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TV로 호흡하는 대중문화의 현주소

관리자
발행일 2001.04.03. 조회수 3053
사회

Ⅰ. 들어가며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순기능 중의 하나는 삶에 지친 시청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안방에서 즐거움과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전엔 그러한 여가시간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이 음악프로그램들로 채워졌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음악프로그램이 우리 대중문화를 이끌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서태지의 등장으로 시작된 가요계의 지각변동은 대부분의 음악프로그램을 댄스곡 위주로 한정시키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쇼프로그램으로 변화시켰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그 시청 대상이 거의 청소년들로 한정되기에 그들을 제외한 다른 세대의 시청자들은 음악프로그램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기성세대들에게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몇몇 음악 프로그램들이 안방에 다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예전의 통기타 문화를 함께 공유한 지금의 3, 40대가 이제는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되었고 그로 인한 생활의 여유가 콘서트 장을 찾는 등의 문화적 욕구로 나타나는 현상을 감지한 제작진의 반영일 것이다. 이에 경실련미디어 워치에서는 이런 복고적 성향의 음악프로그램과 현재 TV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음악프로그램들을 모니터 분석하여 음악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Ⅱ. 분석대상 및 분석기간
  
1. 분석대상


   ● 콘서트 초대 (KBS2 금요일 24:10)
   ● 이소라의 프로포즈(KBS2 토 24:40)
   ● 수요 예술무대(MBC 수 24:30)
   ● 퓨전 콘서트 가락(MBC 화 24:30)
   ● 가요무대(KBS1 월 10:00)
   ● 열린 음악회(KBS1 일 18:00)


2. 분석기간  :  2001년 2월13일 ~ 3월12일  


Ⅲ.  분석내용
 
 자기 스스로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TV시청에 투자하고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수준의 문화스펙트럼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편향된 TV문화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TV음악프로그램만이라도 시청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번 모니터 대상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각각의 독특한 진행방식으로 이미 고유의 매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순수 음악 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장수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7년) , 수요예술무대 ( 9년) , 가요무대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그 동안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외면하고 있던 중, 장년을 대상으로 음악이란 장르에서나마 새로운 시도를 엿보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러나 연령의 지나친 세분화가 오히려 자칫 세대간의 격차를 재 확인시켜주는 역할만을 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되는 점이기도 하다.


1. 연령별로 세분화된 음악프로그램의 현주소 


 1) 진행자인 가수 이소라의 독특하고 편안한 진행과 그 동안 댄스곡에 치중하느라 방송에서 자주 만나기 힘들었던 가창력있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 2,30대


 2) 7, 80년대의 인기가수들이 주로 등장하여 변함없는 목소리로 예전의 히트곡을 들려주어 오랜만에 중년의 음악적 향수를 달래주는 <콘서트 초대>, - 3,40대
 
 3) 국내의 정상급 음악인뿐만이 아니라 음반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는 고급 라이브무대인 <수요 예술무대>, - 2,30대
 
4) 국악과 양악의 조화 <퓨전 콘서트 가락> - 2,30대


5) 해방 이후의 대중음악을 대변해온 트롯을 매개로 원로가수들을 계속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세대 트롯가수들이 자랄 수 있는 무대가 되어주며 중년 이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프로그램인 <가요무대> - 5,60대


6)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클래식을 포함한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를 함께 만날 수 있는 대형 라이브무대로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지켜주고 있는<열린 음악회>
 - 모든 연령대


 이 중 <퓨전 콘서트 가락>은 우리 것에 대한 일방적인 강요나 소개가 아닌 편안한 맛보기로 일반 시청자들의 국악에 대한 거리를 좁혀주는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국악은 으레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젊은 방청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함께 따라 부른 “성상희의 알기 쉬운 우리가락”-경기민요 “양류가”소개 (2월13일)도 신선하였으며, 국악과 양악이 함께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가 되기도 하는 것으로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 풍물패의 사물연주와 퍼포먼스의 조화로 퓨전의 맛을 느끼게 하는 “도깨비 스톰”(2월20일) 등은 국악이 어려운 것이고 일반인에게는 거리가 있다라는 선입견을 깨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본격 라이브무대의 장점을 잘 살려 가창력 있는 출연 가수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들려주고 또한 그들의 음악과 삶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지친 하루의 생활을 위로해 주는 시간이 되고 있어 2, 30대를 주 시청대상으로 매니아층까지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기획에서 벗어나 출연진에게 개인기 등을 요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오락프로그램에서 질리도록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순수음악프로그램을 지향하는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고 보여진다.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수요예술무대>는 국내가수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연주가들을 콘서트 장이 아닌 공중파에서 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초반의 기획의도를 잃지 않도록 출연자 선택에 신중을 기하여 음악프로그램의 격을 유지하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된다.
 
