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조직 개편, 졸속 추진을 경계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6.06.30. 조회수 1959
사회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기존 일반 행정과 민원업무 중심으로 운영되던 지방행정조직을 주민생활지원서비스 기능 위주로 재편하는 전달체계 개편을 시행한다. 하지만 대대적 행정조직 개편과 맞물려 사회복지행정의 효율적 운영과 종합적인 통합복지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으로 주민복지를 위축시키고 형식적인 행정적 체계만 유지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주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돼있는 행정조직을 재편하면서도 정작 시행의 당사자인 지역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개소 2년 만에 사회복지사무소 폐지와 같이 현행 주민복지업무와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어 주민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1단계 사업이 진행되는 해당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의 문제로 왜곡되면서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사회안전망의 취약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복지서비스전달체계의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 서비스가 복잡한 경로를 통해 개별적으로 제공되고 다양화된 사회복지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서비스간의 단절성과 중복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의 개선을 위해 적정 인프라로서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제도 집행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경실련은 1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화할 행정조직 개편이 주민의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이에 복무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 개편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개편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 단순한 기구재편이 아닌 통합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은 시군구에 실과별로 분산되어 있는 복지, 고용, 여성․보육, 주거복지, 평생교육, 문화 등 주민생활지원서비스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하여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을 주민복지문화센터로 개편하여 기구와 인력을 통합하도록 하는 것이다. 1단계 개편사업은 오는 7월1일부터 전국 53개 자치구와 일반시의 일부 동 지역을 중심으로 전격적으로 시행하며, 2007년에는 모든 동으로, 그리고 2007년 7월에는 모든 읍면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현행 복지체계의 틀이 상당부분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기존에 추진되거나 운영 중인 복지전달체계와의 관계나 연계방안 등을 모색하는 등 통합전망에 대한 정확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상황에서 새롭게 개편되는 전달체계가 제 역할을 하게 될 지 불투명하다.


또 현재와 같이 제도나 급여의 내용이 절대적으로 부실한 상황에서 하나의 부서로 통일하는 것이 서비스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별도의 전달라인을 갖고 있는 고용부문이나 보건, 그리고 교육부문 등을 어떻게 재편할 수 있을지 역시 불분명하고 이의 현실화, 구체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분명한 것은 공적 전달체계의 문제점이 단순히 기구의 재편성과 기능 전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행정조직의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통합적 서비스 제공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모색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 중앙행정부처간의 명확한 역할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전달체계 개편은 기초단체 차원의 공적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지방이양사업에 따른 행정체계의 개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이 보다 중앙 행정부처간의 역할과 기능을 보다 명확히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사회에는 여성가족부, 노동부, 복지부, 문화관광부 등에서의 사회복지정책의 집행과 전달체계에 많은 문제점 및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집행의 효과성, 효율성 및 통합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 행정부처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보호해 주려는 관료주의의 문제를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이후 사회복지 서비스의 공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각각의 행정부처들이 타부처나 기존의 정책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실적주의 및 부처영역 확충을 무분별하게 시도하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회복지공급량이 아무리 확대되더라도 국민들의 복지체감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며, 기초단체에서의 소위 "급속한 복지환경의 변화에 따라 중앙의 각종 복지관련 정책이 일선 읍면동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집중되는 '깔대기 현상'은 계속적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면적인 공적전달체계 개편이전에 행정부처간의 유사한 기능, 법, 제도 및 기구의 연계, 조정, 통합 및 슬림화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형식적인 전달체계 개편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현행 복지업무와의 충돌, 기존 체계와의 혼선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2년전 전국적인 확대를 약속하며 사회복지사무소 개소 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사회복지사무소가 새로운 전달체계로 흡수되면서 사실상 폐지되었다. 또, 민간공공부분의 보건과 복지 분야의 협력과 연계를 위하여 출범한 지역복지협의체가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여전히 형식적인 구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법적인 구성시한을 6개월가량 넘기고야 협의체를 구성했을 뿐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협의체관련 예산배정조차 없어 실질적인 운영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각 분야 간의 연계나 공공부문과의 민관협력을 위한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역사회복지계획의 경우에도 법정의무사항이라는 이유로 모든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의 지역복지욕구의 체계적인 분석 및 논의를 거치지 않고 제한된 예산, 일정 및 인력으로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수립된 지역복지계획이 과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민생활지원 기능 강화계획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의문이다. 결국 짧은 시간 내에 국민, 학계, 관련단체 및 시민단체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체계개편이 추진됨으로써 정책의 혼선만 가중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4. 사회복지 전문성을 확보하라


 정부의 개편안에서 가장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사항은 최종소비자인 지역주민들에게 정부의 복지관련 정책이나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사회복지전문 인력의 확보이다. 또한 사회복지전문 인력들이 공공전달체계에서 일반 행정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전문직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공공행정기구내의 Safe Guard를 구축하는 것이 복지 체감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새로운 조직 개편에 따라 주민생활지원 부서에 배치될 예정인 일반 행정공무원에 대하여 업무매뉴얼을 배포하고 시행 한 달 전에 교육을 실시한다는 발상은 사회복지 전문직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비록 공적전달체계에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는 다른 관점 및 차원에서 사회복지공적부조대상자, 서비스 수혜자 및 지역주민들을 대하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지방에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타분야의 인력으로 대치하지 못하는 것처럼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인력을 짧은 교육으로 대치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따라서 복지전담공무원들은 중앙정부에서 전담하여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일정기간이상을 이수하게 하고, 시군구의 사회복지업무에 배치되는 일반 공무원들도 사회복지관련 보수교육을 일정기간 이수 후 자격증 취득 후에 제한된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사회복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전담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의 협력과 연계를 강화하라


 그동안 정부는 민간과 공공부문의 협력과 연계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공공부분이 민간부분을 이끌고 통제하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예산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지역사회내의 사회복지전달기관들에게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달을 담당하게 하거나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의 집행에서 전달까지의 모든 과정을 독점하려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예를 들어 현재 읍면동 사무소의 주민자치센터의 사회교육프로그램의 확충으로 지역사회 복지관련 기관들과의 역할중복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예산낭비 및 영역침해 등의 부정적인 현상이 가중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행 전달체계 개편안의 시행이후 더욱 더 증폭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역사회 내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 공공 혹은 민간 사회복지 관련기관들에서 전통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는 직접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공공복지행정을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시군구에서 실시하는 것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중복을 초래하고 민간기관과 공공기관과의 연계구축과 협력구축에도 커다란 장애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하여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와 민간사회복지전달체계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사업범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전달체계 개편방향은 지역사회 복지에 대한 수요와 자원파악을 통해 복지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내 공공 민간의 사회복지 자원 확충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 적시적소에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의 기초단체 공적전달체계의 개편을 무리하게 진행시키기 보다는 전달체계의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공적전달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각 계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의 개별적인 복지 체감도를 높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계층의 국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제도를 시행하고 개편하기는 쉽다. 하지만 한번 실시한 제도의 폐해와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의 낭비가 초래되는 것을 불가피한 문제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적전달체계개편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공공기관, 민간기관, 시민사회단체, 복지관련 단체, 전문가, 복지대상자 및 지역주민 등 복지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며, 각 계의 견해와 욕구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시한번 정부가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 및 복지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사회정책국 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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