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위한 토크 - 토크 不在의 토크쇼

관리자
발행일 1999.10.11. 조회수 2988
사회

1. 들어가며


모든 방송매체는 기본적으로 말(언어)이 그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영상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대이지만 말이 부재하는 방송은 존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순수한 구어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텔레비전 토크 프로그램에서의 말, 즉 토크(talk)는 프로그램 전체의 質的 차원의 위치를 구분 짓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토크프로그램의 여러 갈래 중에서 개그나 노래, 춤 등이 혼합되어 흥미 위주로 구성되는 것이 토크쇼인데 현재 방영되고 있는 토크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KBS2 의 서세원 쇼와 SBS의 김혜수의 플러스 유를 모니터 대상으로 삼았다. 두 프로그램은 토크 프로그램의 부재 속에 그나마 쇼 형식을 차용한 토크 프로그램으로 심야 시간대에 꽤 높은 시청률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2. 분석내용


모니터 한 내용들을 분석하기 전에 앞에서 언급한 토크 프로그램에서의 말(talk)의 중요도를 한번 더 상기하면서 이 언어(言語) 구사에 있어서의 진행자의 자질과 태도, 그리고 토크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구성(포맷)의 문제들을 모니터링의 중심 시각으로 삼았음을 밝혀 둔다.


가. 진행자에 관하여


두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서세원씨와 김혜수씨가 각각 개그맨과 탤런트라는 이유만으로 진행자의 자격에 미달한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단지, 우리나라 현재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 중에서 전문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라고 내세울 만한 사람이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회의에서부터 진행자의 자질 문제는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근본적인 회의의 결과는 우리나라 현재 방송계에선 토크 프로그램 전문 진행자라고 내세울 만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정 하에서는 모니터링의 여지가 없게 되므로 그나마 개그맨과 탤런트가 진행하는 토크쇼이지만 그들에게 나름대로의 진행자로서의 요건들을 덧씌워 살펴보려고 한다.


서세원 쇼는 서세원씨 혼자서 단독 진행하는 방식으로, 개그맨으로 잔뼈가 굵은 그가 보여주는 순발력과 말의 재치는 프로그램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그맨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며 유행어나 난발하던 서세원씨가 나이가 들어 갈 수록 원숙미를 가지면서 개그맨으로서의 자신의 개성을 안으로 감추는 대신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녹아들어 가 있다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출연하는 게스트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단순히 진행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줄 아는 여유는 부릴 줄 알았다.



이에 비해 플러스 유에서의 김혜수는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는 서세원에 못할 바가 없었지만 김혜수씨 그 자신이 지닌 탤런트로서의 재능과 미모, 젊음이 충만하다 못해 출연한 게스트들까지 덮어 버리며 오로지 프로그램 처음과 마지막엔 김혜수만이 남아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진행자 자신이 조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옷을 두세 번씩 갈아입으면서 까지 더욱 더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하는 모습은 토크쇼 프로그램 진행자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완전히 접어 둔 채, 오로지 인기인에 연연해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유지시켜 나가야만 하는 방송사측 제작 여건을 보여 주는 듯 하여 씁쓸했다.      


두 진행자들이 게스트에게 질문하고 그들에게서 무리없이 대화를 이끌어 내는 능력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초대된 게스트들의 자질에 따라 대화의 내용들이 經,重을 달리하고 게스트들의 입심에 의해 대화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혹은 어색하고 답답하게 보여 지는 것은 어떤 종류의 게스트들이 초대되어도 그들로부터 자연스런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진행자의 여력이 부재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리라.


진행자들이 게스트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내용과 종류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이 문제는 프로그램 전체 구성과도 무관하지 않으나 우선 먼저 언급하기로 하겠다.


초대되는 게스트들의 부류가 각양각색인 만큼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나 대화의 내용도 분명 달라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대 손님들이 각양각색이라고는 하지만, 연예계 잘 나가는 스타군단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결국 한정 되어 버리므로 그들과의 대화나 질문도 당연히 그들의 최근 근황 소개나 자료화면, 깊이가 없는 가쉽들을 건드리는 정도에 머무르고 말았다.


