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연대파업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2.02.28. 조회수 2754
사회

가스공사에 이어 철도청도 노사협상이 타결되었다. 지난 25일 함께 파 업에 들어갔다가 아직도 파업중인 발전산업 또한 빠른 시일 안에 노사합 의가 이루어짐으로써 3개 공공노조의 파업이 모두 끝나리라 예상되어 경 실련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노사간에 합의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후처리가 중요한 만큼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큰 틀에서 볼 때 우리는 이번 파업사태의 1차적 책임이 정부와 여ㆍ야 정치권에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번 파업사태의 실질적 원인인 철도ㆍ전력ㆍ가스 등의 민영화 문제가 있었음 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영화에 대한 폭 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 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영화라는 총괄적이고 추상적인 방침만을 정해 놓고 진정 국민경 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분석에 의한 민영화의 추진방안 과 부작용해소를 위한 심도 있는 대안제시가 없는 채 무조건 정치논리에 의한 무책임한 민영화구호만 외쳐온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공기업을 민 영화하면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당하고 관련 공공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 라고 주장하며 노조가 강력하게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적 합의를 마련한지 못한 채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하여 정부 의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아울러 여ㆍ야 정치권의 책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진작 민영화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음에도 여ㆍ야는 법안에 대하여 단 한 차례의 진지한 검토 없이 정쟁으로 시간을 소비하였다. 정부 차원에서 국 민적 합의 형성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면 국회에서 공청회 등을 통하여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었음에도 이런 노력을 포기하고 쟁점이 큰 법안처리를 회피해 온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 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민영화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자신들의 안 이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음을 인식하고 반성해야 한다. 지금에라 도 노조를 포함하여 학계, 시민단체 등의 관련인사가 참여하는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견 을 가진 집단과 개인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설득하면서 법안을 통과시켜 야 한다.


둘째, 우리는 노동조합도 현행법을 지키기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하기 바란다.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강제중재제도 등은 세계적 기준에 못 미치 며 위헌시비에 휘말려 있는 제도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이번에 일부 노 조는 현행법을 어기면서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 나 법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 법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는 존중하고 준법 적 행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노동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도 반드 시 필요하다. 위법 논란이 있는 행위를 하면서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하더 라도 그것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로, 정부는 이번 파업에 대하여 지혜롭게 사후처리 할 것을 요청한 다. 이번에 일부 노조가 현행법의 절차를 어기면서 파업한 것은 사실이 다. 그러나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강제중재제도는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법 조항이라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고, 오랫동안 위헌 시비에 휘말려 있 는 조항이다. 이미 '96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9인중 5인이 위헌의견 을 제시하여 비록 2/3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그 정당성이 매우 취약하다 는 것이 확인되었고, 최근에도 행정법원이 위헌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 소가 다시 심리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번 3개 노조 파업 사태 뒤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이런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여 이 법을 적용하여야 그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당 성이 약한 법을 근거로 노동자에 대하여 "불법에 대한 엄단"만을 외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법의 권위를 정부 스스로가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런 파업이 일어난 후에 대량 구속과 해고를 하고 이것이 다시 노 사갈등을 일으키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직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노사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다시 이런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적한 바 와 같이 문제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 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을 뒤처리하면서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 한 정부의 역할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함으로써 이번 파업에 대한 뒤처 리가 올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빌미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을 재차 당부 한다.


(200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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