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으로 접근성 제고하라

관리자
발행일 2011.07.14. 조회수 1644
사회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재분류를 위한 지난 3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한 검토결과 보류를 결정했다. 경실련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는 우리나라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낙태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음을 지적하고 안전한 낙태정책으로의 전환과 낙태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난달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낙태시술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분류 타당성 의견에도 약리적인 판단에 의한 의약품의 안전성 문제나 일반약 기준의 부적합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재분류 외적 요인에 의해 보류를 결정했다. 경실련은 복지부의 안일한 인식과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문제를 단순한 의약품 재분류 대상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을 줄이는 낙태예방의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낙태에 대한 인식전환과 낙태예방을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지금까지 여성의 건강측면보다 윤리적, 법적 측면에서 금기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상에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조차 적용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다. 더욱이 100% 완벽한 피임방법이 없고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임신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규제일변도의 정책은 낙태를 더욱 음성적으로 내몰고 낙태비용에 위험비용까지 부과되어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거나 무면허시술 등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의 경우 이중 부담이 가중되어 고통을 감수하거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어 실효성 없고 사문화되어 있는 현행법과 낙태규제정책을 전환하여 근본적으로 낙태를 비범죄화 하는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2. 사후응급피임약은 낙태약이 아니라 피임약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낙태를 바라보는 우리사회 각계의 시각이 서로 달라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여성의 건강 측면에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그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낙태예방 수단이자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통해 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재 사후응급피임약은 그 사용이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을 필요치 않음에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구매가 가능하여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사후응급피임약을 최대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응급피임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24시간 이내 복용 시 95% 이상 임신을 막을 수 있어 가급적 12시간 이내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즉 가급적 빨리 복용할수록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이 시기를 놓치면 낙태수술을 하거나 수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더 큰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사후응급피임약은 의사의 진단보다는 소비자의 빠른 판단으로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 재분류 회의에서도 사후응급피임약의 부작용 보고가 5년 동안 단 3건으로 미미하다는 점과 응급시에만 사용하는 피임제를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것은 응급의 의미에도 부합하지 않고 외국의 분류를 고려할 때도 일반약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식약청의 검토의견이 제시됐다. 사후응급피임약은 원하지 않는 임신과 보호되지 않은 성관계후 72시간 이내에 효용성이 있을 뿐 피임 이외 다른 기능을 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3.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피임은 여성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을 갖는 주체로서 권리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낙태예방 방안으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사후응급피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일부 연령제한(미국의 경우 17세 이상, 캐나다의 경우 연령제한 없음)을 두고 있다. 2008년 유럽연합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권을 부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결의문은 낙태금지는 낙태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지 않고, 대부분 비밀리에 행해지는 낙태로 이어져 여성에게 더 많은 정신적 외상을 일으켜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안전한 낙태’를 위한 지원 및 접근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결의하였다.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는 불가피한 낙태의 상황에서 여성의 선택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4. 안전한 낙태에 대한 지원과 함께 다각도의 예방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낙태예방을 위한 피임 관련 정책개발과 실제적인 피임교육 및 피임 접근성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피임도구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정보제공과 이용접근성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사후응급피임약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사후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사후응급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 및 반복 사용시 효과가 감소된다는 등의 사전 교육, 홍보 및 약국 판매시의 약사에 의한 복약지도 등 관련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접근성 제고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5. 사후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은 낙태예방의 수단으로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10년 전 사후응급피임약의 시판에 앞선 의약품 분류 논의에서도 종교계와 산부인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일반약 판매의견이 우세했으나 전문약으로 결정됐던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의 결정이 제약사와 의사간의 리베이트 관행과 의사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하기 바란다. 이러한 과오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둘러싼 논란에서 확인된 것처럼 의약품 재분류 논의도 국민의 건강권과 선택권보다 이해당사자들의 득실에 따라 이중 잣대를 적용하며 합리적인 논의가 가로막혀서는 결코 안 될 것임을 경고한다.  


 


그간 낙태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예방적 차원의 논의조차 가로 막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후응급피임약은 피임약으로 여성의 건강 측면에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그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낙태예방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접근성의 제고를 위한 정책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한번 경실련은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재분류 논의가 낙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과 정책전환을 통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계기로 삼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끝.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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