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신설프로, 더 이상 차별성이 없다

관리자
발행일 2001.12.05. 조회수 2500
사회

Ⅰ. 모니터 취지 및 목적


개편 때마다 들고 나오는 캐치프레이즈 “차별성”.


11월 5일 각 방송사는 이러한 기대를 심어주며 개편을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프로그램과는 다른 신선함을 담았다는 개편프로그램에서 “차별성의 기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개편 이후 신설된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기존의 문제점들을 더욱 심화시키는 내용들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제작의도를 무색하게 한다.


특히 쇼, 오락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몇몇의 인기 연예인에 의존하여 그들의 무례함과 식상한 모습을 주요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며 잠시 주춤하던 가학적인 행위가 프로그램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개편으로 A에서 퇴출된 진행자는 다른 방송 개편 프로그램 B로 옮겨가고 B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A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현상으로 개편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간의 차별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번 가을개편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MBC가 예전의 “칭찬합시다”와 “양심냉장고”의 계보를 잇는 공익성과 오락성을 결합시킨 신설 프로그램 “느낌표”를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획력의 부재로 별다른 고민없이 연예인들의 개인기에 의존하였던 오락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내용성”을 가진 오락프로그램이 생긴 것은 일단 환영할만 하다.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차별성과 신선함을 선보이겠다는 이번 신설프로그램들이 더 이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모니터 하였다.


Ⅱ. 대상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 개요


1. 기         간 : 2001년 11월5일-11월24일


2. 대상 프로그램 : 개편 프로그램 1, 2회
KBS 토요대작전 (토요일 오후 6:10 ~ 8:00)   이유있는 밤(월요일 오후 10:50 ~ 11:50)
MBC 느낌표 (토요일 오후 9:45 ~ 11:00)    
SBS 박수홍, 박경림의 아름다운 밤(금요일 오후 9:50 ~ 10:50)


3. 개         요 :
   1) KBS 2TV 토요대작전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후속으로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쇼를 만든다는 기획의도로 제작되었다. 7공주의 전설, 삼색대결 후다닥 대작전, 일반 청소년 참여의 99인의 선택-네 꿈을 펼쳐라로 구성되어 있다.  


   2) KBS 2TV 이유있는 밤
<시사난타 세상보기>가 폐지되고 신설된 버라이어티 토크쇼로 유재석과 이휘재가 게스트들과 함께 팀을 구성 퀴즈 대결을 하는 스타데이트 천국과 지옥, 연예인들의 친분 집단이 단체로 출연하는 이유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다.
     
   3) MBC 느낌표
<전파견문록>의 시간대 변경으로 신설된 공익성 표방 오락프로그램으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다큐멘터리 이경규 보고서, 길거리 특강, 하자하자, 방귀뀌는 자동차로 구성되어 있다.
 
   4) SBS 박수홍, 박경림의 아름다운 밤
<기분좋은 밤>의 폐지로 신설된 금요일 저녁 버라이어티 쇼로 트로트 하이웨이, 스타 현장 르뽀 너 딱 걸렸어, 한글만세, 믿어요 내사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Ⅲ. 모니터 내용


1. 참신한 기획과 진부한 진행 - 느낌표 !
  
  1) 참신한 기획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을 표방하여 환경, 교육, 교통, 인간, 인문 등을 주제로 한 기획에 참신함이 엿보였다.  
소수 인기 연예인들의 인기에 영합하여 철저한 기획이나 준비없이 내용은 없고 출연진들의 입담이나 자극적인 행동들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존의 오락프로그램 현실에서 그나마 “내용성”을 견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 쇼, 오락 프로그램의 한계였던 다양한 소재 접근의 시도가 칭찬할 만 하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고 우리 생활에 직면한 문제들 즉, 환경, 청소년, 독서, 교통 등의 문제를 오락프로그램에 소재화하여 유쾌하고 흥미롭게 풀어 나간 점이 돋보였다.