나. 구성상의 문제점


프로그램 구성상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을 짚어 보겠다.


서세원 쇼는 1부,2부로 나뉘어져 각각 1시간씩 두 시간을 방영하고 있다.


1부에서는 주로 연예계 스타와 방송, 예술 문화계 쪽의 부부들을 초대하여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2부에서는 집단 토크 형식으로 연예계에서 입심 좋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한가지 주제를 정해 그것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1부에서 먼저 초대된 게스트와 뒤에 나올 게스트 출현의 그 틈새에 <공부합시다>라는 코너가 있다. 서세원씨가 밤거리로 나가 여러 가지 상식적인 질문들을 행인들에게 던지는 코너인데, 이 코너 자체만으로는 별 무리가 없으나 전체적인 토크쇼 프로그램 안에서는 겉도는 듯한 느낌이다.


<아름다운 연인>코너에서는 부부가 출연하는데 부인이 만든 음식을 남편이 알아 맞추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부부간의 애정도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구성이라지만 그 효과에 크게 미치지 못할뿐더러 차라리 그럴 바에야 더 심도 있는 질문과 대화들을 통해서 초대된 부부들의 담아 놓은 속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토크쇼적인 구성이 아닐까 싶다/.


2부에서의 집단 토크라는 발상 자체는 참 신선하게 보였다. 토론 문화가 극히 열등한 우리 나라의 문화적 환경에서 여럿이 모여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것은 꽤 힘에 부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 잘하는 연예인들 덕택인지 한시간여를 무리 없이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몇 가지 개선할 점은 보였다.


< 토크 왕중왕>을 가려냄으로써 출연자들의 열변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그들이 쏟아 낸 말들은 토론이라기 보다는 수다에 가까웠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민주주의적인 토론의 양태를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에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토론의 주제는 사회적인 이슈를 담고 있는 꽤 무거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 공중도덕, 금전(돈) 등..) 토론에 참석한 연예인 출연자들의 여과 없는 수다와 농담과 잡담 때문에 주제가 제공하는 생각거리들은 사라지고 토론의 자리엔 즐거운 오락만 범람하고 있었다. 연예인들이 토론자로 나오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분명한 주제의식을 보여 줄 수 있는 진정한 토론장으로써의 기능을 가지기를 바란다.


김혜수의 플러스유는 서세원 쇼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구성의 재미를 보여 주었다. 


특히 <직설화법> 코너에서는 게스트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로 약 5분여 동안 강의를 하는 형식으로 그들의 인생관이나, 가치관 등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방송, 연예인들의 신변 잡기나 들을 수밖에 없는 토크쇼의 현실에서 그들의 내면에 깔린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다.


다. 자막처리에 관하여


두 프로그램 모두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써 자막 처리의 문제를 말하고 싶다. 


현란한 자막처리는 일본의 텔레비전 방송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각종 쇼 오락 프로그램에 즐겨 차용하고 있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유행의 흐름이라고 한다지만 토크 쇼 프로그램에서만은 자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TALK라는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로 출연자들이 한 말을 중언부언 자막에 넣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일본을 제외한 외국의 여타 토크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했던 말을 다시 자막으로 보여주는 경우는 없다. 말하고 듣고 하는 것이 기본인 토크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듣는 것의 소중함, 귀기울임의 중요함마저 잊게 하는 토크쇼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3. 글을 맺으며


다시 서두로 돌아가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토크 프로그램이 없는 텔레비전 방송 현실에서, <쇼>의 형식을 빌려 <토크쇼>라는 모양을 갖추어야 그나마 시청자들이 눈을 돌려보는 토크 문화 부재의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런 토크쇼에 바라는 기대는 외려 크다.


많은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토크 프로그램 전문 진행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시청자들의 여론과 공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식과 지식과 정보의 폭이 넓은 TV상자 안의 토크 공간을 기대해 본다. <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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