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의 비전(경실련 비전)

관리자
발행일 2009.11.17. 조회수 459
칼럼

 


향후 10년의 비전(경실련 비전)



강철규(경실련 공동대표)


 


<더불어 함께 즐겁게 사는 사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더불어 함께 즐겁게 사는 사회”이다.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사회는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유의지에 따라 필요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즐겁게 열심히 일하는 사회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모든 개인이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중심의 사회이어야 하며,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고 경제적 필요가 충족되는 사회이어야 한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 중심의 사회, 그리고 다양한 개인들의 선택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되 타협이 이루어지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 그리고 이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풍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제성장지상주의를 이상으로 하지 않는다. 경제적 풍요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는 말이다. 경제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선택의 자유, 그리고 일한 만큼 보상받도록 하는 사회 제도가 중요한 것이다. 신체, 재산, 사상 등과 관련하여 개인적 자유가 제약받는다면 아무리 경제적 부가 증가하더라도 그것은 행복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행복이란 경제적 부가 최고에 달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자유가 보장되고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살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불어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환경, 질서, 신뢰, 규칙, 계약, 보건, 교육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다. 사적 이익을 위해 사회적 가치가 손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당하게 일하고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의 증대는 중요하다. 인간의 삶과 자유로운 선택을 위해서는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 수요와 스포츠, 레저, 여행, 예술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수요를 충족하는 최소한의 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유로운 선택 자체가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경제적 부의 증대는 개인의 자유 신장을 위해서 앞으로도 우리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필수적인 목표 중 하나이다.


 부의 증대를 위해 무엇을,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가능하면 높은 성장률을 이룩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형태든 성장률만 높이면 된다는 성장목표 지상주의는 바라는 바가 아니다. 미국의 금융자본이 세계를 대상으로 ‘정보선점자’로써 부가가치를 창조함이 없이 부를 축적해온 것이나 지대추구나 부정부패 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배격한다. 경실련이 20년 전 출범당시 내세웠던 가치, 즉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일한 만큼 부를 획득해가는 것을 지향한다. 비록 성장률이 낮아도 그러한 정당한 방법과 기여한 만큼 대접받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한 경제정의의 원칙을 지키면서 부를 축적해나가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들의 협력과 노력을 얻어내 지속적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장과 정부와 시민운동의 역할, 세계화 > 
 
우선 우리사회는 시장경제제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시장경제는 인류가 고안한 경제제도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도임에는 틀림없으나 경쟁 속에서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고 그 결과 빈부격차에 따라 사회적 약자가 나타나며 경제빈부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등 시장의 실패를 자초하는 몇 가지 결함이 있다. 따라서 시장경제라 하여도 그 결함을 시정하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정당한 노력과 능력에 의해 발생한 격차가 아닐 경우, 자유 시장 경쟁을 따르더라도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 대책, 그리고 인종, 성별, 빈부, 장애 등 구조적 차이에 의한 불공정의 시정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때때로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유착하여 이러한 결함을 시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직접 및 간접 민주주의의 발달에 의하여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지만 경제 및 정치권력의 속성상 이윤추구와 권력의 장악이라는 각각의 목적함수가 맞아 떨어질 때 언제나 유착이 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모순과 시장경제의 결함을 지적하는 한편 이를 해결해야할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감시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시장을 지배하려는 경제계와 법적으로 권력 행사를 위임받은 정부가 결착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견제와 균형시스템(checks and balances system)은 지속적으로 작동하여야 한다.


  오늘날 각국의 민주주의는 국가단위의 경계 내에서 발전하고 있으나 경제는 이미 자본과 상품무역의 자유화를 통해 세계적 규모로 국경 없는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삽시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는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갈수록 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도 세계화의 확대 속에서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경제의 분업구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신속하게 발견하여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세계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세계인의 자유와 부의 확대에 기여하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 규모에서 자본과 권력이 결탁하여 자유의 억제와 부의 확대를 방해하고 세계적 규모로 빈부격차를 확대시킬 수도 있으며 세계적 규모로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국의 건전한 시민운동의 연대, 즉 시민운동의 국제화도 필요한 것이다. 경실련의 향후 노력의 하나가 될 것이다. 


 


<선진화를 위해 사회적 기술의 확충 시급>


 우리경제사회가 선진화하여 세계 속에서 중심적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시급한가? 그 중요한 부분이 사회적 자본 혹은 사회적 기술(social capital or social technology)을 확충하는 것이다. 경제성장 혹은 발전을 이룩하는 것은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의 축적에 좌우된다는 것이 전통적 이론이었으나 선진경제로 발전할수록 요소축적이외에 기술과 효율성에 의한 생산성의 향상이 중요해진다. 이 중에서도 통상 기술로 알려진 물리적 기술발전이외에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회적 기술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 제도와 조직, 그리고 그 운영으로 구성되는 사회적 기술은 사회구성원의 생산적 창조적 에너지를 모음으로써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물리적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회 제도를 맨 처음 도입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최초로 일어난 것이라든가 법치가 잘 이루어진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에 비해 성장률이 5~6배 높다는 연구결과 등에서 보듯이 사회적 기술이 생산성 증대에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기술은 민주화를 통하여 발전하고 때로는 민주화운동으로 쟁취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기술은 법치의 확산,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부패의 척결, 모든 정보의 공시와 공유, 규제의 완화 등 경제자유도의 증가, 특정집단에 의한 경제력의 독점이나 정경유착으로부터의 해방, 언론의 자유와 비당파성 등이다. 또한 사회적 능력을 동원하여 생산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토론과 타협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선진사회는 다양성이 확산되고 존중되는 사회이다. 진정 다양성이 많은 사회가 발전된 사회이다. 다른 의견과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하여도 그 주장과 행동이 진실하다면 공존하면서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다른 문화와 다른 일에 종사한다 하여도 각자 그 나름으로 진실한 경우 그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성을 가진 선진사회는 창의력이 풍부하며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관용과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노력은 각종 위원회나 포럼 등과 같은 공식 비공식 대화와 토론의 장에서 항상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장려하여야 하지 배제해서는 안된다. 또한 언론의 공정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특정집단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다양성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갈등을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갈등이 존재할 때 이를 조정하는 적절한 절차(due process)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의 공식적인 절차는 법절차이지만 그 이전에 사회적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많이 만들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재기능이 발전하여야 하며 갈등소지가 있는 부분에서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경실련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민운동>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여야 사회적 안정과 협력을 도출해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무이며 동시에 이를 통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실련은 이런 점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민운동 단체임을 다시한번 강조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시장의 불공정성을 해소함으로써 그리고 격차가 발생한 결과에 대한 대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한 한 불공정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하지만 일단 발생한 경우 이를 치유하는 사회복지제도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 보건 의료, 실업 등 사회적 필요가 높은 분야에서 기회를 균등히 하고 불균등해진 경우 이를 시정하는 프로그램을 신속히 마련하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약력>
전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
    경실련 상임집행 위원장
    경실련 상임집행 부위원장
    경실련 정책위원장
    경실련 조직위원장
    경실련 시민공정거래위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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