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 도입 앞서 국민적 합의 도출 필요

관리자
발행일 2004.09.22. 조회수 2326
사회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주요 현안 중에 하나인 퇴직연금제도는 이해당사자 간에 커다란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국회 상임위 등에서도 논의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실련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퇴직연금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공청회를 9월 21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개최했다.


 





 


공청회의 발제를 맡은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실련 사회복지위원)는 퇴직연금제 도입과 관련하여 “기업연금으로서 공적연금과의 조화를 통한 노후보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퇴직금 자체 기능의 한계성을 개선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면서도 “정부가 제안한 퇴직급여제도는 노사당사자 및 관계부처 간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좀더 철저한 사전준비와 신중한 정책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퇴직연금제 도입은 국민연금제도와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함을 특히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장수준이 향후 기존소득의 80%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선진국의 적정 보장 수준(60%)을 상회해 과잉보장의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와 이에 따른 재정부담 그리고 퇴직연금에 대한 부담을 상호 조화 있게 조정하는 근본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사외적립 유도와 수급권 보장 그리고 취약한 제도 운영 규정은 사용자 부담은 실제로 늘어나게 되는 반면에 오히려 근로자의 노후보장에는 기여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제혜택 등 사외적입을 위한 유인책을 강화하여 사용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확정기여의 경우 근로자의 직접 투자로 발생할 수 있는 원금상실 위험과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저해 요인을 제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확정기여제도 또는 확정급여제도 중 선택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인하여 노사 양측의 극단적 대립이 발생하는 점과 관련, 두 제도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확정급여형은 재정적 측면에서 재정부담을 차후에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 확정기여형은 근로자의 연금급여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확정급여형의 경우 사용자의 부담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급여를 하향 조정하도록 하고, 확정기여형의 경우 관리운영기관이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또한 김 교수는 퇴직연금 관리운영주체를 다양화할 것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관리운영 관련 규정으로는 사용자의 재정부담이 오히려 근로자보다는 관리운영기관에 이익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관리운영비 비중이 낮은 연금관련 공단과 가입자에게 최대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일반 금융기관의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가입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은 최저생계비 이하로 지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퇴직 연금이 노후 보장뿐만 아니라 사망과 사고에 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어해설 TIP


◇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DB형. Defined Benefit Retirement Pension)


근로자가 받을 연금급여(산정방식)가 사전에 확정되고, 사용자가 적립부담할 금액은 적립금 운용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연금제도. 사용자는 임금인상률, 퇴직률, 기금운용수익률 등 연금액 산정 기초가 변하는 경우 그에 따른 위험부담과 연금수급자에 대한 최종지급책임 등 관리부담을 지게 된다.이러한 확정급여형은 경영이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기업, 퇴직연금 관리능력이 있는 대기업 등에 적합할 것으로 평가된다.


 


◇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DC형. Defined Contribution Retirement Pension)


근로자가 자신의 계좌를 갖고 스스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의 연금급여는 적립금 운용수익에 따라 변동된다. 적립금은 사용자로부터 독립되어 근로자 개인 명의로 적립되므로 기업 도산시에도 수급권이 100% 보장되며, 직장을 옮겨도 연결통산이 쉬우나, 투자 결과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경영이 불안정한 기업과 자체 퇴직연금제도를 설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매년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는 기업, 직장이동이 빈번한 노동자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퇴직연금제 도입,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 vs 당장 도입할 시기 아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은 “퇴직연금제가 국민연금제도와 정책적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인정하지만 퇴직금제도가 이미 무용지물이 된 이상 제도 도입을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미국은 퇴직 후의 미래가 현재 가치로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을 근로자 자신이 느끼게 되어 퇴직연금제가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향후 인구 구성과 소득의 수준을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한 공적연금을 기준으로 퇴직연금제의 급여 비율을 결정하게 되면 미래가 예측불가능 해진다”고 지적하면서 우선 제도부터 도입하고 국민연금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속 논의하여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퇴직연금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정부 법안 자체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퇴직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어 공적 연금 등 다른 연금체계와 긴밀하게 연계된 종합적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서 국민을 설득을 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사업장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 "기업 부담 너무 크다"


