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세미나] 600년 한양도성과 대한민국 수도 서울

관리자
발행일 2012.06.01. 조회수 2509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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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 정상으로 뻗어 있는 한양도성)

 동소문동에서 혜화동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혜화문이 위치해 있다. 지금 그곳에는 큰 도로 위에 차들이 빽빽하지만 도로 옆으로는 높은 성벽과 혜화문이 우뚝 솟아 있다. 성벽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면 조선시대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가도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울려대는 것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현실이다. 대학로 언저리에서 눈을 감으면 70~80년대 도로로 행진했을 대학생들이 떠오르다가도 눈을 뜨면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들이 스쳐지나가는 이곳은 2012년 서울이다.

 지난 5월 16일 오후 7시 경실련 강당에서 ‘한양도성 복원과 성곽도시 사업의 방향 제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도시개혁센터 릴레이세미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그 속에 담긴 역사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였다. 김세용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의 ‘from 서울성곽 to 漢陽都城(한양도성)’이라는 발제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김종헌 배재대 역사박물관장, 이건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사, 민현석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을 펼쳤다. 

백성들의 피땀이 담긴 성곽 건설

 한양도성은 1395년 수도인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계획되었고 1936년부터 도성건설을 위해 전국의 수많은 백성들이 징발되었다. 성곽이 완성된 이후에도 조선시대 내내 수많은 장정들의 피땀으로 개보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백성들의 희생으로 유지된 성곽은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훼손되었다. 멸실되었던 성곽은 1960년대에 이르러 구간별로 복원과 정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서울시는 한양도성 전 구간에 대한 원형복원 및 형상화를 골자로 한 ‘서울성곽(한양도성) 중장기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기 위한 복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서울시는 18.6km의 도성 전 구간을 완전히 이어 세계 유일의 성곽수도로 재탄생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완전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고증을 통해 진정성 있는 복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두 번째로는 전체구간을 복원하여 완전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성곽 중 일부 구간들은 거대한 도로에 의해 갈려 있거나 사유지로 이용되어 성벽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성벽 형상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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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인지문 형상화 조감도)

성곽 복원의 걸림돌과 제언

 성곽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고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한양도성은 건설되고 개보수과정을 거치면서 시대별로 각기 다른 축조방식이 사용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별 체성과 여장의 모습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건원 박사는 역사적으로 고증이나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를 통해 복원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체계적인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멸실된 성곽 위에 지어진 건물, 부동산 소유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해결과정이 남아있다. 발제자인 류성룡 교수는 서울시에서 부동산 소유권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으나 그에 따른 후속관리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외에 형상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다양한 방식의 형상화를 통해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겠지만 반드시 전 구간을 이어야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원형복원이 불가능하여 형상화를 하는 경우, 본래 역사 속의 성곽과는 차이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러한 복원은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민현석 연구위원은 형상화가 다소 불편함을 낳거나 무의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시민들이 성곽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물관 도시 vs 살아 있는 도시

 성곽복원을 위해 근대건축물의 파괴가 불가피한 경우 무엇이 우선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건원 박사는 단순히 오래된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하여 도시계획 측면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헌 관장은 전체구간 복원보다 복원이 용이한 일부구간이라도 잘 복원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욕만 앞서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 구간별로 순차적으로 복원을 진행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나은 복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만들어낸 것으로 끝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 어떠한 가치를 생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성곽복원 과정에서 주변 마을의 특성을 반영하여 구간별로 차별화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류성룡 교수는 복원과정에서 전문가 이외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성곽과 한양도성 

 안창모 교수는 한양도성에 조선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곽건축물만 문화유산으로 보는 것은 한양도성의 가치를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성곽’에서 ‘한양도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는데 ‘도성’이라는 표현은 물리적인 건축물도 의미하지만 성곽 안의 도시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를 더 넓게 이해하여 복원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한양도성이 조선시대 수도를 방어하는 성벽을 넘어 현재의 정신, 문화, 미래의 가치들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옛것에 대한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글 | 이종욱 부동산감시팀 인턴(성균관대 경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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