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창작만화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관리자
발행일 1999.10.11. 조회수 2619
사회

Ⅰ. 들어가며


  일본만화영화가 국내만화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유아에서 중․고등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일본만화에 길들여져있는 지금, 국산만화영화의 제작방영에 대해 국산만화업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MBC의 ‘라젠카’와 KBS의 ‘녹색전차 해모수’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의 국산만화가 대부분 전래동화쪽에 기반을 두었던 것에 반해 이 두편의 만화영화는 모두 공상과학이란 새로운 장르를 취하고 있고 세계시장 진출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특이하다. 또한 캐릭터와 아이디어상품 개발 등 고도의 부가가치전략이 병행되는 것도 기존의 TV만화영화에서는 보기힘든 현상이다.


  수입만화영화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를 투자해 제작한만큼 많은 정성을 들였겠으나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내용면이나 화면과 대사에 있어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더더욱 정서면에 있어서나 내용면에 있어서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은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위험하고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문제에 수시로 부딪히고 있다.


  아직 가치관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그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화가 우리아이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국산만화영화산업계의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원하며 미흡했던 점 몇가지를 간추려 보고자 한다.


Ⅱ. 모니터 기간 : 1998.2.6~1998.2.22


Ⅲ. 대상 프로그램


● 라젠카(MBC 일 오전 8시~9시)
● 녹색전차 해모수 (KBS 2TV 금 오후 6시 30분~7시)


Ⅳ. 분석결과


1) 줄거리


  ■ 라젠카


  만 7천년전 지구는 카로안종족이 지배한 고도로 발달한 카로안 문명이 달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그러나 지구 카로안의 지배에 반기를 들고 달식민지의 카로안이 전쟁을 일으킨다. 이전쟁에서 신비의 전투병기 라젠카가 사용되고 7년이라는 대전쟁으로 거대한 문명과 함께 카로안의 모든 것이 파괴된다. 다시 만7천년이 지나고 다시 지구에는 똑같은 암흑의 대전쟁이 시작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다시 부활하는 신화를 꿈꾼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변태종족 아트만은 총공격을 가하게되고 드디어 영혼기병 라젠카가 일어난다.


  ■ 녹색전차 해모수


  우주의 아름다운 별 테라는 7년간의 전쟁과 환경파괴로 푸른 모습이 사라지고 대폭발위기에 처하게 된다. 기계수리공 릭은 만능전차 해모수를 타고 테라를 구하기 위해 7개의 크리스탈을 찾으러 떠난다.


2) 등장인물


  ■ 라젠카 
   ․아    틴 : 전사의 아들. 악마의 자식이라는 주변의 오해로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을 지닌 냉정한 인물로 묘사된다. 
   ․리아공주 : 아트만이라는 악의 세력에서 제국을 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소녀. 사랑과 따뜻함을  가진 구원의 상징이다. 
   ․모노스타 : 반란을 일으키다 실패한 후 아트만에 전염되어 지오데카를 없애려는 인물. 권력지향적이고 야비하며 분노와 증오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비    타 : 모노스타의 부하의 비열하고 잔인하며 살인을 무차별적으로 자행하는 폭력적인 캐릭터이다. 
   ․로 비 나 : 부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있다. 선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면서 과격하고 남성적인 이미지 또한 갖추고 있다.


  ■ 녹색전차 해모수 
   ․릭   : 기계수리공으로 녹색전차 해모수의 소유자이다. 전쟁고아들을 동생으로 둔 용감하고 책임감있는 소년이다. 또한 동생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노동의 모습도 보여주어 어린이들에게 교훈적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굿포 : 지능형로봇이나 인간미를 갖추고 있으며 충성심과 아이들의 그릇된 생각을 고쳐주는 교훈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르토 : 릭과 함께 고아들을 돌보는 소년이며 모험심과 의협심이 강하다. 
   ․보라 : 릭과 함께 크리스탈을 찾아 떠나는 구원의 열쇠를 쥔 소녀