  2) 진부한 진행


참신한 기획에도 불구하고 타성에 젖은 진행자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코너와 코너 중간과 프로그램 마무리에서 진행자들의 상투적인 언행과 어수선하게수다를 늘어놓는 것은 여타의 프로그램과 다를 바가 없었다. 또한 주제를 잘 살려주는 재치있는 진행이 아닌 그저 흥미위주의 농담,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모습들은 진행에서의 구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3) 인위적인 연출로 감동을 강요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은 잔잔한 감동을 전달한다.  ‘길거리 특강’에서 보여주듯이 연륜있는 어르신들의 자신의 경험담을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진솔함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인위적인 연출로 시청자에게 감동과 느낌을 강요하는 모습은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동엽의 ‘하자하자’에서는 청소년들의 밝은 문화를 실천의 영역에서 이끌겠다고 하며 그 1탄으로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에게 “아침 밥먹자”라는 실천을 하고 있다. 고3 이른 새벽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70%가 아침을 거르는 것이 현실이며 아침을 굶고 다니는 고3의 모습을 매우 불행하게 비추고 있다. 또한 밥못먹고 다니는 자신들을 애처롭게 대하시는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면서 학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횡재한 듯 밥먹기에 바쁜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운 듯이 쳐다보는 진행자 신동엽의 모습은 어쩐지 어색하게 보이기도 한다.


밤늦도록 학원을 다니고 이른 등교시간에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 위해 아침밥을 포기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교육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을 외면한채 그저 아침밥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열쇠인 양 아침밥을 먹이며 의기양양한 모습은 가식적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살았을 때는 9시가 등교시간이였다.” “이민가고 싶다” 등 학생들이 느끼는 현실의 불만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보다는 하나의 조그마한 소재에 연연하는 모습이 그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


2. 차별성 결여


이번 개편 프로그램 , , 은 신설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그리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개편 때마다 바뀌는 방송 프로그램명에 이젠 어떤 이름을 갖다대어도 새롭다는 인상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이유있는 밤>, <아름다운 밤> 그리고 개편 이전의 <기분좋은 밤>등 유사한 방송제목, 방송사를 넘나드는 인기 연예인들의 중복 출연, 또한 아이디어의 빈곤으로 인하여 이미 인기가 검증된 흥행 아이템에 대한 반복과 모방으로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1) 흥행 아이템의 반복

    
  2) 연예인들의 중복 출연


요즘 TV를 보면서 내가 지금 무슨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혼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채널을 돌려도 똑같은 얼굴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오락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는 현실에서는 각 프로그램마다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한정되어 있어 각 프로그램마다의 차별성이 보장될 수 없다.


보여지는 수치보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중복 출연의 혼돈은 더 심각한데 이는 매 개편 때마다 소수 인기 연예인들이 프로그램 배치만 재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진행자 뿐만 아니라 초대손님으로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중복 출연의 현상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저녁의 TV 시청 상황을 상상해보자. KBS 토요대작전에서 주영훈이 농촌마을에서 오리잡는 모습을 보았다. 생각해보면 몇 주전에 SBS 초특급일요일만세 정글게임에서 사파리 복을 입고 야외에서 수다를 떨며 게임하던 주영훈이 기억이 날 것이다. 또 그 다음날에는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에서 물물 교환을 한다며 명동거리를 돌아다니는 주영훈을 볼 수 있다. 또 그 다음날 월요일 저녁 MBC 전파견문록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고심하는 주영훈의 모습을 볼 것이다.


더욱이 이들 전문 진행자 연예인들이 수준높은 진행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자극적이고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방송을 더욱 선정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어 진행자들의 자질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3. 연예인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쇼, 오락 프로그램


연예인들의 중복 출연으로 인해 방송에서 그들의 교만함과 무례함을 종종 느끼게 된다. 출연자끼리 형, 오빠, 언니, 누나, 사장님 등의 사석에서의 호칭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또한 사적인 친분관계를 과시하여 출연진을 섭외하고 형식없이 잡담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각하게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오락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스캔들마저도 말장난의 소재로 사용하여 방송이 연예인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


특히 일부 인기 연예인들은 방송의 예의 이전에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채, 자화 자찬, 상대방 비하를 서슴지 않으며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어 크게 우려되고 있다.


