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돋다] 지도에는 없는 섬, 장애도를 아시나요?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7.26. 조회수 876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4년 7,8월호][BOOK돋다]

지도에는 없는 섬, 장애도를 아시나요?

-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그리고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 팀장

 얼마 전, 국립정동극장에서 <섬:1933~2019>이라는 음악극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 작품은 1933년 소록도에 살았던 한센인들의 이야기, 1966년부터 40년간 소록도에서 봉사하며 살았던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야기, 그리고 2019년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까지 시대를 넘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극 중에 “여러분 ‘장애도’라는 섬이 있어요”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 섬은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섬, 하지만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섬,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세상 곳곳에 있는 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섬과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어준 사람들, 그 다리를 통해 그곳이 섬이 아니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 곁에 머물렀던 천사,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여러분은 ‘소록도’를 아시나요?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이곳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는 시설을 만들어 환자들을 격리 수용합니다. 당시 한센병은 치료법도 없었고, 병에 대한 이해도 없었기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들은 가족에게도 쫓겨나고, 모여서 살던 곳은 불태워지거나 심하게는 맞아 죽는 경우도 흔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치료해준다며 모은 곳이 바로 소록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삶은 비참했다고 전해집니다.

 시간이 흘러 1966년 다미안 재단의 의료팀이 소록도에 들어와서 당시로써는 수준 높은 의료 기술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마리안느와 마가렛도 이때 본격적으로 소록도에 들어오게 됩니다. 당시 국내 의료진들은 한센병의 감염을 우려해서 환자들을 대할 때 보호장비로 무장을 했고, 대화도 멀찍이 떨어져서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환자들을 치료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5년의 계약을 마친 다미안 재단은 소록도를 떠났지만,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그곳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40년을 소록도에서 봉사의 삶을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그리스도왕 시녀회 소속의 자원봉사자로 머물면서 월급도 받지 않았고, 오스트리아 등을 통해 받는 돈과 후원금을 모두 환자들을 위해서 썼습니다. 그들은 환자들의 친구였고, 은인이었고, 시간이 흘러서는 든든한 이웃의 할머니이기도 했습니다. 가족에게조차 버림받고, 어디서도 제대로 된 사람 대우를 받지 못했던 한센병 환자들에게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보여준 모습들은 어떻게 보였을까요.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집니다. 그래서 박정희 정부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언론과 세상의 관심을 대부분 거절합니다. 그저 그들이 행하는 봉사의 삶이 중요했을 뿐, 사회적으로 명성을 쌓거나 재산을 모으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청빈한 삶을 살며 보내온 40년이 흘러 2005년의 어느 날, 두 사람은 자신들이 나이가 들고 건강이 나빠져 더이상 환자들을 돕기가 어려워져 떠나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소록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조용히 섬을 떠납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떠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그제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곁에 천사들이 다녀가셨구나” 깨닫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같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합니다. 여러분은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식당에서 장애인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만약 보셨다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의 저자인 류승연 작가는 쌍둥이를 출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중에 늦게 태어난 아들이 발달장애 판정을 받게 되면서 그동안 꿈꿔왔던 미래가 무너지고, 그녀의 인생은 지금껏 상상해본 적 없는 길을 가게 됩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겪은 성장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람들에게 전하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다시 앞서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에서 장애인을 보면 피합니다. 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갑자기 나를 공격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할까 라는 고민을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얼마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를 포함한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이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드라마에는 너무 좋은 사람들만 나온다고 말했던 내용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에 정말 그런 좋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들도, 그들의 가족들도 장애도를 벗어나서 세상과 연결된 다리를 오가면서 그곳이 섬이라는 것을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왜 그래야 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인의 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야겠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64만명입니다. 이미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아마 인구의 10% 이상은 장애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알아가는 일일 뿐입니다.

 이제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길을 걷다가, 혹은 지하철에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어쩌면 세상이 새롭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마리안느와 마가렛 같은 위대한 삶을 살진 못하더라도, 장애인들과 세상을 잇는 다리의 한 조각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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