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에서 산 책] 소설에서 만나는 다크투어

시삽
발행일 2023-07-31 조회수 25976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3년 7,8월호] [혜화에서 산 책]

소설에서 만나는 다크투어


- <밤의 여행자들>, 그리고 <므레모사>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부장


여러분은 ‘다크투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다크투어는 휴양이나 관광을 위한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 1)을 말하는데요. 정확히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TV 예능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다크투어를 떠나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다크투어를 쳐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장소를 여행했다는 다크투어 후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호에는 다크투어를 다룬 두 권의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다크투어의 설계자, <밤의 여행자들>

먼저 소개할 책은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입니다. 주인공 요나는 재난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에서 상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간 헌신한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의 상사는 이 기회에 휴가를 권하며 현재 운영 중인 여행상품 중에 잘 안되는 곳을 한 번 방문해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나는 ‘무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무이는 과거 두 부족 사이의 전쟁과 학살이 있었던 곳이자, 그 현장이 싱크홀로 무너지며 ‘머리무덤’이라고 불리는 비극의 현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요나가 직접 방문한 무이는 더이상 그때의 비극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체험프로그램도 평범해서 왜 여행상품이 퇴출위기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특별한 것 없던 무이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요나는 기차에서 일행들과 떨어져 낙오하게 되면서 다시 무이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돌아온 무이는 여행할 때의 모습과는 뭔가 다릅니다. 자신이 체험했던 부족의 집도, 사람들도, 숙소도 모든 것이 그때와는 다릅니다.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달라진 무이에서 요나는 수상한 사람들은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무이의 재난여행이 예전만큼 팔리지 않자, 새로운 재난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요나는 그들의 계획에 동참하게 되면서 진짜 무이가 숨겨왔던 무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요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서 만나 보시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다크투어를 찾은 사람들, <므레모사>

이번에는 다크투어의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김초엽 작가의 <므레모사>입니다. 주인공 유안은 한쪽 다리를 잃은 무용수입니다. 의족을 하고 재활을 통해 다시 무용도 하게 되지만, 사라진 다리가 계속 있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집니다. 이후 결국 무용을 그만두고, ‘므레모사’로 가는 다크투어에 참여하게 됩니다.


므레모사가 있는 ‘이르슐’은 외부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과거 므레모사 인근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화학물질들이 유출되면서 주변 지역까지 피해가 생기게 됩니다. 결국 이르슐은 므레모사 지역을 폐쇄합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화재 이전부터 살던 이들(귀환자들)이 돌아와서 살고 있다는 괴담에 가까운 소문만이 무성합니다. 그러던 중 이르슐은 외부인에게 므레모사를 개방하겠다며 투어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이번 투어에는 유안을 포함해서 6명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동안 외부인의 방문이 없던 국가답게 이르슐은 여전히 경계가 삼엄하고 여행자들에게 적대적입니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처음 열리는 므레모사에서 소문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들떠있습니다. 그날 밤 일행인 레오는 유안에게 내일 자신들이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다음날 므레모사를 방문한 일행들은 모두 놀라게 됩니다. 폐허일 줄 알았던 공간은 여느 사람 사는 곳처럼 평범하고, 귀환자들도 소문과 다르게 좀비 같지 않고 사람들에게 무척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유안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이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들은 정말 함정에 빠진 걸까요? 유안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밤의 여행자들>과 <므레모사>는 다크투어라는 소재를 통해서 비극이 발생했던 여행지의 과거보다 더욱 비극적인 지금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비극적인 과거가 지나간 ‘무이’와 ‘므레모사’의 지금의 모습도 어딘가 닮아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비극의 현장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가짜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곳들은 이제 과거의 비극을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의 비극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비참한 현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공간들이 우리의 현실 속 어느 공간과도 무척이나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고의 현장들, 전쟁과 학살의 참혹함이 남아있는 공간들, 쓰나미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들이 지나간 장소들. 지금 우리나라에도 남아있고 혹은 멀지 않은 공간들입니다. 시간이 흘러 잊혀져 가는 비극들도 있겠지만 비극은 어딘가에서는 또 다시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에는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올해도 집중호우로 인한 많은 피해들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비극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대비해야 할 현재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이 비극적인 소설들이 그저 만들어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여름은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 비극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1)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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