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도입으로 왜곡된 주택시장 바로잡아야

관리자
발행일 2004.12.07. 조회수 2848
부동산


 


경실련은 12월7일 오후 2시 경실련 강당에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주택의 완공 후 공급 확대방안’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임덕호 교수(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는 “현재의 선분양제도는 건설업체의 가격과 품질 위험부담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시키는,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지적하고 “왜곡된 주택시장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면 후분양제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덕호 교수는 “물론 후분양제는 주택건설업체의 금융비용부담을 지금보다 더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체의 금융비용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단계적 후분양제 도입, 공영개발택지의 후분양제 도입, 공급자 금융활성화, 주택청약제도 유지 등의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 발언 정리>


 


[토론발제 - 임덕호 한양대 디지털 경제학부 교수 /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

참여정부 출범이후 시장원리와 기능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정책 중에서 대표적인 ‘좌파정책’ 또는 ‘반시장적 행위’의 예로 나오는 것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반시장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기준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를 옹호하는 것을 반시장적이라고 하는 위험한 발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경우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 이전에 먼저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공정한 게임룰을 지니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돈 1,000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이모저모 뜯어보고 고민 끝에 결정하는 것이 소비자의 당연한 행동양식이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어떠한가. 수억원이 넘는 상품을 구입하면서도 홍보물이나 모델하우스 하나 보고 건설업체의 선처만 기다리고 있어야 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침체기를 맞아 주택시장에서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수요공급에 의해 당연히 분양가가 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분양가를 올리는 배짱분양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정상적인 시장의 모습인가.


현재의 선분양제도에서 주택업체들은 모든 가격의 위험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미 고정된 분양가를 챙겼기 때문에 주택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공기 절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이 경우 주택 품질에 심각한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격 뿐만 아니라 품질의 위험부담마저 소비자에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해 원가연동제 도입 등 대책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단히 걱정된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에 대해 공공택지 개발한 것을 규제된 가격으로 공급하되 분양가는 원가연동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민간부문에서는 전용면적을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가격안정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감소로 인한 가격상승이 우려된다. 주택품질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5.7평 이하 아파트는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중대 평형 아파트는 고품질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주택품질의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본다.


정부는 중대 평형 아파트에 대해 경쟁입찰제를 도입하였다. 회수의 목적은 맞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선분양제도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채권입찰제를 시행할 경우 업체들이 입찰에 경쟁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채권가격이 급상승하게 되면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후분양제도의 도입없이 마련된 정부대책은 또다른 주택시장의 왜곡을 불러 일으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왜곡된 주택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후분양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흔히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주택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분양가 규제하에서의 후분양제는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분양가가 완전 자율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감소를 말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 2-3년 후의 시장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기업은 채산성이 오히려 개선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위험회피 차원에서 주택공급을 줄인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은 수익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을 선호하지 않는 업체는 공급을 줄이고 반대의 경우는 늘릴 것이다. 2-3년 후의 주택경기가 현재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업체가 많다면 후분양제도하에서도 주택공급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자금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의 선분양제도는 주택을 ‘찍어내기’식으로 공급하는 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형태이다. 하지만 수치상 주택보급률이 100% 넘은 상황에서 이러한 시장형태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소비자들도 철저히 브랜드 위주로 주택을 구입하는 등 나름대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시장형태는 맞춤 주택 등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분명히 비용, 순발력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당초 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를 주장했을 때 전제 조건은 후분양제 도입이었으나 99년 정부가 분양가 자율화를 시행하면서 정작 후분양제는 도입하지 않아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당시 후분양제가 시장원리에 맞으니 대신 분양가를 자율화해달라고 요구했던 건설업체들이 이제 와서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건설업체가 모두 파산한다는 억지만을 부리고 있다.


물론 후분양제를 지금 당장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주택건설사업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업체의 자금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5년간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옳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는 여러 법적,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분양되고 있는 공영개발택지에도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주택업체의 원할한 자금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후분양제 도입은 시기가 중요하다. 주택시장 과열 시기에는 오히려 가격만 급등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된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동향연구부 부연구위원]


 


실제 시장에서의 가격결정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하나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분양가는 선분양이나 후분양제라는 분양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지나 품질, 브랜드 등의 요소로 인해 결정된다. 선분양제도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국가에서도 선분양, 후분양 방식 중 특정하여 법제화한 나라는 없다.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경우에 선진국에서도 선분양제도를 이용한다. 선분양제도가 우리나라만의 기형적인 제도라고만 볼 수는 없다.


