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등록, 공개와 심사제도를 개선하라!

관리자
발행일 2000.02.10. 조회수 2935
정치

  새 정부 출범 이후 신규로 임용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재산상황이 공개되었다. 1983년 공직자윤리법의 제정으로 도입된 공직자 재산등록제도는 군사정권 하에서 10년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다가, 1993년 김영삼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재산등록상황을 공개하도록 제도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공직자로 하여금 공직을 남용한 부의 축적 등을 자제하는 제도적 견제장치의 기틀을 마련하고, 불법하게 과다한 재산을 형성한 일부 인사를 공직에서 축출하는 등 지난 5년간 다소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인하여, 공직자 재산등록.공개 및 심사제도가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당초의 취지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의 일단이 정경유착과 구조적인 공직부패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적 위기상황의 타개를 위해서도 공직자 재산등록.공개제도의 투명하고 내실있는 운영을 촉구한다.



  첫째, 공개대상자가 아닌 등록대상자는 소속기관에 설치된 공직자윤리 위원회에서 심사함에 따라 [제 식구 봐주기] 식의 부실심사가 우려된다. 특히 윤리위원회의 구성원 중에는 재산등록 또는 공개의 당사자인 공무원이 포함(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된 위원회는 9인 중 4인, 하급기관에 설치된 위원회는 5인 중 2인)되어, 심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심사기간이 3개월로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심사를 담당하는 실무인력은 기관별로 2명 내지 5명에 불과하여, 심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지난해 국회에서는 금융자산 조회대상자가 너무 많아서 등록재산 30억원 이상, 미성년자 1인당 1,500만원 이상 등 일정기준에 해당하는 자만 금융자산을 조회하였다. 더욱이 윤리위원회를 재산심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법률, 금융, 조세,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막연하게 "학식과 덕망을 갖춘 자"로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든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지난 5년간 25만 8,532명의 재산등록.공개자에 대해 해임 2명, 징계 10명, 과태료 부과 2명, 경고 108명 등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온정적인 심사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따라서 윤리위원회의 구성원에서 공무원을 배제하고(실무적으로 필요하다면 간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 1명을 배정), 심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원을 충원해야 한다. 또한 3개월 간의 시한부 심사와 실무인력의 부족에 따른 심사의 형식성을 극복하기 위해, 감사원이 제안한 것처럼 감사원으로 하여금 재산등록상황을 감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보완적 통제(compensatory control)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감사원 직무감찰권의 정당한 행사이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한이나 공직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직무상 독립성이 없는 행정자치부가 공직자 재산등록업무의 기획, 총괄기관으로 지정됨으로써, 정무직 및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심사가 왜곡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처럼, 공직자에 대한 직무감찰을 전담하는 감사원이 재산등록업무를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이면서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행정자치부보다는 정치적 외압을 견디기에 낫다고 판단된다.



  또한 등록 및 공개대상자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 등을 포괄하므로 행정자치부가 공직자윤리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조직원리 상으로도 부적절하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설치된 265개 위원회 운영의 일관성, 공정성, 형평성을 도모하는 총괄기능을 강화하여, 등록재산의 누락과 축소에 관한 고의, 과실의 판정기준의 기관간 편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현행 제도는 직계존비속 중 피부양자가 아닌 자는 사유를 명시하여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생계를 달리 하는 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의식한 것이며, 또한 선출직 공무원은 선거기간 중 고지거부에 대한 논란의 가능성이 고지압박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차명 금융계좌, 부동산 명의신탁 등에 대한 통제장치가

  미흡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고지거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개된 재산의 구체적인 내역보다 재산의 총액과 순위에 더 관심을 갖는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고지거부제도는 직계존비속의 재산까지 성실하게 등록한 자와 고지를 거부한 자 사이의 형평성도 저해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재산공개에서 아들들의 재산을 고지거부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지금처럼 재산상황에 대한 심사만 할 것이 아니라, 재산의 형성과 취득과정에 대하여도 엄격한 심사가 뒤따라야 한다. 부동산 투기 여부 등은 도덕성에 관한 문제로서 서류심사 만으로는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적어도 주민등록 위장전입, 주식투자가 금지된 특정 공무원의 불법 주식투자와 같은 불법행위는 가려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고위공직자에 대하여는 변칙 상속 및 증여, 미등기 전매 등 납세의무와 관련된 사안도 충분히 심사해서 국민에게 개혁을 주문할 자격이 있는 인사인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199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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