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관리자
발행일 2009.11.20. 조회수 523
칼럼

 


미래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윤석원(전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


 



지난 50여 년간의 공업 중심의 경제성장정책은 평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양적성장을 가져 왔고 국민들의 전체적인 생활수준도 과거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농업·농촌·농민은 상대적으로 쇠퇴의 길을 걸어 왔고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한국농촌은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의료, 문화기반시설 등이 낙후되어 정주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농촌거주인구 비율은 국가의 지역 간 균형발전의 마지노선이라는 20%선을 밑도는 17%선으로 떨어졌고, 한국의 농민들은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지 못한 채 상대적 빈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농업은 홍수처럼 밀려오는 외국산 농산물과의 버거운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거기에다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한 농산물시장 개방과 무역 자유화, 2014년 이후의 쌀시장 전면개방, 호당 3,000만원에 달하는 농가부채의 누적, 규모화나 전업농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85% 이상 되는 농민의 암울한 미래와 생존권 박탈은 한국 농업·농촌·농민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오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우리 시대의 고민이며 어려운 과제이다.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예컨대 농가소득안정장치를 마련하고, 농산물의 품질 및 안전성을 강화하며, 농협을 개혁하여 농산물 유통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경영체를 육성하여 경쟁력을 제고하며, 부채문제를 해결하고,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는 등 많은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납세자인 일반 국민들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시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사회 전체의 농업 농촌 농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재정립이다. 농업 농촌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정책이나 농민들의 노력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우리의 먹거리를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야하는 역할(식량안보, 식량주권, 국민건강권)이 농민만의 문제일 수 없고, 농촌이라는 지역공동체의 유지(국토의 효율적 이용)가 농민만의 문제일 수 없으며, 자연과 환경 생태 경관 그리고 전통·문화 보전(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재해방지기능)이 농민만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소위 WTO 신자유주의 체제가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를 정확하게 인식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WTO 신자유주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이념인 경쟁력지상주의와 물신주의의 천박한 자본의 논리는 사회 보편적 가치의 혼돈과 인간소외의 문제를 야기 시켰고, 이는 결국 농업부문의 시장실패에 대한 대책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하였으며,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비교역적 기능)과 식량안보 등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게 하였고, 농업용이어야 할 농지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으며,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 농민만의 문제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WTO 체제는 시장지향의 자유무역을 통해 인류의 후생을 증대시키고, 농산물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인류의 식량문제는 물론 기아와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8월 국제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WTO가 1995년 출범하고 농산물 무역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4년여가 지났지만 세계의 기아인구는 10억여 명으로 오히려 3,000만 여명이 증가하였으며 2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영양결핍상황에 빠져 있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미국, EU, 캐나다 등 소위 선진 농산물 수출국들이 주창하는 농산물 무역 자유화는 이들이 애초에 내 세웠던 명분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중적이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선진 농산물 수출국들은 자국의 농업보호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그럴 재정적 능력과 의지가 없는 대부분 후진국의 농업·농촌은 해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사회도 이를 직시하지 못하고 ‘시장과 경쟁력’만을 강조하는 '오도된 농산물 무역 자유화라는 이념'만을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들이 대려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국회·언론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의 농업·농촌·농민 문제 인식의 전환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농업·농촌’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문제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농업은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산업이며, 민족과 영원히 함께해야 할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민족의 산업’, ‘생명의 산업’이라는 적극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지도자 그룹과 국민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한국농업회생을 위한 교육대상은 농민이 아니라 우리 회 각계각층의 지도자 그룹이다. 행정관료, 국회의원, 언론인, 지식인, 기업인, 지역리더(시장 군수 등)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 자연, 농토, 생태, 자원 등의 중요성과 역사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결국 우리의 미래 농업 농촌을 위해서는 WTO가 추구하는 소위 농산물 시장 세계화와 개방화의 논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선진국 위주인지를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알아야 하고 동시에 농업 농촌을 보는 사회적 인식을 재정립하는 것이 그 어떤 정책의 나열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한 미래가 오기를 고대해 본다.


 


 


약력
전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
현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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