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에 반하는 포이즌 필 도입을 반대한다

관리자
발행일 2010.03.02. 조회수 2001
경제

시장경제에 반하는 포이즌 필 도입을 반대한다


- 재벌 총수 등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악용되면서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과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 -



 오늘(2일) 국무회의는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이사회 구성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정관에 따라 발행할 주식의 종류와 수, 행사가액과 기간, 행사조건 등을 정해 신주인수선택권을 무상으로 부여하도록 했다. 정부는 개정안 의결과 관련, ‘적대적 기업인수합병의 공격 법제와 방어 법제 사이의 균형을 이뤄 매수자와 대상자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방어에 기업 역량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경실련은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재벌 총수 등 지배주주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포이즌 필 도입은 기존의 재벌 총수 일가에게 경영능력과 무관한 방패막이를 제공하여 사실상 재벌 총수들의 지배권을 영구 보장하는 ‘재벌특혜 정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힌다. 아울러 정부는 더 이상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정한 공정경쟁과 투자촉진을 위한 정책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마치 포이즌 필을 도입하지 않으면 당장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제물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 사례는 16차례 정도로 그 숫자 자체가 미미한 상황이며,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법제도상으로 보장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순환출자가 가능한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적대적 인수합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며, 더욱이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을 받게 될 경우 계열회사 또는 계열 비영리법인들의 내부출자를 통해 더욱 손쉽게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이 투자 부진의 원인이며 투자촉진을 위해 포이즌 필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 부진의 원인은 경영권 위협보다는 불확실한 투자 환경과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기업경영 행태 등 다른 요인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잇달아 규제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투자촉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정부의 주장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기업 인수합병은 그 자체가 해악이 아니다. 경영권 경쟁이나 부실기업에 대한 인수 합병 시도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에 기여함으로써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순기능의 역할 또한 가지고 있다. 특히 독립적인 사외이사나 기관투자자에 의한 적극적인 경영감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재벌 총수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 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포이즌필이 도입된다면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기업소유주나 경영진 및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및 외국인 투자위축과 주가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 주주들의 이익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시장 전체의 활력이 떨어져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포이즌 필 도입은 시장친화적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반시장정책이며,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온 개방과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다. 정부가 포이즌 필 도입 필요성을 위해 밝힌 이유는 그동안 재벌이 요구해온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며 논리적 타당성이나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포이즌 필이 시장경제의 효율성, 기업가치, 국외투자 유치 등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가 1년여 만에 말을 바꾼 것은 정부의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위해서는 오히려 적대적 인수합병 또는 기업지배권 시장을 적극 활성화하여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남아있는 전근대적인 재벌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탄력 있게 진행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현실을 왜곡한 채 재벌 총수 등 대주주의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해 내놓은 포이즌 필에 대해 국회가 절대로 도입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을 요구하며, 향후 포이즌필 도입 저지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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