현재 많은 건설업체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대출을 안 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분양제를 왜 하지 않냐고 한다면 현실 시장상황에 대한 이해가 소홀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주택공급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면 서서히 주택시장도 다품종 소량생산의 체제로 가게 될것이고 청약제도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후분양방식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분양방식은 일률적으로 강제화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남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변호사]


 


후분양제도에는 찬성하나 후분양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주택시장은 시장원리로만 움직일 수 없으며 공공적인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 시장의 영역 각각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평생 하나의 집이라도 마련해 보려는 무주택세대주 등 실수요자의 입장과 재산증식을 위하여 주택을 소유하려는 수요자의 입장이 동일하게 평가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공공적인 영역에서는 분양가 규제도 유지해야 하고 주택청약제도 등 공적원리들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영역에서 나오는 문제들이 후분양을 도입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공공택지 지역에서 시장원리에 입각한 주택공급제도가 적용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고 공공적인 원리에 의한 택지공급뿐 아니라 주택공급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민간건설회사 등이 개발한 민간택지 등 공공택지 영역 이외의 주택공급제도는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입각해야 하되 투명한 주택시장의 정착을 위해서는 후분양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김혜승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실 연구위원]


 


발제문은 선분양제도의 문제점을 주로 이야기하며 후분양제로 가야한다는 내용인데 먼저 선분양제도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싶다. 즉 선분양제도는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서 건설업자와 소비자를 참여시키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후분양제 도입과 관련, 급격한 도입에는 동의할 수 없다. 건설금융이나 소비자 장기금융, 보험회사의 여건 등이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분양이 주는 시장충격은 분명히 물량감소와 주택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또한 그동안 선분양제도에 적응해온 소비자 입장에서도 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주기보다는 건설금융활성화 소비자 장기금융활성화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후분양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돈 열린우리당 의원]


 


커다란 방향은 후분양제도의 도입이 옳다고 본다. 하지만 강제화해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현재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건설금융 문제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건설업체의 높은 부채비율, 위험부담이 감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분양제든 후분양제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순기능 보다 역기능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외국에서는 용어자체가 없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분양이 가능해진 이유는 아파트 자체가 고가이고 건설시공사가 부도났을 때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건설사로부터 보증료를 받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을 나누어 내는 것을 보장한 측면이 있다.


후분양제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무리한 제도의 도입은 잘못하면 국내 건설시장의 파괴를 의미할 수 있다. 무한한 자금 동원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이 몇 개나 있겠는가? 5개도 안된다고 본다. 후분양제를 무리하게 도입을 하게 되면 현재 시공된 물량의 10분의 1도 안될 것으로 본다. 중소건설업체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겸 민생보호단장]


 


공공을 위한 택지개발이 공기업이나 지자체, 그리고 건설업체에 넘어가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참담한 현실이다.
민주노동당은 후분양제 도입을 당론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자율화를 전제로 한 후분양제 도입은 현재의 건설회사들의 분양가 부풀리기 행태에서 나타나듯이 폐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기업들의 토지 매점도 우려된다.


후분양도입과 관련하여 이야기되는 자금조달방안 보완은 공공택지 공급시 및 공급 이후 토지조성원가 공개를 통해 택지비를 감소시킴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후분양제는 지금 바로 전면 실시해야한다고 본다.


 


[발제자 답변 및 총평]


 


선진국에서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경우 선분양제도를 이용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어느나라가 우리나라와 같이 선분양을 하고 있는가? 미국의 경우 좋은 입지에 상품성이 있으면 계약금을 걸고 먼저 계약한다. 이 경우 계약금액은 총 금액의 5%이내이지 우리나라와 같이 구입금액 대부분을 먼저 내는 방식이 아니다. 굳이 따진다면 선분양이 아니라 선계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건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후분양제 도입을 시장에 맡기면 갈 수가 없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양가를 대폭 올려 배짱분양을 하는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후분양제를 실시하겠는가. 여건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은 후분양제를 반대하는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본다. 물론 제도 전환으로 단기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후분양은 소비자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선분양제도에서 소비자가 3년 동안 나눠서 돈을 내고 있는가? 후분양을 하든 선분양을 하든 장기저축을 해서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 장기저축에 대한 이자를 선분양제도에서는 건설업체가 가져가는 것이고 후분양제도서는 소비자가 가지고 가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선분양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주택보급률이 달성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물건이 나오기도 전에 돈을 줘야 하는 이러한 반시장적 행태를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여름에 쓰일 에어컨을 업체들은 겨울에 대대적으로 팔고 있다. 즉 추후에 발생할지도 모를 여러 위험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긴 것이다. 그 대신 업체들은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보상해주고 있다. 가격에 대한 위험부담, 품질에 대한 위험부담을 소비자에게 모두 떠넘기고 그것도 모자라 소비자가 애써 마련한 목돈의 이자까지 챙겨가는 지금의 주택시장은 결코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의 :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766-5628]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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