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비정상화의 정상화’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관리자
발행일 2014.04.08. 조회수 1777
스토리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제시한 국정운영 방향 중 하나가 ‘비정상화의 정상화’이다. 이는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비리와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거나 간과하면서 기준과 원칙이 무너지거나 왜곡된 것들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 한번쯤 왜곡되고 비뚤어진 것들을 바로 세우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국정운영 방향을 강조하는 것은 시점이나 필요성 측면에서 대단히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그 방향과 내용이 잘못 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화의 정상화의 기본은 법치’라고 말 한데서 알 수 있듯이 법질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노조와 같은 집단세력의 부분적인 과잉행동을 제어하는 도구로, 기업규제 완화 등 효율성만을 우선하는 논거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부 내용도 가볍게 치부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공공영역과 민간 모두에 적용되는 핵심적이고 관건적인 비정상의 내용들은 놓치고 있고, 이 국정방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전략과 우선순위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한 수단이 되기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 나라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교훈을 거울삼아 정부와 권력기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선거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간첩사건 증거까지 조작했다. 그럼에도 법의 논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조직의 책임자가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만 비정상화의 정상화와 법치를 이야기하면 이는 국민적 냉소의 대상이 될 뿐이다. 대통령이 정부와 권력기관의 불법문제에 대해 추상(秋霜)같이 책임을 묻고 법적 책임을 지우게 하면 국민들의 준법 의식은 자연스레 고양될 것이다.

대통령 주변의 청와대 참모들이 불법적으로 검찰총장의 뒷조사를 하고 이를 찍어내는데 활용했다는 수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사건일수록 범부(凡夫) 관련 사건을 수사하듯이 엄정하게 해야 함에도 검찰은 ‘하고 싶은 수사’만 하고 권력에 부담이 되는 수사는 아예 시작도 않는다. 대통령 역시 인사조치 등을 뒷전으로 미룬 채 외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주민등록 이전 절차를 감독하고 법령을 집행해야 하는 안전행정부 장관에 주민등록법 위반 전력을 두 번씩이나 가진 사람을 내정하고서 국민들에게 주민등록법을 잘 지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짓을 그만두는 데서 ‘비정상화의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다음으로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국가 정책적 측면에서 과거 개발연대 시기에 ‘속도’와 ‘효율’만을 우선시하면서 민주사회에서 정작 중요한 기본가치인 ‘공공성’이나 ‘형평’의 원칙들이 무시된 것들은 바로 세우는 과정이여야 한다. 특히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힘 있는 특정 이익집단이나 세력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들이 권력에 의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국민적 통합적 가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경복궁 옆 미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호텔건립 건도 이와 같은 문제이다. 법원에 소송해서 패소까지 한 사건을 정부는 일자리 창출 차원이라는 미명 하에 현행법까지 개정해서 허가해 주려 한다. 대부분 파견직으로 채워질 호텔 일자리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이고, 건립될 호텔로 인해 외국 관광객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 호텔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복궁의 앞마당을 특정재벌의 호텔로 내주는 것은 경복궁이라는 역사적 상징을 재벌에게 파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정부가 위재설법(爲財設法)하면서 특혜나 베푸는 이런 짓을 자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상화와 법치를 운운하는 짓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전적으로 정부와 대통령에게 태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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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kokh@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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