강익구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국장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배경을 노후보장 차원이라고 하지만 정부안은 노후보장에 대한 불안감만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퇴직연금제도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정작 보호를 받아야할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강 국장은 특히 확정기여형은 노동자 자기한테로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국장은 “지금은 오히려 공적연금을 확대,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기초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져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정태 경총 상무이사는 현재 정부안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국민연금 도입 운영하고 있는 나라 중에서 법정 퇴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면서 “기업은 두주머니를 차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는 “기업의 사회 보장 부담 비용이 13조원에 이르고 있다.”면서 “만약 정부가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이사는 “다른 선진국처럼 노후보장 방안은 국민연금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있어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이 퇴직연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연금 급여보장장치 마련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한 제도


퇴직연금제 정부안을 마련한 담당 부처인 노동부의 임무송 임금정책과장은 정부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안은 100인 미만의 근로자들,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현재 3천억원이 넘는 임금과 퇴직금이 체불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영세사업장에서는 퇴직적립금이 장부상으로만 기재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노사 양측에서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실제 노동시장 현장에서는 일한 댓가를 받지도 주지도 못하는 현실에서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가 확정기여형을 중심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주식투자 등으로 인해 다 날려버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투자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여러 가지 옵션중의 하나로 제시하도록 하고 있어 그러한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했다.


 


유재훈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 과장은 최저수익률 보장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 주장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근로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게 되고 근로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법적 장치로 강제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 과장은 공적연금관리기관을 운영 관리에 참여하여 경쟁시켜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업연금제도는 공공성과 상업성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민간시장에 맡길 것은 맡겨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말미에 발제를 맡았던 김진수 교수는 "퇴직연금제는 제도 도입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회에서 퇴직연금제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해나가기를 당부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퇴직연금제 도입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어졌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양쪽의 의견을 국회가 어떻게 논의해 입법화 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


 


[문의 : 정책실 사회정책팀 02-3673-2142]


 







 


정부의 근로자퇴직금여보장법(안)은 어떤 내용?


 


정부가 퇴직연금제를 도입키로 한 배경에는 현재의 퇴직금제도가 사용자에게 큰 부담인 반면 근로자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또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근로자의 노후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지만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시 일시금으로 지급되어 대부분 생활비용으로 충당, 노후소득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합의하여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이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5인 이상 기업에 대해 퇴직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의 주요 내용>


 



○ 퇴직금제도를 존치시키면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며, 퇴직연금제 형태는 사업장의 특성과 근로자들의 선호에 따라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을 모두 도입한다.      


○ 기존의 5인 이상 사업장은 퇴직금제 유지 또는 퇴직연금제로 전환 여부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여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할 경우에는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



○ 퇴직연금 적립금은 사용자가 금융기관과 위탁계약을 맺어 관리 운용하며 해당 금융기관은 노사합의로 선정한다. 적립금 운용은 다양한 금융기관의 참여를 허용해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되 재무건전성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관만 허용하기로 했다. 사용자와의 계약에 따라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확정급여형은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자기투자 제한 등을 규정하고, 확정기여형은 투자 위험의 최소화를 위해 원리금 보장상품 제시 의무화와 위험자산 투자한도 등을 각각 설정토록 하되 구체적인 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키로 했다.



○ 근로자들의 평균근속년수가 5.6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여 직장을 옮겨도 퇴직금을 누적, 통산할 수 있도록 개인퇴직계좌를 도입한다.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서는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감안하여 2008년 이후 시행하되 구체적인 시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 사업주의 부담도 현행 퇴직금의 절반수준(임금총액의 4.15%정도)에서 시작해 3~4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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