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관리자
발행일 2009.11.20. 조회수 450
칼럼

갈등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선우(경실련 갈등해소센터 이사장)


 


 


우리 사회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전문가와 집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인내가 미덕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의식이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목소리가 옳든 그르든 일단은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고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만 정권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여 주는 비상식적 갈등해소과정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름하여 “헌법 위에 떼법”이란 말이 생겨나고 이들 떼법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BJR(배째라)족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는 웃지 못 할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문민정부 이후 사회문제를 국민들의 정서에 근거한 정치적 해결을 시도한 나머지, 법적 절차에 의한 정당한 해결을 무시하게 되는 비정상적 사회갈등해소행태를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법적 절차에 의한 정당한 문제의 해결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비폭력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갈등의 해소보다는 폭력적이고 투쟁적인 방법에 의한 문제의 해결이 이해당사자들에게 더 매혹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2005년 봄, 갈등해소센터는 폭력과 법적 판단에 의존하지 않는 평화적인 대안적 방법에 의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기치로 내걸면서 탄생하게 된다. 갈등해소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해당사자들과의 신뢰를 필수조건으로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그 어느 시민단체들 보다도 신뢰성의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조직이며, 갈등해소를 위한 저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갈등해소센터는 사회문제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필요시 사회정의를 위하여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정부 또는 거대조직을 대상으로 직접 협상에 임하는 것을 설립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 동안 갈등해소센터는 중립적 입장에서 사회갈등을 조정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고, 비폭력 평화적 갈등해소를 위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하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왔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술회하면 다음과 같다.


 


-  많은 갈등의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하여 오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 목소리 높은 소수의 선동자들이 대부분의 여론을 왜곡하여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
- 다수의 사람들이 갈등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무관심하다는 점
- 지역의 정치인들이 지역문제를 선거의 이슈로 이용하면서 정작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적다는 점
- 공직자들은 지나치게 협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
- 거의 모든 갈등이 그렇지만 결국에는 감정적으로 치우쳐 논리적이고 이해중심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한다는 점
- 궁극적으로 신뢰의 문제이겠지만 갈등당사자들 상호간 불신한다는 점. 이것은 국민은 정부(중앙 및 지방 모두 포함)를 믿지 못하고 정부는 국민을 믿지 못한다는 점,
- 협상의 장에서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하지만 자신들이 정작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계산이 부족하다는 점
-  무엇보다도 갈등조정이나 상생적 협상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학습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점,
- 우리 사회에 갈등해소 전문기관들과 전문가들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점
- 그러나 이러한 미흡한 점들도 갈등해소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몸소 체험하는 과정에서 대안적 갈등해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고 대립적 자세에서 호혜적 입장으로 전환하여 자신들에게 진정으로 이익이 되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게 된다는 점, 그들이 스스로 갈등 당사자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문제해결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점.


 


갈등해소센터의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현장에 직접 부딪히면서 좌절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이제는 갈등해소 전문가들에 의지하고 문제해결을 위하여 갈등당사자들 스스로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하는 시점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뿌듯한 소회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회 갈등 해소 분야에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선진 외국들의 갈등해소 수준은 가히 예술의 경지이며 엄청나게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우상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탄생하고 있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민간분야의 갈등관리시장의 확장은 당연히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바탕을 두고 있었으며, 이는 재정적 지원이라기보다는 제도적 지원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공공분야의 갈등에는 반드시 대안적 갈등해소방법을 적용하게 하는 법제도를 만들어 시행하였고, 대학 등 비영리 갈등해소기관들의 설립과 교육 및 갈등해소활동을 지원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갈등관리시장이 형성되었고 국내의 각종 갈등관리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갈등관리 전문가들이 육성되었다. 즉 갈등관리를 잘 하는 국가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조만간 이런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약력>
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경실련 갈등해소센터 이사장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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