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1.12.17. 조회수 2512
사회

지난 12월 14일 보건복지부가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시행을 검토할 것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발표되었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구성된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보건사회연구원, 민간보험회사 등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만을 포함하여 구성되었고 논의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운영되어 왔다. 그 연구팀이 제안한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부가 재정대책이라는 허울을 씌워 공보험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보험은 OECD 가입국 중에서 보장범위와 수준 그리고 공공재정 부담의 비중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고 있는 다른 국가의 경우 공보험의 보장범위와 수준에 있어 매우 충실한 조건이라는 것을 정부당국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 공보험의 강화는 커녕 공보험이 해야 할 역할조차 민간의료보험에 떠넘기려는 것은 정부가 공보험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전하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1.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재정문제의 근본적 대책이 아니며 오히려 보험재정의 부담과 국민부담만 더욱 가중될 것이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재정대책의 일환으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으나 재정적자와 재정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은 결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향후 보험재정 지출을 더욱 늘어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짚어야 하겠다.


보건복지부의 논리는 공보험의 부담을 민간보험이 분담함으로써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처럼 심각한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그 동안 과도하게 인상되어 온 수가에 기인하였다는 것이 최근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의 의료기관경영수지분석연구에 의해 입증되었다. 재정문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불보상체계의 비용절약적 개혁, 그동안 과도하게 책정되었던 수가의 인하, 허위/부당 청구의 근절, 의료기관에 대한 실사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본질적 대책을 외면한 채 민간의료보험을 내세워 국민에게 부담을 다시 전가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자신의 책무를 스스로 내동댕이치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수가, 지불보상체계 등 재정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민간의료보험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분명한 오산이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중산층이상 가입자의 고비용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급증하여 공보험의 지출도 따라서 늘어나게 될 것이 자명하다.


2.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여 비급여항목과 본인부담금에 대해 보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정부는 이제 더 이상 공보험의 급여확대와 높은 본인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공보험과 경쟁적 관계에 있지 않는 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관건은 공보험의 보장범위와 급여수준에 달려 있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보험사, 의료기관, 보건복지부 관료 등은 필사적으로 공보험의 보장범위와 급여수준이 낮아지게 하거나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급여범위를 축소하고 본인부담을 가중시켜온 과정과 올해 12월말로 예정되었던 MRI 등의 급여전환 일정을 재정부담을 핑계로 무기한 연기한 것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주장하는 측의 이러한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공보험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국민의 편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단히 우려스럽다.


3.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빈부의 격차에 따른 양극화를 부추겨 사회보험이 추구하고 있는 사회의 연대성 실현과 통합성 강화에 결정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은 이윤추구를 우선적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위험발생확률이 낮은 가입자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부담능력이 있는 고소득 중산층은 민간의료보험에 의한 개인적인 보장을 통해 최신시설을 갖춘 고비용의 의료서비스를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고 위험군인 서민계층과 저소득층의 경우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절대적 능력도 부족할 뿐더러 민간보험회사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 서민계층과 저소득층은 현재의 열악한 공보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고 중산층이상의 고소득층은 사적 보장에 의해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 사회보험을 통해 추구해온 사회 구성원간의 상호 부조와 연대성의 실현이라는 근본 정신을 파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가입자, 기업에 대한 소득세, 법인세 공제 등의 지원은 고소득층,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특혜를 주는 소득 역진적 조치로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경실련은 정부가 공보험의 보장수준과 급여범위를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서민계층과 저소득 계층이 질병으로 인해 가계파탄에 이르거나 높은 본인부담으로 인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실질적인 보장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보험 강화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또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라는 편법적인 방안을 철회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기를 촉구한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