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과 ‘제4의 물결’ : 매니페스토 운동을 중심으로

관리자
발행일 2009.11.18. 조회수 598
칼럼

 


시민운동과 ‘제4의 물결’ : 매니페스토 운동을 중심으로 
                           


김영래(전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내년 6월2일 광역단체장 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서울시장을 비롯한 기초자치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 교육감과 교육위원 등 풀뿌리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갈 수천 명의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가 실시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5월 실시된 제헌국회의원 선거를 필두로 그동안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원 선거 등 수십 차례에 걸쳐 선거를 실시하였으나, 시민단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많은 관심을 두었지 지방선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풀뿌리 지역조직은 생활정치의 초석


오늘날 우리는 현대사회를 ‘시민사회의 시대’ ‘NGO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지세화의 시대’ 라고 한다. 시민사회는 ‘제5의 권력’이라고 할 정도 정부기관, 언론 다음으로 우리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집단으로 성장, 발전하였다. 미국과 같은 선진사회는 시민 권력과 정치권력이 상호 갈등과 견제하면서 또한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회를 의미하며, 이를 통하여 사회가 발전되고 있다.


우리는 21세기 초에는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방적으로( Thinking Globally, Acting Locally)'하면서 세계화와 지방화를 강조하는 세방화(Glocalization) 시대를 논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방화를 뛰어넘은 지세화(Loc-balization) 시대이다 지세화 시대는 지방화(Loc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의 합성어로서 2002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 세계 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의 지방정부선언에서 발표된 표어  ‘지역 행동이 세계를 움직인다’( Local Action Moves the World)에서와 같이 지역사회가 정치사회발전의 주체가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미래학자 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현대사회는 ‘제4의 물결’ (Fourth Wave)을 준비해야 되면, 앞으로 사회변화에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가장 중요하게 역할을 하는 것을 기업 다음으로 풀뿌리 비정부조직(Grassroots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풀뿌리 조직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모임이다. 지역주민들과  삶을 같이 하면서 생활정치(Life Politics)에 주だ막?지역사회 발전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지역시민단체이며 이는 즉 풀뿌리 시민단체인 것이다. 생활정치는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의 권력정치에서 벗어나 주민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환경, 교육, 교통, 문화, 소비자 문제와 같은 시민들의 생활주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의 해결에 주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세화 시대에 있어 지방선거가 주는 의미는 대단하다. 지방선거에서 어떠한 지역 일꾼들이 선출되느냐에 따라 지역사회의 발전의 양과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즈음한 시민운동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다.


 


 


매니페스토를 통한 선거문화의 변화를 


시민운동이 과거와 같은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방식을 가지고 할 시기는 지났다. 선거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은 과거 시민사회가 행하였던 네거티브 캠페인인 낙천・낙선운동과 다른 포지티브 캠페인(Positive Campaign)으로서 선거 시 좋은 정책 제공과 수용을 통하여 살고 싶은 우리 고장 만들기 운동인 것이다.


지방자치가 발달되고 선진 선거문화가 정착된 영국에서는 이미 1830년대에 도입된 매니페스토는 한국에서는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정책선거를 치르기 위하여 처음으로 필자에 의하여 소개된 운동이다. 필자는 2004년 8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하는 중 일본선거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매니페스토가 적용되는 것을 보고 한국 선거문화의 변화를 위하여 이의 도입 필요성을 인식, 한국에 소개하였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선거 시 시민사회단체의 선거 참여의 한 형태로서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포지티브 방식으로 한국 정치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즉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하여 전개한 매니페스토 운동은 기존의 선거문화를 변화시켜 한국사회를 신뢰 있는 사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된 매니페스토 운동은 ‘참 공약 선택하기’‘갖춘 공약’‘국민과의 계약“등의 각가지 표현으로 정책선거의 화두가 되어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 후  2007년 12월19일 대통령 선거, 그리고 2008년 4월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도 적용되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필자는 특정 정당의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국회의원후보 공천신청자들의 신청서식에 ,매니페스토 방식에 의한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토록 하여 이를 공천심사에 반영하였다.


지난 제4회 지방선거 시 시민운동 차원에서 전개된 매니페스토 운동은 과거 영국이나 일본에서 전개된 매니페스토 운동과는 달리 한국형인 스마트-셀프(SMART-SELF)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운동을 전개하였다. 


SMART는 유권자와 약속하는 서약으로서 S는 구체적(Specific), M은 측정가능하며 (Measurable), A는 달성가능하며 (Achievable), R은 정책이 타당하며 (Relevant), T는 시간계획이 포함된(Timed) 정책서약서이다.  한편 SELF는 지방선거의 특색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유권자들과 함께 지속성(S:Sustainability), 자치력 강화(E:Empowerment), 지역성(L: Locality), 책임있는 후속조치(F: Following)에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의 ‘제4의 물결’ 필요


한국의 시민운동은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급속하게 발전되었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시민운동정보센터가 1997년 이후 매 3년마다 발간하는 <한국민간단체총람>’에 의하면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시민사회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하였다. 최근 발간된 <2009 한국민간단체총람>에 의하면 한국에는 2만여 개의 민간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시민운동에 대한 환경이 과거에 비하여 많이 변화되었다. 정권 자체도 과거 진보적인 정권에서 보수적인 정권으로 교체되었고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시민의식도 많이 변화되었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회원 수도 줄어들고 있으며, 또한 회비나 후원금도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한다.


시민단체 역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립적이며 비당파적 차원에서 시민의 일상생활과 연관된 삶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생활정치형 시민운동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정치투쟁보다는 생활정치형 시민운동이 전개되기 위하여 시민운동은 더욱 다양화되고 전문화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제4의 물결(Fourth Wave)을 준비하는 시민운동의 모형이 될 것이다. 이런 시민운동이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약력>
전 경실련 정치개혁분과 위원장
    경실련 조직위원장
    경실련 상임집행부위원장
    수원경실련 상임공동대표   
    경기경실련 상임공동대표
현 시민운동정보센터 이사장
    아주대학교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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