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와 균형장치 빠진 형식적인 작은 정부

관리자
발행일 2008.01.18. 조회수 2114
정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어제(16일) 현행 18부 4처에서 13부 2처로 축소・조정하겠다는 취지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세계적 추세인 작은 정부와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점도 없지 않으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영역까지 무리하게 하나의 부처로 통합시키거나 남북문제를 외교 차원의 문제로 전락시켜 통일부를 폐지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 


 


1. 기획재정부라는 공룡부처의 탄생은 명백한 과거로의 회귀이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으로 인해 거시경제 운용과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 예산편성 및 조세기능 등 실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기획재정부는 과거 IMF 경제위기를 겪게 했던 재정경제원을 떠오르게 한다. IMF 경제위기는 시장이 끊임없는 위험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재정경제원 관료들의 오만과 독선을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우리 국민은 분명히 경험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조세권과 예산권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거대해진 부처가 독단적으로 업무를 집행할 때 야기될 수 있는 폐해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효율성만을 고려하며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획재정부라는 공룡부처를 탄생시킨 것은 과거의 아픈 경험은 잊어버린 채 또다시 과거로 회귀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경제부처는 시장의 다양한 반응과 신호에 귀를 기울여 그에 대해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권한을 한곳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집중된 힘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경제부처의 개편이 이루어져야한다.


 


2. 정책과 감독을 일원화하는 금융위원회의 신설은 관치금융의 악몽을 되살아나게 한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부분을 통합한 금융위원회 신설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금융감독기구를 행정부와 분리된 독립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 학계와 경제시민단체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한 금융감독체계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일원화한 금융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한 정부기관이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금융감독이 관치의 수단으로 전락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로 떠넘겨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되어야 마땅하다. 금융 감독체제의 개편은 경실련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대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독립성, 책임성, 전문성이 보장되는 공적 민간통합기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개발만능주의를 대표하는 건교부는 확대가 아닌 폐지 대상이다.


  인수위가 건교부를 축소하거나 해체하는 대신 국토해양부로 확대개편하기로 한 것은 시대의 흐름과 전혀 맞지 않다. 건교부는 아직도 ‘개발이 곧 발전’이라는 구시대적 개발만능주의 가치에 갇혀있는 대표적 부처이다. 건교부를 비롯해 산하 토공, 주공 등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땅장사, 집장사를 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전락한지 오래다.


  따라서 국토의 공간계획 및 개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본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교부를 해체하되 건설부문을 환경부와 통합하여 지속가능부 혹은 국토환경부로 개편하고, 물류교통은 산자부의 기능과 통합하며, 주택청 또는 주거복지청을 신설하여 주택 관련 계획, 금융, 건설, 유지관리를 위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통일부 폐지는 재고해야 한다.


  통일부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다. 이 결정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헌법에 명시된 민족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책무, 통일이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되어야 할 민족적 과업이라는 점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단절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감정적 결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일부 폐지는 적대관계 속에서 화해·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방기한 결정이며, 통일부의 업무성격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징성을 무시한 결정이다. 통일부는 업무내용과 성격도 중요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다른 경제부처와 같이 조직적 효율성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통일부 폐지는 통일의 당위성과 화해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기존 외교통상부의 기능으로 흡수될 경우, 남북관계가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는 특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이익이라는 외교적 논리에 의해 남북관계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5. 성격이 상이한 청렴위와 고충처리위의 통합은 인위적인 통합이다.


  반부패정책을 수립하고 비리를 제보 받아 조사하는 청렴위원회와 행정기관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국민들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옴부즈만 기구인 고충처리위원회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이처럼 성격이 상이한 두 기관을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은 청렴위의 본래 기능인 반부패 정책수립과 조사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고, 공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권리구제 기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권력 피해자나 소외계층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상이한 기구를 인위적막?통합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당 기구의 역할에 상응하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독립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부패방지책과 공직자 비리 수사 기구에 대한 종합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 후 청렴위의 위상과 역할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할 것이다. 고충처리위 또한 행정처리에 대한 피해구제 차원의 유일한 대국민 행정서비스 기구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조직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이상의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반드시 거친 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경실련은 이른 시일 안에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정리해 국회와 인수위에 제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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