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소득율 폐지와 기준경비율 도입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0.06.12. 조회수 4666
경제

국세청은 지난 45년 동안 시행해 오던 표준소득율제도를 폐지하고, 2001년 소득분부터 기준경비율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기로 하였다.


표준소득율은 미기장 사업자의 소득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총수입금액에서 소득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업종별로 산정하여 추계하는 기준율로서, 주지하다시피 자영사업자의 상당수가 성실기장을 회피하고 수입금액을 축소하여 업종별 표준소득률까지만 신고함으로써 세무조사를 피하면서도 세금을 적게 내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경실련은 그동안 표준소득율의 적용대상을 제한하여 예외적으로만 적용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표준소득율을 폐지할 것을 계속 주장해 왔으며, 이러한 차원에서 세정당국의 결정을 일단 환영한다.


국세청은 기준경비율제도를 시행하면 사업자가 필요경비 등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는 경우 이를 총수입금액에서 차감하여 소득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필요경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표준소득율을 적용하여 일률적으로 소득액이 결정되는 불공평성을 시정할 수 있으며, 세금계산서 수수와 기장의 유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준경비율제도가 기존의 표준소득율제도 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는 해도 주요경비와 기준경비와의 구분이 모호하고, 기장을 유도할 유인이 충분치 않으며, 기준경비율 산정기준이 애매하다. 뿐만 아니라, 기준경비율 제정시기를 2002년으로 하면서, 제도의 실시시기는 2001년으로 계획하고 있음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고, 사업자가 제시하는 세금계산서가 반드시 사업과 관련한 증빙인가는 가려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시행상의 미비점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액을 산정하기 위한 총수입금액의 신뢰성 담보이다.  현재와 같이 자영사업자의 실지수입금액파악이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사업자가 신고하는 총수입액이 실지 매출액인가를 단정할 수가 없으며, 영세사업자에 대한 단순경비율 적용은 과세특례제와 마찬가지로 조세회피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기준경비율제도와 관련하여 세정당국과 국회가 다음과 같은 조치를 단행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세정당국은 유통과정 추적조사등을 통해 수입금액파악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표준소득율 제도 하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준경비율 제도로써 과세불공평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자영사업자의 수입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며, 주로 유통과정에서 거래자간의 탈세방법으로 관행화 되어 있는 무자료 거래를 척결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둘째, 국회는 현행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고,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여 음성자금의 흐름을 차단하여야 한다.


입법 당국은 97년 금융실명거래 재정명령을 대체입법하면서 이를 유명무실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금융실명법상의 차명거래를 차단하면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하여 소득파악에 있어 상호보완효과를 줄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을 아예 폐기해 버린 상태이다.


셋째,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신용카드 영수증은 신용카드 회사, 사업자, 회원 3자 간 검증을 통해 자영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므로, 신용카드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incentive를 확보해주어야 한다.


넷째, 국세청은 기준경비율제도의 시행상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주요경비로 매입경비, 인건비, 임차료, 지급이자 등을 들고 있으나, 기준경비와의 구분기준이 모호하므로, 업종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선정하도록 하고, 기장사업자의 손익계산서 상의 비용비율 중 주요경비의 비율을 제외한 기타 경비의 비율로 정하고 있는 기준경비율의 산정기준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제도 실시 이전에 기준경비율을 제정하여 공표해야 한다.


세정당국은 새로 도입되는 기준경비율제도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자영업자의 실지 소득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뿐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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