국산만화의 세계진출의 미흡함


  두 만화영화 모두 국산영화임을 강조하면서 해외시장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치고 한국적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우선 주인공들의 이름에서조차 한국적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라젠카, 아틴, 릭, 로토, 모노스타, 비타 등, 예외적 인물은 해모수의 보라 하나뿐이다. 또한 주인공캐릭터의 묘사 또한 우리 것이란 색채가 아주 미흡하다. 라젠카의 형태와 장식문양에 한국고유의 장군 복곡선과 전통문양이 응용되는 등 한국적 선과 색채가 시도되었다고는 하나 그것을 파악하기란 쉽지않다. 해모수 또한 화면글씨까지 영어일색이다. (EX. WANTED, BAKERY, CITY 등) 또한 중국인으로 연상되는 로비나의 부하는 작고 뚱뚱한 동양인으로 그려져 마치 동양인을 비하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공상과학만화는 무엇보다 모든 내용전개에 있어서 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한다.


  라젠카는 환경오염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주면서 SF라는 기치에 걸맞게 과학적인 접근과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소재의 폭이 깊고 다양하다. 시나리오와 디자인 작업이 순수한 창작과정으로 진행되 작품의 참신성을 강조한다. 화면도 느슨하지 않고 다양한 색채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해모수는 구성면에 있어서 매우 취약하다. 로봇이 전쟁 후 스스로 합체되어 인간을 지배할 정도의 지능을 갖게 되었다는 설정은 허황되고 비과학적으로 보여진다.(EX. 로봇들이 모여서 갑자기 경찰자 및 트럭으로 변신, 지배자 대왕로봇이 해모수의 몇번 공격으로 쓰러지는 장면 등.) 만화의 상상력은 가장 큰 힘이고 매력이나 어린이 수준에 맞는 과학성이 담보되어야 수준 높은 SF만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만화 산업 진출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만화는 대부분 극장 시장을 노려 극장용으로 많이 도전해왔으나 부진함을 면치 못했다. 실패를 닫고 우리는 저패니메이션을 모데로 삼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애니메이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텔레비전 시리즈물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연스럽게 물들어있다. 갸름하고 날렵한 선, 매혹적인 몸매의 주인공들, 잔인하고 폭력적 장면이 난무하는 화면 전개, 그 속에서 우리는 저패니메이션의 성공요인을 세밀히 파악하고 모방 속에서 참신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애니메이션을 창출해내야 할 것이다.


  즉, 저패니메이션의 성공요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우리 것으로 만듬과 동시에 탄탄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독자적인 캐릭터 발굴에 힘을 쏟아 우리의 아이들로하여금 우리 것에 눈뜨게 하고 나아가서 세계시장진출을 노려야 할 것이다.


성인용 만화와 어린이 만화구분의 필요성


  만화에도 대상층이 있다. 단지 만화라는 이유만으로 내용에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방되는 것은 옳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에만 18세이상 이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만화이지만 실제 드라마보다 훨씬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펼쳐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만화는 상상의 나래를 얼마든지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젠카의 내용을 보면 이 만화는 도저히 유아나 어린이들을 주시청자층으로 삼을 수 없다.


  우선 주제가를 보자. 돌과 암벽으로 둘러싸인 황폐한 자연환경, 폐허가 된 도시의 배경과 함께 긴장/공포/불안심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드의 폭력적인 장면과 비속어가 주를 이루는 대사는 어른들에게조차 귀에 거슬릴 정도이다. (EX. 반란군 대장 모노스타의 부하 비타에 대한 폭행, ‘바보같은 놈’ 등의 폭언, 리아공주를 잡아오지 못하자 얼굴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 또한 따귀를 맞고 폭언을 당해도 권력에 복종하는 비타의 맹목적인 복종모습은 성인들의 세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초중학생을 겨냥했다면 문제가 심각하지만 18세이상을 대상으로 한 만화라면 대상, 소재, 구성 등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인류를 멸망시킬정도의 전쟁과 그후의 파괴와 황폐함을 전제조건으로 배경을 선정하고 있어 어린이에게 희망과 화해의 미래를 제시하기는커녕 파괴와 절망을 보여주고 있어 어린이에게 희망과 화해의 미래를 제시하기는커녕 파괴와 절망을 보여주고 있어 바람직한 줄거리라고는 볼 수 없다. (EX. 장시간의 폭파장면, 폐허, 황폐한 사막과 모래돌풍의 배경화면)


  이에 반해 해모수는 단순 경쾌한 분위기로 아이들 수준에는 무난하다고 보겠다. 주제가 또한 역경을 이겨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있어 어린이드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련히 떠오르는 기억’, ‘메마른 가슴’ 등 성인가요에서나 쓰는 가사는 어린이 만화에는 부적합하다고 보여진다. 내용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고 단순하며 주인공들의 묘사또한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눈,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는 밝은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어 오히려 10대 이하나 초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보여진다.


