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여당은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축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를 즉시 멈춰라

정호철
발행일 2024.01.29. 조회수 20972
경제

 

정부·여당은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축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를 즉시 멈춰라

- 원하청 이중구조,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독과점 우려
- 설계·기획 단계에서 세세한 제안요청 통해 기술력 갖춘 중소기업에게 직접계약, 유지보수 포함 정당한 대가 산정해야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1월말까지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축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해주는 「공공행정 전산망 장애 대책 발표」를 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주민등록 시스템 장애(2023.11.17. 및 11.22.), △모바일신분증 서비스 장애(2023.11.24.) 등 잇단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서 1천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SW 구축(SI)사업에 대해 전문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에게 참여제한을 풀어주려는 것이다. 사전 정보화전략계획·시스템기본설계(ISP/ISMP) 단계에서부터 컨소시엄 구성의 자율성과 참여지분을 확대하여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통한 기술·품질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취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특히 대형 SOC 사업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신기술 분야의 경우 대기업의 민간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대형 공공SW 구축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줘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대중소기업간 SW원하청 이중구조, SW기술탈취, SW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또다시 수직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대형 공공SW 구축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면, 전문기술·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반복되온 행정전산망 장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대중소기업간 역할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일방향의 편향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SW 구축사업을 수주한 대기업은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본 사업 전 설계·기획사업에만 참여할 뿐, 본 사업에서 정부의 제안요청(RFP)을 받은 하청중소기업이 실질적인 SW개발·제작·납품·유지보수를 전부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대기업의 입맛에 맞게 설계·기획된 컨소시엄을 통해 구성된 대중소기업간 기술·품질경쟁은 성립조차 될 수 없고 상생협력과 대기업의 책임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국내 SW산업관계는 프로젝트 관리기업인 대기업이 수주를 받으면 SW개발사인 중소기업에게 최저가 입찰경쟁을 통해 재하청을 주는 이중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이 현재 참여하고 있는 공공SW 구축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도표1>.

 

 

즉, 공공SW 구축사업의 기술·품질은 대기업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기술직공무원의 구체적인 제안요청과 중소기업 개발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래서 대기업이 만들면 공공SW의 품질이 더 우수하고 행정전산망 장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실한 막연한 추측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대형 공공SW 구축사업에 대기업의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경우 이러한 이중구조 때문에 대기업의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간 저가 경쟁으로 고착돼 공공SW의 기술·품질이 더욱 열악해질 우려가 더 크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소프트웨어사업 계약 및 관리감독에 관한 지침」은 정부가 중소기업과 직접구매·계약토록 규율해 왔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대형 공공SW 구축사업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술직공무원과 전문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참여확대, 기술협력, 직접계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대기업의 SW시장 독과점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대형 SOC 사업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신기술 분야에서 대기업의 민간투자가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SW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부당하다. 대기업의 SW시장 독과점이 52.3% ~ 76.2%에 육박했던 지난 10여년 전(2010-2012년), 정부는 2013년부터 중소기업의 SW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공공SW 사업참여를 제한토록 하였다 (소프트웨어산업법 제48조). SW산업 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수직계열화, ▲가격담합,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너무나도 만연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방, 외교, 치안, 전력 등 국가안보에 한해 예외적으로 대기업의 공공SW 사업참여를 허용한 바 있다. 이후 예외를 계속 확대하여 2015년부터 신기술 분야의 경우, 2020년부터 민간투자형 SW사업의 경우, 그리고 2022년부터 SW 분리발주 예외사항의 경우, SW사업을 분담이행 할 경우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였다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의 사업 참여 지원에 관한 지침). 그 결과,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취지에 무색하게도 SW시장 점유율<도표2> 및 공공SW 사업 점유율<도표3>은 2016년부터 각각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확대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다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공SW 사업에 대한 매출의존도<도표4>도 2019년부터 대기업의 경우 계속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공공SW 사업의 대기업 참여를 더욱 확대한다면, 10여년 전과 같이 대기업의 SW시장 독과점이 다시 심화될 우려가 크다. 물론, 자율주행차, 차세대통신 등 일부 신기술 분야의 경우 전문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의 공공SW 사업참여와 민간투자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SW대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투자 실적은 SW중소기업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표2>.

 

   특히, 정부가 공공SW 구축사업의 사전 설계·기획 단계에서 중소기업의 SW개발 및 유지보수에 대한 정당한 대가 산정을 통해 충분한 예산지원을 하지 않고서 <도표5>, 오로지 대기업의 사업참여만을 확대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가당치 않다.
※ 공공SW의 경우 통상 1년의 무상유지보수(품질보증) 요구, 이후 유지관리단가(요율)는 8~12% 수준.

 

 

   그러므로 정부·여당은 공공SW 구축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해주려는 방침을 즉시 멈춰라. 공공SW 구축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혁신 중소벤처기업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전문성을 갖춘 기술직공무원으로 하여금 행정전산망 등 공공SW 구축사업의 사전 ISP/ISMP 단계에서 세세한 RFP를 통한 SW개발 및 유지보수에 대한 정당한 대가 산정과 충분한 예산지원을 통해 전문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참여확대, 기술협력, 직접계약을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의 참여를 반대하는 SW개발자들의 거센 비판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024년 1월 2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의: 경제정책팀 02-3673-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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