4. 몰래카메라의 사생활 침해의 모습  


여러차례 문제제기 되었던 사회적 관음증을 조장하는 몰래카메라가 좀더 강한 자극으로 진행되고 있다. SBS <아름다운 밤>의 커플 카메라 ‘믿어요 내사랑’에서는 커플중 한명이 자신의 이성친구가 다른 이성으로부터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사랑을 지키는지 실험하는 코너이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여자친구의 이상형을 우연히 접근시켜 프로포즈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여자친구가 그 남자한테 호감을 가지자 커플카메라 참가를 신청한 남자친구의 표정변화가 작은 화면에 계속 나오고 있다. “믿어요 내사랑. 그러나 난 당신이 날 정말 사랑하는 지 실험한번 해볼께요.”라는 저급한 인간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몰래카메라에서 여자친구가 우연히 다가온 그 남자한테 남자친구가 없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무척 호의를 보였는데 결국은 남자친구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작위적인 결말을 보이면서 그 과정에서 여자친구의 행동이 자신도 모르는 채 여러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일요일 오후 6시)의 신설 코너 ‘유리의 성ꡑ에 대해서 한마디만 지적하기로 하자. ’유리의 성‘ 은 개그맨 김한석이 온통 투명유리로 지어진 집에서 내년 2월까지 100일 동안 컴퓨터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자신을 갈고 닦아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다는 설정이다. 이미 KBS 별관 주차장에는 이 유리의 성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부적거리고 있다고 한다.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찍고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도 개통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를 보면서 도대체 엿보기 프로그램의 한계가 어디까지이며 과연 한계는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일명 ’인간 동물원‘이라 불리우는 이 코너는 여러 가지 화려한 명분을 앞세워 연예인들의 톱스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역이용하면서 스타성, 성공에 대한 파행적이고 작위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우리의 방송에서 엿보기 방식을 더욱 심화시켜 훨씬 강도높고 극단화된 유사코너를 유행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5. 고개드는 가학성


오락프로그램에서의 출연자들에게 강요되는 자극적인 설정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비판 속에서 자제되어 왔던 가학적인 모습이 다시 그 수준을 강화시켜 다양한 모습으로 행해지고 있다.
KBS <이유있는 밤>의 스타데이트 천국과 지옥에서는 스타에 대한 질문에 틀리면 각종 벌칙을 받게 되는데 그 가학성이 방송 1, 2회후 연예가에 입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6. 카메라 권력


방송의 소비자는 시청자이다. 그러나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일반인들은 방송을 향유하는 시청자이기에 앞서 카메라의 권력에 무력한 존재로 전락한다. KBS <토요대작전> ‘삼색대결 후다닥’에서 농촌 마을에 연예인들이 가서 마을의 오리를 잡는다던가 밭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항의하면 카메라를 인식시키고 그 앞에 선 순진한 농촌 사람들은 한순간에 모든 상황을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정신없는 대결을 도와주는 역할로 변하고 만다.
농촌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한낱 카메라의 놀이터로 그들의 일상은 좋은 놀이감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Ⅳ. 결론


 앞서 분석한 내용처럼 개악에 다름 아닌 내용들이 개편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TV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휴식과 즐거움인 만큼 오락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신설 프로그램들은 그간의 쇼, 오락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을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더 이상의 기대를 차단시키고 말았다. 사람을 물에 빠뜨리거나 철저히 무시하는 등의 가학적 내용과 연예계의 사조직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그들의 친분과 연결고리(소속기획사)를 과시하는 모습은 이제 오락프로그램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프로그램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수의 연예인들이 항상 같은 캐릭터로 중복출연을 하고 일반인들이 숨겨진 카메라 앞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전락해야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진부한 발상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공익성을 빌미로 프로그램의 성격을 모호하게 하거나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키는  예들을 보아왔기에 오락프로그램에서 반드시 공익성을 담아내야 한다거나 이것이  오락프로그램이 지향해야 할 대안적인 성격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락이든, 교양이든 간에 ‘건강함’이 깃들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제작진들에게 주어진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오락성’이라는 명분하에 ‘가학성’을 내세워 ‘오락성’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결국은 제작자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신설 프로그램들을 손질하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다.
부디 건강한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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