폭력이 주를 이루는 어린이 만화


  폭력적인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냉소적이며 비판적인 대사와 함께 욕설또한 빈번하며 잔인한 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피가 흐르는 장면, 얼굴에 물건을 집어던지며 ‘멍청한 놈들’이라고 외침) 뿐만 아니라 비타의 욕설 (‘빌어먹을’, ‘여우같은 계집’, ‘뭘 몰고 앙탈이냐?’) 등은 아무리 내용상 필요한 것이라고는 하나 너무나 빈번하게 들어가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폭력장면은 어디에서나 문제가 되고 있다. 어디까지가 내용상 필요한 것이고 어디까지는 폭력적이지 않다고 선을 긋는 것은 참으로 애매모호한 일이다. 물론 라젠카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주면서 폭력에 대한 부당한 점과 함께 나쁜 것이란ㄴ 것 그러니 폭력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르 아이들에게 은영중에 담고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리란 보장은 없다. 아이들은 생각하기 전에 행동을 먼저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오기전에 폭력적인 것이 먼저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해보수는 폭력적인 장면을 담고는 있지만 참으로 우호적이다.


  해모수에서는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은 없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잔인하게 close-up해 보여주지도 않는다. 메리헌터 또한 산적들에게 총을 쏘아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총을 떨어뜨리게끔 손을 향해 쏜다. 물론 폭탁으로 인해 건물이 부서지고 차가 폭발하는 장면 등은 빈번히 나온다. 하지만 행동묘사에 있어서도 잔혹한 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격투나 그물 대포 등 폭력의 수위가 약한 편이다.


부정확한 내용 전달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절망적이고 회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것은 경고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는 하나 그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두만화 모두 환경오염에 대한 두려움과 환경보전의 당위성 그리고 전쟁의 황폐함과 비극적 종말을 우회적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해모수> 중 로봇도시의 로봇이 굿포에게 한 말 ‘인간들은 욕심장이이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 필요 없으면 마구 버리고 해체하는게 인간이야. 전쟁도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일어날 것이다’란 말은 이기적이고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있는 우리 인간을 아주 매섭게 꼬집고 있다. 반면에 이기적인 인간인 릭이 위험을 무릅쓰고 로봇인 굿포를 구하러 오는 장면에서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성과 줄거리의 진행이 단순하고 허술하여 억지로 구원 메시지를 끼워 넣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라젠카의 내용은 허황되지 않고 상당히 근거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내용이 너무나 절망적이고 회의적이어서 배경이나 폭력장면 등이 경고보다는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심어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또한 수없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인간의 존엄성 내지는 생명에 대한 경의감을 보이지 못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힘센 남자 약한 여자


  내용면에 있어서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라젠카는 특히 선과 악의 세력으로 양분화된 인물들만을 그리고 있으며 충성과 반항심의 사회 구조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선/악이 맹목적 대립구조는 어린이들에게 두가지 모습만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좁게하고 고정화된 선입견만을 심어주게 된다. 또한 모노스타의 권력에 대한 소유욕이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타의 권력에 대한 복종도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왜곡된 권력의 어두운 면만을 보여주어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인류의 평화를 지키는 소년전사와 무적의 로봇의 등장과 활약 등의 SF만화의 고정적 구성요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갈등-대립-파괴를 극의 긴장요소로 이용해 감각적 흥미만을 어린이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른 세계가 갖는 왜곡된 논리는 어린이 프로에는 지양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적이기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논리로 적과 우리편의 이분법적 판단 기준만을 어린이 만화가 제시하는 것은 문제점이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만화가 그러하듯이 나라를 구하는 힘의 주축은 남성이고 여성은 그일의 보완적 요소이거나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남성 우월주의가 두 만화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라젠카의 로비나는 남자 부하들을 거느린 여자이면서도 과격하고 억센 남성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옷차림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매우 선정적인 모습을 내보내고 있으며 샤워하는 그림자를 비춰주기까지 한다. 도대체 내용상 어디에 필요한 장면인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단순히 여성을 한숨돌리기식의 눈요기거리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라젠카의 리아 공주나 해모수의 보라 또한 여성의 고정적인 관념을 깨고 있지 못하다. 아틴은 항상 공주를 ‘둔한 계집’, ‘너같은 계집애’로 비하해서 표현하며 공주는 ‘사랑의 힘’을 지닌 구원의 여성적 역할만을 보여주고 있다. 보라 또한 짧은 치마와 긴머리로 여성상을 강조하고 있으며 남자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캐릭터로 부각되고 있다.


