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실업자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0.02.10. 조회수 3578
사회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실업대책들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실업자 구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정운영과제로 삼고있는 김대중정부가 과연 현재와 같은 실업정책으로  고용안정 및 창출, 대량실업자의 구제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정부의 실업자대책은 기본방향에서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량실업사태는 일찍이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초유의 일이다. 6월 이후에 더 심각해 질 실업대란이 몰고 올 사회경제적인 파장은 심각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미 실업자들의 운동이 네가티브한 방향에서 조직될 움직인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사회적 조건은 2백만이 넘는 실업자를 감당할 조건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선진국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단시일내에 마련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뒷받침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대책의 수립과 집행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각 부처간의 사전협의가 안된 상태에서 설익은 대책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나오고 있다.


공공근로사업도 행자부, 환경부, 농림부, 산림청, 해양수산부 등이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일선 창구에서는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아 실업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 하여 공무원들의  임금을 삭감하여  추가로 재원을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어 예산의 배분과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 더구나 행자부 등 일부 부처는 오히려  자원봉사의 개념을 흐리고 있다. 행자부가 자원봉사의 개념을 바르게 이해했다면 공공근로사업을 자원봉사로 명명하기 보다 방과후 아동교육, 주민경찰  등 실제로 요구되고 있고 실효성있으며 실직자 자신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경실련은 실업문제가 전국민의 문제이며  현재의 우리의 사회적 조건으로는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또한 이같은 위기를 우리 사회의 제도 및 의식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하다는 전제아래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정부정책이 재검검되기를 적극 촉구한다. 물론 이같은 접근이 정부가 기본적으로 실업자 구제를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을 면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실업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신규 고용창출로  이루어져야 함도 전제로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실업자 대책수립에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실업자구제를  도모함에 있어서  정부의 이니시어티브로 구제정책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고 하는 전통적인 접근법에서 탈피해야 한다. 전통적 접근은 실업자구제를 위한 프로그램의 계획, 행정지원기구의 구성, 구제를 위한 지원의 모든 과정이 정부에 의해서 공급되는 접근법으로 엄청난 투자재원을 필요로 하고 그나마 그렇게 공급된 실업자 지원대책이 실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실효성있는 정책이 될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실업자지원대책의 내용이 공급자 위주로 설계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대책을 강구하게 하고 정부는 이를 도와주는 형식의 실업자  이니시어티브에 따르는  접근방법이 유효하다. 그래야 실업자에 대한 지원이 실효를 거둘 수 있으며 행정지원의 간접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따라서 실업자 지원정책은 크게 두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당장의 생계대책이 막연한 실업자들에게 생존의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업급여의 확대, 공공근로사업, 긴급급식과 긴급의료 등  실직자들의 생존대책과  관련한 사회적 제도의 수립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실업자들이 스스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에서  정부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자활조차 어려운 실업자에게는 기본적인 생존의  보장을 위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지만 자활의 능력이 충분히 있는 실업자에게는 자활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재취업을 위한 교육, (향후  진로 모색을 위한 상담 및 실업자들 상호간 토론기회 제공), 구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대, 창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실업자 자활이라는 측면에서 실업자들의 창업움직임은 적극  지원되어야 한다. 이들이  창업하는 것은 우선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 될 것이라는 점과  이를 일종의 창업운동화 한다면 새로운 국민적 에너지를 조직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업자들이 개인 혹은 2-3이의 소수가  다양한 직종으로 창업해 나간다면 이또한 고용창출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외교습, 용달, 수선, 파출부, 탁아,  행상, 고물상, 폐품수집, 노점, 사설학원, 소점포 등 영세자영업의 창업은  고용창출 효과도 크고 사회적 생산기여도도 클 것이다. 이를 위해 영업과 창업에 대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또한 실업자들의 창업프로젝트를 지도해  줄 수 있는 민간차원의 움직임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민간의 능력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이미 민간차원에서는 실직자들을 위한 공간의 마련과 성금 모금, 교육기회의 제공,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 등  다양한 방면에서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실직자 쉼터를 노동부와 연결하여 구인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거나 혹은 실업기금 모금운동에 기부금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다거나 고금리 상품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자의 일정부분을  실업기금으로 내게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민간자원의 활용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실업자돕기운동은 정부나 기업에  속한 활동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시민단체, 향우회,  종교계를 중심으로  활동이 펼쳐져야 할 성격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부처의  중복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민간의 자원과 능력을 동원하기 위하여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및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는 조직이 만들어져서 전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셋째, 실업자 구제를 위한 정부예산의 집행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각 부처의 중복된 예산 신청이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없이 이루어지는 일회적이고 전시적인  대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실업자들에게 직접 지원되기 보다  간접행정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부는 직업안정망 확충을  명분으로 고용센터신설과 인력은행확충에 5백10억원을 이미 쏟아부었고 서울, 부산 등 7개 지역에 설치돼 있는 인력은행을 이달안으로 8개소로 증설시키고 상반기중 12개소를 또 개설하여 모두 20개나 늘릴 셈이다.  또한 전국 46개 지방노동관서도 고용센터 22곳을 이달중 일제히 오픈하기  위해 별관을 마련했다. 만약에 지자체의 읍․면․동 사무실 창구에 직업상담원을 배치하고 실업자가 한번의 방문으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스톱서비스 체제를 갖춘다면 노동부이 이같은 예산은 보다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실업대책 재원조달 방안이  재조정되어야 한다.


