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안에 대한 의견서 전달

관리자
발행일 2007.02.21. 조회수 1911
사회

지난 16일 보건복지부는 ‘2007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한 계획도 함께 밝혔다. 이날 발표된 건강보험재정지출 효율화 방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기 등 ‘경증 외래환자 본인부담 조정’으로 이를 통해 2,800억원 가량을 절약하여 향후 발생하게 될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덜고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개선하겠다고 밝힌 감기 등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 정액제는 현 행위별 수가제도 하에서 왜곡된 의료유인을 발생시키고 연간 1조 1,000억원에 이르는 건강보험재정의 지출로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었던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의 증가로 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던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의료이용에 제한이 가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아무런 대안과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경실련은 경증질환에 대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의료 선택권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대해 논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길 촉구하는 바이다.


특히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약국 업무가 처방 조제에 집중되면서 약국의 분포도 변화하고 개점시간 단축으로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는 일반의약품의 구매가 예전보다 어려워져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가정용 상비약 수준의 일반의약품은 약국이외의 장소에서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국민들의 의약품 사용의 편의성을 높임은 물론 가벼운 질환에 대한 자가 치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민의료 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을 약국 이외의 소매점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 만은 않을 것이다. 약계의 커다란 반발에 부딪혀 시행하기도 전에 갈등만을 유발할 수 있어 보다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단계적 접근과 방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의약품 분류체계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하며 약물의 무분별한 일반의약품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을 전제로, 경실련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해 나가고 있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입안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이다.


1. 현 상황에 맞는 의약품 재분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의약품 분류체계는 2000년 5월 의약분업을 추진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각 직역간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상당 부분 왜곡되어 그 체계와 내용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맞지 않는 의약품 분류체계는 의약분업 7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도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의약품 분류는 의약학적 원칙이나 선진 외국의 분류기준에 비춰 볼 때 전문의약품 중에 상당수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가 하면, 일반의약품 가운데 상당수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 의약외품으로 구분하고 있는 약국외 판매 품목도 구충청량제, 체취방지제, 땀띠분제, 치약제, 욕용제, 탈모방지, 양모제, 염모제, 체모제거용 외용제, 인체에 직접 작용하는 외용소독제, 치아미백을 위한 첨부제 등 극히 일부로 정해져있고 자가 치료(Self-medication)를 위한 제품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로 제한되어 있다.     


이처럼 부실한 의약품 분류체계는 의약품 정책뿐 아니라 건강보험의 운영과 국민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효율화를 위해 경증질환 정률제와 의약품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를 실시함과 동시에 현실에 맞지 않는 의약품 분류체계의 재분류에 나서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 지출효율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 원칙과 절차를 갖춘 의약품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1월 29일부터 보건복지부가 입안 예고하고 있는 ‘의약외품 범위지정중 개정 고시 안’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정책의 원칙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어렵다.


약사법 제 2조 7항의 의약외품 정의를 보면 ‘의약외품’이라 함은 1. 사람 또는 동물의 질병의 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섬유․고무제품 또는 이와 유사한 것  2.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하거나 인체에 직접 작용하지 아니하며, 기구 또는 기계가 아닌 것과 이와 유사한 것  3. 전염병의 예방을 목적으로 살균․살충 및 이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는 제제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이번 개정안 의약외품의 범위에 포함시킨 ‘궐련형(담배형) 금연보조제’의 경우 타르와 일산화탄소에 의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제품이다.(김성원, [담배형 금연보조제의 안정성. 2000. ; 이숙향, [궐련형 금연보조제의 타르 등 유해성분 관리방안]. 2004.)


이는 현 법규상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하거나 인체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제한하는 의약외품의 분류기준에도 맞지 않는 것이며, 의약품의 일반적 분류기준인 안전성과 효과성에 비춰 봐도 적합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피부연화제, 궐련형 제품, 그리고 치아미백 페이스트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에도 불합리하게 묶여있는 많은 비처방약 중에서 왜 하필이면 이 세 가지 제품만 지정을 바꾸려고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박카스-D와 같은 제품은 여전히 약국이외의 곳에서 팔 수 없도록 하면서 궐련형 제품과 같이 유해성 논란이 되는 제품에 대해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자 한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경실련은 지금과 같이 원칙 없는 의약품 정책이 아닌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갖춘 의약품 분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을 주장한다. 아울러 아직 직역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정책분류의 역량을 갖춘 전문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의약품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참고하고 있는 A7 국가(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의 의약품 분류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국민들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상당부분 공급자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으나 앞으로의 정책방향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전문적 특성상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하게 자가치료(Self-medication)의 기본적인 영역까지도 제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선택권마저 제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일반의약품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급증하는 의료비 위기를 해소하고 자가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은 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여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증하는 경증질환 의료비의 부담을 줄이고자 ‘경증 외래환자 본인부담 조정’등 제도적 제한을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로 인해 제한받게 될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분야에서 자가치료(Self-medication)를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경실련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을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촉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임을 밝힌다.


# 별첨: 의약외품 범위지정 입법예고안에 대한 경실련 의견서


[문의: 사회정책국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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