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변화를 향한 용기:경실련 공천배제 명단 발표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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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4.01. 조회수 16287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특집.특권NO!민생ON!(1)]

변화를 향한 용기:경실련 공천배제 명단 발표의 파장

 

서휘원 정치입법팀 팀장

 2000년, 대한민국 정치판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선시민연대가 진행한 낙천·낙선운동이 그것이다. 412개 단체로 구성된 연대는 공천 반대자 64명을 비롯하여 다양한 이유로 총 86명의 낙선 대상자를 지목했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전개하며 59명(68.6%)의 낙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30여명의 운동 지도자가 법정에 서게 되었고, 일부는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운동을 금지하는 현행 선거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1).

 당시 정치권은 이 운동이 불법이라 지적했고, 일부 운동권은 진보 정당의 국회 진입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정치 부패와 인적 쇄신에 대한 대중의 열망 때문이었다.

 그동안 경실련은 총선시민연대과 같은 방식의 낙천·낙선운동과 거리를 두며,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을 펼쳐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경실련은 이러한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판단이 있었다. 우선, 2000년 이후 공직선거법상 독소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이 있었다. 2016총선넷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사건을 계기로, 낙천낙선운동을 규제하던 독소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및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2).

 또한, 무책임한 21대 국회와 불투명한 공천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서였다. 21대 국회에서는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주 의혹에서부터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 그리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으로 얼룩졌다. 무책임하고 불투명한 공천으로 당선된 자질없는 21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이자 공사자로서 책무를 다하기보다는 정쟁을 일삼으며 최악의 의정활동을 했고, 경실련은 이와 같은 국회가 또 다시 구성되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은 강도 높은 도덕성 검증, 현역 의원 물갈이 등을 예고했지만, 과연 제대로 된 공천이 이뤄질지도 의문이었다.

 경실련이 공천배제 명단을 발표하기까지, 공천배제 명단을 발표하는 것에서부터 공천배제 기준에 이르기까지 내부에서 많은 논쟁과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경실련은 지난해 8월부터 현역 의원들에 대한 발의 건수 저조,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 저조, 과다 부동산 재산 보유, 과다 주식 재산 보유, 전과 경력 보유 등을 조사했고, 지난 1월 17일(수), 자질미달 현역 국회의원 34명에 대한 공천배제 명단을 발표했다. 또한, 공천배제 명단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추가적으로 자질 검증이 필요한 의원 72명에 대한 자질검증 촉구 명단도 발표했다.

 경실련의 명단 발표 이후, 명단에 속한 국회의원들로부터 많은 항의와 반박이 있었다. 또한 기준이 엄격하다는 내용에서부터, 지나친 선거개입이라는 내용까지 다양한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제도적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크다. 2022년 7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집회나 모임을 선거운동 기간에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재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는 등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과 법원 판례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경실련의 운동을 제약하는 조항들이 많다.

 경실련의 이와 같은 공천배제 명단 발표는 양대 정당의 인적 쇄신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경실련은 정치권이 말로만 공천개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공천배제 기준에 경실련 11대 공천배제 기준(△강력범, △부정부패(세금 탈루), △선거범죄, △성폭력, △불법재산 증식, △음주운전, △병역비리, △연구부정 행위, △파렴치범죄, △민생범죄, △불성실 의정활동)을 포함시킬 것, 공천배제 기준에서 예외 규정을 삭제할 것, 현역 의원 평가자료 및 공천 심사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철저한 현역 의원 검증을 통해 최소 하위 20% 이상 공천 배제할 것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실련의 낙천운동은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의 한계를 그대로 지닐 수밖에 없다. 인적 쇄신도 인적 쇄신이지만, 양대 정당에 대한 인적 쇄신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제도개선 없이는, 경실련의 낙천운동은 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선거제도 개혁 및 정치자금 제도개선 운동, 그리고 국회개혁 운동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


1) 당시 공직선거법 제87조는 기관ㆍ단체는 그 명의 또는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ㆍ반대하거나 지지ㆍ반대하는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공직선거법 제89조를 내세워 정당한 시민사회의 정치과정 참여를 호도하고 제지하려 했다.
2) 2022년 7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제90조와 제93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제103조는 단순 위헌으로 결정했다(2018헌바357, 2018헌바394). 이로써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을 입막음 해온 것은 물론 다양한 정치적 표현들을 과도하게 제약해 수많은 ‘선거사범’ 탄생의 주역이었던 독소조항이 뒤늦게나마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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