현재 실업대책의 주된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사업과  무기명장기채권 및 IBRD차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간의  농특회계와 일반회계가  추가된 매우 기형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발행 당시부터 법적근거와 실효성이 의심되었던 무기명장기채권 발행은  즉각 유보되어야  한다. 하루 1백80억원이 판매되어야 목표액이 달성될 수  있는데 무기명장기채권은 발매 4일째까지 판매액이 2백16억7천만원에 불과해 재원마련이 극히 불확실한 상태이다.


현재 IMF고금리시대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은 금융고소득자들이다. 이미 유보된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를 신속히 부활시키고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를 통하여 실업대책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개혁과 경제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건비의 일괄삭감이나 다양한 목적세를 신설하여 실업재원을 마련하기 보다는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전문직종사자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종합토지세의 과표현실화로 토지관련 보유세의 강화, 그리고 군비축소 등을 통해 일반재정에서  실업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속철도나 경인운하, 동강댐 처럼 거액이 소요되면서도 당장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기 보다 오히려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하고 이에 배정되었던 예산을 실업자를 위한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각 경제주체는  우선 실업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실업자들을 위한 구제정책도 중요하지만 신규실업자들의 수를  최소화시키는 방안도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구조조정과정에서 각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근로시간 단축이나 인력재배치 등을 통해 해고회피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야 한다. 정부 역시 실업자를 발생시키기 않고 해고회피 노력을 최대한 기울인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관련해서 경실련은 정부당국이  건설업과 유통업분야의 행정규제를 과감히 혁파함으로써 이 분야의 민간투자가 활성화 될 수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멕켄지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같이 건설업과 유통업은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산업분야이다. 우리의 건설업과 유통업은 정부의 행정규제로 혁신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산업분야의 행정규제혁파는 추가적인 투자재원의 투입없이 민간투자를 유인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그 자체의 고용유발효과를 가질 뿐만아니라 제조업의 발전을 유도하고 첨단산업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대량실업문제 이외에도  빈부격차의 확대, 소득감소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대다수  근로계층의 생활악화, 이러한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한 사회적 병리현상의 증가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실업대책은 전국가적 과제가 되어야 하며 그 계획과 집행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현 정부의 실업대책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고 실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점들이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보며 앞으로 정부의 실업재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는지에 대한 계속적인 감시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1998.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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