Ⅴ. 개선 방향


  어느 나라보다 많은 만화 숙력인력, 급증하는 예비 만화가들 폭넓은 사회적 관심 등의 측면을 보면 분명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앞날은 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불모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산업적, 문화적 숙고 없이 싼값에 저패니메이션을 무더기로 수입해온 방송사와 이를 묵인하고 지원해준 정부, 그리고 그 이윤에 눈이 멀어 하청작업에만 몰두했던 애니메이션 업계가 바로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 챙길 때가 아니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리고 자라나는 우리 신세대들을 위해 수입 일색인 만화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할 때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KBS<녹색전차 해모수>, MBC<라젠카>가 순수 우리 창작물이란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두 만화가 모든 면에서 만족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을 바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몇 가지 부족한 점을 일깨워 보다 나은 역작을 기대하며 몇 가지를 지적해 본다.


  우선 두 만화 모두 세기말적이고 회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희망과 밝은 정서를 키워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는 역부족이지 않았다고 본다. 거의 모든 배경이 전쟁과 폐허, 회색으로 처리된 암울한 배경 장면 등, 앞날에 대한 경고를 일깨워 주기보단 먼저 아이들에게 폭력과 미래에 대한 암을함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물론 수출용이기에 국내에 국한된 주제보다 더 다양한 아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도로 이런 내용전개가 필요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앞날을 위해 폭력물은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꼭 폭력적이고 잔인한 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서로 따스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정서가 담긴 주제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예 또한 수없이 많다. 아직 가치관 형성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폭행장면, 어른 세계의 암울한 분노와 증오의 대립된 이해관계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또한 공상과학 장르이면서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엉성한 점을 많이 보이고 있어 정말 아쉽다. <녹색전차 해모수>는 특히 단순한 상황묘사로 과정이 없는 결론만을 보여주어 메시지를 뒷받침 못하는 안이하고 허술한 스토리 구성으로 만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녹색전차 해모수>의 특이한 점이 한가지 있다면 로봇<굿포>의 모습과 로봇들의 행동들이다. ‘굿포’는 여느 로봇과 달리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기계라고 볼 수 없는 눈웃음과 부드러운 움직임 주인공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는 장면 등은 도저히 로봇이라고 볼 수 없다. 사람의 명령으로만 움직이는 기계에 생명감을 주어 물건의 소중함을 모르고 생명없는 것에 대한 사랑이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만화는 분명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밝은 경제전망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단순한 만화만 아니라 캐릭터산업으로 결합하여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고 이러한 점 때문에 새 정부도 만화 산업의 육성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산업의 기반이 되어 더욱 증가할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논리에만 치중한 만화는 마치 일본이 폭력, 선정만화처럼 감각적 흥미만을 앞세운 질낮은 만화를 양산해내게 된다.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와 화려한 영상에만 질적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각계각층에 맞는 수준높고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담은 내용의 완성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폭력 SF를 탈피한 다양한 창작만화의 소재개발(통일문제, 환경, 역사 등 전문만화)이 필요하고 파괴와 허무, 죽음의 세기말적 우울한 가치관이 아닌 밝고 희망적인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고 인간존중과 화해를 통한 건강한 정서를 담아내는 주제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폭력이나 파괴를 상징하는 붉은색 위주의 원색보다는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배경과 화면구성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만화산업발전을 위해 대상과 계층에 맞는 만화소재와 내용을 좀 더 세분화하여 기획되어야한다고 본다.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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