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국가란 무엇인가

관리자
발행일 2022.12.02. 조회수 13425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우리들이야기(3)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국가란 무엇인가


- 새 정부가 시민들에게 보여준 ‘나쁜 시나리오’ -


가민석 사회정책국 간사


어느 변호사의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국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 나라 권력이 어디서 비롯되는가에 초점을 두고 ‘국가=국민’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달리 보자면 국가는 정치권력이자, 시민사회의 감시를 받는 기득권이기도 하다. 이 경우 사회를 이루는 3가지 주체(국가-시장-시민사회) 중 하나이며, 우리는 쉽게 정부라 이해한다.


시민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시민단체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추측하기로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혹은 바라는 국가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사는 게 힘들고 도저히 혼자 버틸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찾아가 기댈 수 있는 미지의 존재 같은 것. 유명 히어로물에서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영웅의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가 국가를 만들고, 그 주인이 국민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는 것을 보면 담고 있는 의미는 모두 통하는 것 같다.


국가의 의미를 그렇게 새기고 있던 분들이 시민단체를 찾아오게 된 건 결국 ‘배신감’을 느껴서였다. 한때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살가웠지만 정작 필요로 할 때는 외면하고 마는 배신자를 만난 분위기였다. 국가든 정부든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데, 나랏일 하는 그 사람들에게 시민들은 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까. 국가는 현재 시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가.


우리가 원한 국가는 이렇지 않았다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다. 이 XX 발언은 우리 국회에게 한 것이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나랏일 하는 이른바 ‘장’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런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국가가 나서야 할 때 모두가 발을 빼버린다면, 그들은 왜 우리를 대표하고 있는가. 최근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출범과 동시에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냈다. 우리가 원한 국가는 이렇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대통령이 과거 임금만큼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말 한마디로 세상을 뒤흔들 수도 없고 정해진 법 테두리 내에서 집행하는 게 가진 힘의 최대치라, 가끔 우리가 너무 과한 걸 바란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에 공감하는 것은, 권력을 떼어서 한자리 만들어 준 그 대표자와 앞으로도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국정운영 지지율 20%대, 국가와 시민 간 굉장히 별로인 시나리오

관계에서 나름대로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약속에 늦은 사람과 그를 기다린 사람이라는 가상의 관계를 예시로 총 4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늦은 사람은 한껏 미안함을 표하고, 동시에 기다린 사람은 섣불리 화내지 않고 양해해 주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늦은 사람은 뭐 늦을 수도 있지 하며 뻔뻔하고, 기다린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쾌한 감정만 쏟아내는 경우다. (나머지 두 경우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좋은 시나리오를 지키는 상황)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는 안 좋은 상황에서도 관계가 더 돈독해진다. 누가 더 잘했냐 잘못했느냐는 별개로, 말 한마디의 힘이자 태도가 보여주는 뉘앙스가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느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을까. 역대 최악의 지지율에도 굴하지 않고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라고 받아치는 모습은 마치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아 혼나고 나서는 되려 뭐 이리 빡빡하게 구냐고 맞서는 것처럼 보인다.


기왕이면 좋은 시나리오 한 편 보고 싶다

(누구한테 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원한 청와대 이전, 그러고 떠난 여름휴가, 외국 정상들 만나러 가서 비속어 발언, 부자에게는 세금 줄이고 취약층 복지는 감축. 올 한해 콘텐츠를 접한 시민들이 마음속에 ‘악플’을 안 쓰고 배길 수 있었을까. 새 정부가 내년에는 무얼 하겠다는 건지 비전도 볼 수 없어 앞으로도 딱히 기대되지 않는다. 어떤 모습이든, 대한민국의 좋은 시나리오 한 편 보고 싶다.


물론 서로 듣기 좋은 말 한다고 국가위기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실 대한민국이 꼭 최상의 시나리오를 쓸 필요도 없으니 버팀목으로서 국가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그뿐이다. 어디서 듣기로 시민들은 국가를 하나로 본다고 하더라. 국가든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법관이든 장관이나 공무원이든 굳이 구분하지 않고 나랏일 하는 사람들로 보게 된다는 맥락이었다. 그 ‘국가’가 문제 생겼을 때 미루지 않고 책임을 통감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우리가 원할 때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 위기를 헤쳐 나갈 돌파구 등을 누구보다 앞장서 고민해야 할 것 아닌가.


“시민편 경실련”

쓴소리하다 보니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존재 목적을 잘 지키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시민단체의 역할과 시민운동의 현장도 시대와 함께 바뀌어 적응할 게 많지만, 결국 시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세금이 아깝다’는 말버릇을 회비 내는 회원들이 갖지 않도록 끊임없이 존재 목적을 되새겨야 한다. “시민편 경실련”, 단체에서 내건 문구다. ‘시민사회일’이자 어찌 보면 ‘나랏일’일 수도 있는 활동의 당사자로서 시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성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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