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양적,질적 측면의 동시 성장을 위하여

관리자
발행일 2009.11.20. 조회수 511
칼럼

교육개혁-양적, 질적 측면의 동시 성장을 위하여


 



박정수(전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의 문제는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고비용, 고투자, 저효율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돈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 성과중심, 그리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체계를 견지하기 보다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체계가 견고하게 유지됨에 따라 발생한 문제로 생각된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3.8%로 50∼60% 수준인 미국과 일본을 훨씬 뛰어넘는 과잉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시 개인의 적성과 특성은 무시되고 천편일률적인 진학으로 대학도 경쟁압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며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전문계고, 전문대학의 일반고, 일반대학과의 차별성, 특성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는 격차가 있는 물리적 교육환경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취학률의 상승과 더불어 교사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등의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선진국의 교육환경과는 아직도 일정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바, 교사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교육비 공히 OECD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교육환경의 개선과 객관적인 학업성취 지표(ex. PISA, TIMSS)는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학업에 대한 흥미와 학습시간 대비 성취도를 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 국내 15∼24세 학생의 일주일 학습시간은 49.43시간으로 OECD 평균(33.92시간)보다 15시간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투입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고 만족도도 바닥 수준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 부족과 사교육의 팽창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그 결과 사교육의 비중이 높고 해외유학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0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08년 현재 과외비는 총 20.9조원, GDP의 약 2.0% 규모로 추정된다. 학벌과 학력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화 신호기제가 작동하는 경우 당연히 과외 수요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교육문제가 노동시장과 괴리되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투입과 산출간에 부조화(mismatch)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결국 교육자원 투입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수요자의 불만을 낳고 있으며 교육격차는 결국 소득격차로 나타나는 문제를 우리는 더 이상 방기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 단계별, 영역별 정책이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창의적이며 사회적인 교육이 되기 위한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유아교육 및 보육사업의 재정 지원 합리화 및 효율화가 필요하다. 프로그램별 지원 방식, 아동별 바우처 방식을 확대해 수요자 중심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유치원 바우처 도입은 관련 학교제도 개혁과 연동하여 추진하며 사립기관의 보육료 현실화 및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현행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기술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체제를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운영체제로 통합하고 재정확보 및 배분 방식도 중장기 시계에 단일화해야 한다. ‘교육자치-일반자치의 연계 강화’를 위한 제도개혁 일정과 연동하고 구체적인 운영 모형은 지역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개혁이 시급하다. 국가교육목표 중 하나로 학교교육을 통해 자기존중감을 높여주는 것을 설정해 긍정적 자아관,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한편 국가 수준에서 국민의 최저 학력을 보장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질 관리해 나가야 한다. 교과 특성별 수업 방법을 실시해 학생이 글 쓰고 교사가 고쳐주는 국어 수업, 실험 관찰하는 과학 수업, 조사 토론하는 사회 수업 등 교과 특성에 맞는 수업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학생의 교사수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점진적으로 자립형 사학을 확대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은 공립학교로 집중함으로써, 저소득계층 자녀에 대한 실질 투자가 증대되도록 중장기시계에서 추진해야 한다. 행정구역개편과 맞물려 시도교육청의 중역화도 장기적으로 검토하며 지역교육청은 학습 지원 센터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에 있어서는 기관 중심 지원에서 개인 중심 지원으로 지원 패러다임을 전환해 국공사립간 엄격한 구분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엄연히 국립과 사립이 2:8로 공존하는 현실을 직시해 국립대는 국립대답게 특성화하고 법인화를 통해 지배구조를 보다 책임성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관 지원을 최소화하고 장학금 및 연구비지원을 대폭 확충해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은 자율적이고 시장친화적인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는 촉매적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대학의 노동시장과의 연계강화를 위해서는 권역별 대학원 중심 대학의 특정 과학기술분야를 지정하여 관련 지식의 사업화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의 우수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환경조성 및 기업 연구원간 연계 활성화 기반 구축에도 앞장서야 한다. 중소기업이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대학 내 공간에 기업연구소를 집적화할 필요가 있다. 생산거점과 연구거점이 떨어져 소통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산업단지 내 대학이전과 본 사업을 연계 대학 내 연구기반 시설을 중소기업 연구마을에 함께 조성하여 기업들이 공동 활용하도록 추진한다. 대학 내 입주한 중소기업 부설연구소에는 대학 재학생들을 연구원으로 거주시켜 중소기업의 연구 활동을 지원함은 물론, 학생들의 현장체험교육을 증진할 수 있다. 아울러 대학을 지방 소도시와 연계하여 담이 없는 대학도시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문화, 교육시설을 지역 소도시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지역의 문화, 교육수준을 향상시키고 대학의 입주는 유동인구의 증가로 지방 소도시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으며, 지역 소상공인들도 경제적으로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과 도시의 융합은 대학 구성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축소하고 생활만족도를 높여 대학 자체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학자금 융자 확대 및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학자금 지원을 현재의 공급자 위주에서 시장친화적인 지원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소득연계 학자금대출 방식을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교육비 관련, 중장기 세제 개편을 통해 간접세의 비중을 낮추고 직접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위한 연구 및 통계 인프라를 강화하며 해외 기관을 포함한 관련 연구기관, 부처와 공동으로 가계특성별 교육비 실질 부담비중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모형을 개발하고, 관련 통계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교육 수요를 제도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준공립화되어 있는 사립학교 체제를 자율화하여 장기적으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의 경쟁체제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과후 학교를 대폭 확장하며 나아가 입시제도와 학교의 기능을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대학입학 사정전담 기구의 안정적 운영 지원을 통한 대학입시제도의 다양화 및 자율화를 정착시키고 대학정보 공시제도 안착을 통한 교육시장의 정보제약을 해소해야 한다.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이 연계된 통계 DB를 구축해야 함은 물론이다.


 


 


<약력>
전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현 이화여자대학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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