2. 프로그램의 얼굴, 또 하나의 성공요인 - 고정관념의 틀을 깬 MC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소라(가수)
 콘서트 초대      - 김창완(작곡가, 가수, 연기자)
 수요 예술무대    - 이현우(작곡가, 가수), 김광민(째즈 피아니스트)
 퓨전콘서트 가락  - 오정해 (국악인, 연기자)


 이 네 프로그램의 개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각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을 처음 보면 일반 전문MC들이 가지고 있는 말쑥한 외모와 세련된 말솜씨는 고사하고 어딘지 모를 어눌함이 느껴져 불안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전해주는 음악이나 음악인을 소개받으면서 음악을 통한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굳이 진행자들의 프로필을 들먹이지 않아도 각자 자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상급의 위치에 있는 그들이기에 깊이 있는 음악프로그램이 지녀야할 감수성을 시청자들과 자연스레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진행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누리는 음악적 성취를 시청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 그 프로그램 안에 녹아 들어가 함께 즐기는 여유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한 인기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가수의 이름과 곡목을 마치 앵무새처럼 소개하고 있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MC의 한정된 모습을 생각해 볼 때에 음악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의 역할은 더욱 확연히 대비가 된다.


3. 심야 시간대에 치우친 편성, 매니아만을 위한 시간인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모두 자정을 넘긴 심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가족 음악프로그램이라고 특화시켜 놓은 <열린 음악회>와 노인대상의 <가요무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늦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콘서트 초대>, <수요예술무대>, <퓨전 콘서트 가락> 등은 그 날의 방송이 모두 끝나는 심야시간대에 편성되어 시간대를 앞으로 이동시켜주길 원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는 젊은이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편성상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시간대 이동시 가져올 위험부담을 피하고 이미 확보된 고정 시청 층에 안주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몇몇 올빼미족만을 위한 편성이 되는 것이다. 새벽이나 심야시간대의 편성은 정상적인 생활패턴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내일을 위한 휴식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대중문화 전반에 미치는 TV의 영향력과 음악프로그램의 목적을 생각할 때 단지 소수의 매니아만을 위한 편성은 다시 고려되어야한다.


 아마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댄스곡들만이 가장 좋은 음악이고 자신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외의 다른 음악들은 그저 느려터지고 고리타분하거나 지나치게 어렵다는 생각만을 막연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연하게라도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퓨전 콘서트 가락>과 같이 국악에 대한 쉬운 해설을 곁들이는 내용은 청소년들이 함께 봐도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기에 시간대의 이동이 가져올 실보다는 득을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향수만을 달래주는 추억의 리바이벌 시간


 그 동안 우리 방송의 음악프로그램이 가진 여러 문제점 중에 가장 많았던 지적이 TV에는 단지 10대의 댄스곡만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때 그 동안 방송에서 소외당해 왔던 중년층을 배려한 프로그램인 <낭만에 대하여>가 방송되자 의외의 호응을 얻었고 지금의 <콘서트 초대>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금의 중년인 3, 40대가 지나온 청년기는 우리사회의 아픔을 온 몸으로 맞받으며 지내온 시간들이었고 그러한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화적 위로가 바로 통기타와 포크송, 팝송 등의 음악이었으며 운동권의 저항의식을 담은 민중가요가 생겨나기도 했고 대중가요의 여러 곡들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금지곡으로 묶이기도 하였다. 이제 그러한 정서를 공유한 세대가 사회적으로는 일정의 위치를 획득하였고 생활의 안정과 함께 문화적 향유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점에 <콘서트 초대>는 386, 574 세대에게는 하나의 선물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옛날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는 형식으로 추억의 정서를 자극하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생명력이 얼마나 길게 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노래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강변할 수는 있겠지만 TV매체가 가지는 문화적 영향력을 생각할 때 지금의 제작 방식에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TV시청에 투자하고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수준의 문화스펙트럼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편향된 TV문화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TV음악만이라도 시청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단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을 벗어나 중, 장년층의 문화적 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문화를 일구어 나가는 자리를 제공하는 시간으로서의 역할을 <콘서트 초대>에 기대해 본다.  


