁성, 전문성, 공정성 등을 평가했습니다.

의원들이 생산한 정책자료(보도자료, 질의서, 정책보고서)를 토대로 경실련이 제안한 50대 민생의제를 다룬 정책자료를 중심으로 평가했으며, 개혁성, 구체성, 객관성의 기준에 따라 최대 9점 척도로 점수화했습니다. 특히 점수화하는 과정에서 정책국감의 취지에 맞지 않는 정략적 자료, 발언, 감정적·비합리적 질의들과 단순 데이터 발표, 정책자료 개수를 늘리기 위한 쪼개기 보도자료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균형적 관점에서 정책적 전문성에 집중되고 구체적 자료를 제시한 경우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보도자료만으로는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주요 피감기관 현장 생중계 발언과 언론보도를 참조하여 이를 보완했습니다. 평가 점수는 의원별로 합산하여 서열화한 뒤, 상위에 있는 의원들을 우수의원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국감은 민생 알맹이가 없는 ‘부실·맹탕 국감’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철저한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의미있는 답변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반면, 정치권의 ‘네 탓 공방’, ‘정치적 공방’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찾아내 질타하기에 바빴으며,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의 무능에 대한 공세로 맞섰습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질의와 감사보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주변인 의혹 등 정치적 이슈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이 상임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의 국정감사와 비교해 의원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숫자는 절반에 불과했고, 그나마 지난 국회의 국정감사에 제기되었던 차별화된 의제가 거의 없이 재탕, 삼탕인 질의와 보도자료가 다수였습니다. 실태 분석을 통한 통찰과 신랄한 비판, 합리적 대안 제시가 부족했고, 실태도 정부와 기관의 보고서를 단순 인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실망스러웠습니다. 실망스러운 국정감사가 계속됨에 따라 다수 언론에서도 맹탕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평가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국감이었으나 그럼에도 민생현안에 집중하여 심도 있는 질의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을 2022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했습니다. 우수의원은 12개 분야별로 구분하여 각각 1~2인씩을 선정했습니다.

우수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을), ▲황운하(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조세정의 분야 ▲김주영(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갑), ▲양경숙(더불어민주당, 비례), 농업 개혁 분야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화순), 서민 주거 안정 분야 ▲심상정(정의당, 경기 고양갑), ▲박상혁(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을), 정치정부개혁 분야 ▲송재호(더불어민주당, 제주 제주시갑), 사법 개혁 분야 ▲이탄희(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공공의료 분야 ▲김원이(더불어민주당, 전남 목포), ▲강은미(정의당, 비례) 의원 등 총 11명입니다. 재벌 개혁,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노동 존중, 사회 복지, 평화 통일 분야에서는 우수의원을 선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국감이 맹탕 국감으로 치러지면서 국감 무용론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부실한 운영을 이유로 아무대책 없이 국감을 폐지한다면, 행정부의 문제점 드러내고 바로 잡을 중요한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국정감사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폐지가 아닌 개선논의가 필요합니다. 경실련은 국정감사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합니다.

첫째, 단기간에 수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중 상임위별로 캘린더식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상시국감’을 도입하고, 사안에 따라 국정조사나 청문회와 연계해야 합니다.

둘째, 소수정파 증인채택 인정과 증인 불출석, 위증, 정부의 자료제출거부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합니다. 국회 무시 행태에 대해 예산삭감이나 주무 장관 해임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국감 사후검증 제도를 철저히 실시하여 앞으로 각 기관별 국감은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여부 검증부터 시작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입법·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하여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입법조사처가 국감 사후조치 이행여부의 조사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방안입니다.

이처럼 제도개선을 하더라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의원들의 철저한 반성과 노력이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실련은 국회가 합리적인 의정활동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감시와 정책제안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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