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해도 일자리 없는 제자들

관리자
발행일 2010.04.01. 조회수 464
칼럼

졸업해도 일자리 없는 제자들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서울에서 그런대로 이름 있는 학교에 다니는 내 제자들의 고민은 역시 좋은 일자리 찾기에 있다. 학교 앞 선술집에서 세상은 너희들 것이라고 제법 호기를 부려가며 그들을 위로해 보지만 그 말의 허전함을 그들은 더 잘 알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과거 10년래 최고치에 달하며, 잘 알려진 대기업에 취직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 그 나마 임시직 인턴사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굳이 통계를 인용할 필요도 없는 상식에 가깝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과했고, 대학에서도 각종 학원과 해외연수를 전전했음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수없는 학생들을 보았을 때 깊은 자괴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현 정부의 대책은 무대책에 가깝다. 정권초기의 300만개 일자리 창출 구상은 현실화될 수 있는 논리성을 완전히 결여한 것이었다.


올해 들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그냥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국가고용전략회의 창설)은 그런대로 평가할 만했다. 그러나 2010년도 예산안에서 일자리 관련 예산을 감축한 것을 보면 그 조차도 영 미덥지 않다.


그나마 민주당의 뉴민주당플랜이나 시민단체(민생민주국민회의)의 일자리 창출 구상은 귀담을 만했다. ‘고용 없는 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경제의 구조 그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시장에만 맡겨선 해결 못해


교육·복지·환경과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의 확대,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중소기업의 신규고용에 대한 지원강화 등이 모두 강조된다. 필자 또한 한국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시장에만 맡겨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산업구조로 전환되어야 하며, 정부예산의 투입에 의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육성도 시급하다. 세계최장의 노동시간도 줄여야 하며, 중소기업의 중견기업화, 그리고 그 속에서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다.


예산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경제효과도 별로 증명되지 않는 5년간 100조 가까운 감세를 다시 ‘원대복귀’시키면 간단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45.7조원을 사용하면 9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 혹은 유지될 수 있다는 계산결과도 제시된 바 있었다. 4대강에 22조가 투입되는 현실에서, 만약 50만개의 안정된 일자리와 4대강개발과 바꾸라고 한다면 필자는 기꺼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찝찝하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구상’이 경제적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당 혹은 진보적 시민단체의 일자리 창출 구상이 예산 나눠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치밀한 논리와 실증과정이 필요하나 아직 그 지점까지는 못 가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기업의 혁신으로 발현될 수 있는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과연 구축가능한가? 사회서비스 분야의 노동을 확대시키는 것이 한국경제 전체의 성과를 증대시킬 것인가? 그리고 정책의 전달경로를 어떻게 효율화시킬 것인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도 많다.


노동·시민단체 배제는 잘못


제자들의 취업 문제를 걱정하며 이런 저런 자료를 뒤지다 보면 우리의 인식은 딱 2가지 지점에서 멈추어 있는 듯하다. 경제성장이 바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현 정부의 과도한 낙관주의와 ‘대안의 구상’이 경제적 효율성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반대진영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정책이 백성들에 대한 ‘흉기’로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논리적이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면 이것은 여당과 야당, 좌파와 우파의 구분을 넘어선, 한국사회의 모든 지식과 정책역량이 집결되어져야 할 대상이다. 그러한 면에서 노동단체, 시민단체를 배제하고 정부와 경제5단체, 대학교육협의회 만으로 구성시킨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애초부터 아주 잘못된 것이다.


* 이 칼럼은 내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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