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2)]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왜 중단해야 하는가?

관리자
발행일 2019.09.30. 조회수 1300
칼럼

[월간경실련 2019년 9,10월호 시사포커스2]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왜 중단해야 하는가?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국장


지난 8월 29일 경실련 등 10개 시민사회 단체가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 집행을 위해 9월로 예정된 실시계획 고시 보류를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의견서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달했다. 서울시가 고시를 마치면 사업 집행이 가능해져 민간 토지 수용 작업이 시작되는 등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졸속·불통·토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가 지구단위 계획을 고시하며 사업을 강행하자 광장 조성사업 중단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는 자리였다.

시민단체의 사업 중단 요구에 사업의 당사자이기도 한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도 공문을 통해 사업의 완공 시기, 시민과의 소통 부족, 교통 불편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전했다. 서울시의회도 박원순 시장에게 소통과 합의, 시기 조정을 주문했지만 우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정해진 일정대로 2021년 5월까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으로 불통 행정을 고수하고 있다.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세종로에 역사광장과 시민광장 등 2개의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민광장은 세종문화회관 측 차도를 축소해 현 광장을 확대하고, 역사광장은 월대를 복원하기 위해 기존 차로를 우회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광장조성계획에도 불구하고 도로 우회로 인해 광장이 둘로 나뉘어 기존 광장의 한계로 지적된 보행 단절성은 개선되지 못했다. 우회로 확장에 따른 기존 도로 확장으로 민간토지를 수용함에 따라 상가 세입자의 영업권 침해도 예상된다. 기존 광장의 문제도 개선하지 못하고 보행 중심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하지 않는 등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혼란으로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2년 내 광장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강행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역사 도심의 물리적 공간의 중심이자 시민의 힘으로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혁명의 상징적 공간이다. 즉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것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시민성과 중심성, 역사성에 걸맞은 비전과 계획을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하여 만들어나가야 한다. 광장의 형태는 도심부 전체에 대한 비전을 만들고 그에 맞는 이용 및 교통체계를 만든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단순히 2년 이내에 끝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분한 검토와 검증, 사회적 합의 없이 현 시장 임기 내 해치우듯 끝낸다면 10년 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는 시민과 행정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더 많은 가능성과 시민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단순히 광장의 면적을 확장하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도심 내 교통 체계를 바꾸고, 추진 과정은 시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월대 복원을 통한 역사광장 조성도 서울시 일정에 따라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기보다는 복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기 등을 조정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서울시는 이제라도 사업 강행을 철회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향후 100년을 바라보는 시민의 광장을 만들기 위해 긴 호흡으로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난 8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광화문광장 졸속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통과 역사복원, 교통과 계획의 문제 등 주요 쟁점별 발제와 서울시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본 글에서는 토론회의 주요 쟁점인 교통체계와 역사복원 문제를 중심으로 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문제를 살펴본다.

1. 보행 중심인가, 다시 차량 중심인가?

2016년 9월 서울시는 보행 중심 세종대로 구현전략 마련을 위한 시민, 전문가 거버넌스인 <광화문포럼>을 구성하였다. 미래 100년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비전을 잡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구현전략을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의 구상과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장기적이고 폭넓은 상을 만들고 시민의 참여와 합의 속에서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읽혀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광화문은 그해 촛불 혁명의 현장이었고, 이를 경험한 시민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2017년 5월 광화문포럼에서 광화문광장 개선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할 때까지 이러한 기대와 희망은 이어졌다. 포럼은 이상적인 안으로 차도의 지하화와 광장의 ‘전면 보행화’ 방안을 제시했다. 지하차도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지상의 광장을 차량의 제약 없이 마음껏 거닐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은 파격적이며 놀라운 변화였다. 그러나 2018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기본계획(안)’에서 기대는 무너졌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2021년 준공을 목표로 10차선인 사직·율곡로를 6차선으로 축소해 우회하고, 광화문광장 확대와 역사광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발표에는 광장의 면적을 3.7배로 늘린다는 내용만 있을 뿐 차량 중심의 교통체계를 보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전략과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광화문 지역의 상위 계획 성격인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는 핵심이슈로 ‘보행이 편리하고 매력 있는 도심’을 제시하고 기본 방향과 전략으로 보행 환경 개선과 함께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실천 과제로 ■도심 내 승용차 진입 관리방안(승용차 요일제, 주차상한제, 주차요금 인상) ■대중교통 이용 편의 제고(중앙버스차로 확대, 광역간선망 구축, 환승체계 구축) ■도심순환교통체계 도입 ■도심 진입 교통체계 개선(혼잡 통행료 도입)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광장 조성 외에 어느 것 하나도 검토되어 구체화된 것은 없었다.

승용차 수요관리에 대한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3년 내 광장을 완공하려고 하니 차량을 통과시키기 위한 간선도로를 유지하는 현실절충형 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00년을 바라보며 차량 중심의 교통체계를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광화문포럼의 원칙과 방향이 무색해진다. 이러한 교통체계는 차량도 보행도 아니어서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오히려 불편과 혼선을 초래한다. 교통체계의 변화에 대한 상을 보다 명확히 하고 도입 가능한 수요관리대책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

2. 쫓겨나는 세입자 보호보다 월대 복원이 시급한가?

월대 복원은 문화재청이 경복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장기사업이다. 민족정기, 일제청산 등의 기치 아래 경복궁 복원사업이 1991년부터 시작되어 2025년까지 무려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거나 될 예정이지만, 복구 계획과 건축 과정에서 부실과 훼손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검토와 반성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문화재청 사업을 무비판적이고 일방적으로 가져와 시기까지 앞당기며 짜맞추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졸속으로 진행하는 월대 복원의 피해는 도로 건설로 인해 수용되는 상가건물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도로에 편입되는 상가건물 세입자 20가구는 갑자기 결정된 광장조성사업으로 생활 터전이었던 상가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수용되는 토지의 상가세입자에게는 ‘영업장 이전으로 발생하는 4개월분의 영업이익 감소액에 대한 손실액’을 보전하도록 하였으나, 인근에 대체 상가를 마련해주지 않는 한 실질적인 보상대책이 되지 못한다. 역사복원이 꼭 필요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거주민의 주거권과 영업권 등 생존과 직결된 권리는 우선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과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
월대 복원의 필요성과 복원 시기 등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주요한 쟁점이다. 월대 복원 시기를 2년 내로 앞당기면서 사직·율곡로의 우회가 불가피하고, 토지 수용에 따른 세입자의 영업권 침해가 예상된다. 광화문 역사광장의 주인공을 조선 시대 7년간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된 월대로 볼 것인지 촛불 혁명의 주인공인 시민으로 볼 것인지 월대 복원의 필요성을 재점검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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