5. 기존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최근 여러 오락물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출연 연예인의 개인기 열풍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 - 자신들이 개그맨인지 가수인지 모르겠다는 지친 하소연 -  가수들이 조금이라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토크쇼나 주말 버라이어티쇼를 비롯한 온갖 오락물에 출연시키느라 방송사들끼리 경쟁을 벌이고, 경쟁관계에 있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게 되면 타 방송사에서는 출연을 금지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에 세 공중파 사이에서 어렵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방송출연을 하는 가수들이 노래보다는 모창이나 성대모사, 혹은 개그 등의 개인기라는 이름의 장기자랑에 몰두하고 있으며, 빠듯한 출연스케줄에 시청자들이 식상하지 않도록 새로운 장기를 개발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휴식시간도 갖지 못하고 개인기 연습에 매달리게 된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인기가 떨어지면 바로 외면해 버리고 마는 것이 방송의 속성이기에 개인기를 익히느라 본업인 노래 연습 등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그것이 가수로서의 스스로의 생명력을 단축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이 물려있는 악 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퇴와 컴백의 반복하는 신세대 가수들의 가벼움을 탓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몇몇 인기 그룹이나 가수들의 얼굴 보여주기로 시청률을 보장받고자 하는 오락프로그램제작진의 의식전환이 앞서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들이라 하더라도 방송사라는 절대권력 앞에서는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순위프로그램은 노래보다는 외모와 춤, 의상 등의 겉모습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댄스곡 위주로 이루어지는 장르의 편중문제와 함께 순위의 공정성문제, 음반발매와의 연결되는 기획사와의 유착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으며 순위프로그램으로 인해 댄스음악만이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청소년들에게 인식될 우려가 있다는 점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지만 가창력이 담보되어야하는 본격적인 라이브무대인 이러한 순수 음악프로그램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따로따로 즐기며 자신의 음악만을 고집하도록 유도하는 현재의 편성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의 순수 음악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 SBS는 청소년용 방송국 ?


 음악프로그램을 모니터하기 위해 각 방송사별로 모두 살펴보았으나 아쉽게도 중, 장년층을 배려한 음악프로그램이 SBS에는 하나도 없다. 이는 공중파로서의 다양함을 무시하고 지나친 상업성을 드러내는 SBS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민영방송이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거나 굳이 시청률과 광고의 연관 관계를 들먹일지도 모르지만 공중파로서 방송의 공익성은 상업방송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흔히 TV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중학생의 눈 높이에 맞추면 된다고 하는데 그에 충실한 나머지 전체 프로그램을 청소년용으로만 기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SBS가 오락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의 몇 분의 일만이라도 방송매체가 지녀야할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렇게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는 일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Ⅳ. 결론 및 제언


1. 대중문화와 TV의 역할 - 음악은 길들여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적응하는 일정기간의 시간과 노력이 주어진다면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그 대상에 젖어들게 하는 적응력이 생기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그를 넘어서 만성이 되게 하고 점차 좋아지게 만들게도 된다. 이러한 것을 생각해 볼 때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은 더욱 그러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중반 서태지의 출현으로 혼란스러워하던 기성세대의 귀에 시끄러운 댄스곡들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제는 별 무리 없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앞장서서 그러한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고 보여준 TV의 음악프로그램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가족 문화의 붕괴에 가장 앞장선 것이 TV라는 것을 주장하는 여러 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재의 연령별로 세분화된 여러 프로그램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열린 음악회>가 처음 방송될 때는 큰 반향을 얻기도 하였고 이름처럼 가족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간이긴 하지만 이제는 가족 모두를 한데 모으기에는 역부족인 것을 느낀다.  


 음악은 모든 연령이 서로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코드이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따로따로 즐기며 자신의 음악만을 고집하도록 유도하는 현재의 편성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방송사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프로그램으로 가족을 한자리에 모으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주요시간대의 음악프로그램이 모두 댄스곡이나 비디오형 위주의 음악만을 고집하고 음악의 본래 기능인 오디오적인 요소는 간과해버린다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의 음악적 성취를 함께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TV가 앞장서서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들어 가는 장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음악은 길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새로운 형식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최근 댄스곡 일색의 볼거리만을 제공하고 있는 순위 발표 위주의 프로그램의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순위프로그램은 노래보다는 외모와 춤, 의상 등의 겉모습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댄스곡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몇몇 인기 그룹이나 가수들을 이용한 시청률 경쟁과 방송 제작자들과 기획사와의 연결고리, 음반사와의 유착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순위의 공정성여부 등의 여러 문제점으로 인한 순위프로그램의 폐지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만약 기왕의 순위 프로그램을 존속시켜야 한다면 순위 발표의 영역을 대중가요의 전 장르로 넓혀 트롯, 발라드, 댄스, 등등의 여러 분야로 나누어 선정하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해본다. 그것이 순위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뮤지션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보다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시켜버리는 것이 현재 우리 방송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가수들에게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의 제 역할을 다 하도록 요구하고 격려하는 순수음악프로그램이 또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능력있는 가수들의 등용문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위로를 주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가창력이 담보되어야하는 본격적인 라이브무대 형식의 음악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이 대중가요와 방송의 새로운 위상 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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