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거품을 빼자 - 판교 신도시의 그늘(下)

관리자
발행일 2006.01.11. 조회수 2523
부동산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 부동산 '거품'을 빼자)


 


판교신도시 택지개발은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정부가 거둬들이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제대로 쓰이는지 국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택지개발도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체계적인 감시체계 또한 거의 없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택지개발이 ‘땅장사’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 와중에 고통받는건 집 한채 장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서민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분양가와 집값 때문에 내집마련의 꿈이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개발거품 나눠먹기=택지개발은 땅값을 상승시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 정부는 원주민의 땅을 싸게 수용한 다음 공공택지로 만들어 건설업체에 판매한다. 여기서 정부나 토지공사 등 공기업이 1차 개발이익을 차지하는 것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그 이익금이 최소 4조원이다. 매입 과정에서 투기꾼 세력이 끼어들어 이득을 챙기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차적으로 주변 땅값의 절반 정도에 땅을 받은 건설업체는 높은 분양가(주변시세 120%)로 아파트를 판다. 건설업자도 대규모 개발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말이 ‘로또택지’다. 당첨만 되면 수백억원의 불로소득을 얻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 등 2000년 이후 개발된 택지지구에서 건설업체가 챙긴 분양수익이 7조원을 넘는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건설업체는 로또택지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개발회사를 경쟁적으로 만든다. 또 로비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받는다. 시공도 하지 않고 공공택지를 되팔면서 거액의 웃돈을 받거나(경향신문 2004년 10월2일자 11면 보도) 국정감사 때마다 택지개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실련 김성달 부장은 “택지개발 과정에서 거품만 제거해도 분양가를 지금보다 3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땜질처방=개발거품의 사유화가 문제되자 정부는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원가연동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땅값을 규제함으로써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보듯 그 실효성은 낮다. 판교신도시에서도 원가연동제가 적용되지만 이미 평당 분양가는 1천만원(전용면적 25.7평 이하)을 훨씬 넘어섰다. 원가연동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건축비(표준건축비)를 높여놨기 때문이다. 2004년 평당 2백20만원에 불과하던 표준건축비는 지난해말 동탄에서는 4백40만원까지 치솟았다. 1년여 만에 2배가 오른 것이다.


한편 감사원은 2002년 말 건교부에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최고가 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기존 로또식 방식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없는 잘못된 규정’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은 대책회의에서 이를 유보시켰다. 결과적으로 공공택지는 건설업체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남게 된 것이다.







◇검증시스템 없는 사업진행=이렇게 발생한 개발거품의 규모나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건교부는 개발이익을 기반시설 투자나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용내역이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판교신도시의 경우처럼 개발이익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개발이익을 임대주택 지원비로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상당 비용을 자신들의 차후 사업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토지공사 등에 토지공급이 독점화되어 있어 공급가격(매출액)은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토지공사는 구리토평지구에서 임대아파트·공공시설용지 등을 원가보다 비싸게 팔아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발생한 순이익이 수천억원에 이르자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객관적인 감시시스템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이 거의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 동의 과정이 필요없다. 이에 따라 사업의 경제성이나 타당성 또한 제대로 검증하는 제도가 없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정부, 공기업, 지자체, 정치인, 건설업자는 개발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를 더욱 확대재생산한다”면서 “그러나 사업규모의 적정성, 이익사용의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검증시스템은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들은 항상 불안=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의 목적은 서민주거 안정이다. 이러한 공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초헌법적인 사유지의 강제수용이 가능하고 그린벨트 훼손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택지개발에서 그 효과를 본 곳은 없다. 반면 수요자들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해야 한다. 이마저도 투기꾼의 밥이 되기 일쑤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1억원짜리 사업을 해도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업계획을 세우게 마련이지만 정부의 개발사업은 송파신도시나 판교신도시처럼 필요할 때마다 졸속으로 이뤄진다”면서 “체계적이고 투명한 사업계획, 개발이익의 사회적 공유, 택지공급의 독점화 해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거안정은 요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실련-경향신문 공동기획 ㅣ기획취재부 오광수·박재현·임영주·김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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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02-766-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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