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13.12.20. 조회수 1840
사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인 단순 폭행․협박을 중형으로 가중해 처벌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부결시키거나 법안소위에서 재심의하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는 2013년 12월 18일 대한민국 환자와 국민이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우리 시민환자소비자단체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작년 12월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행위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내의 벌금을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 제12조 제2항 제1호 신설․제87조 제1항 제2호(이하, 개정안)이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수정의견으로 법안소위에서 전격 통과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수정의견은 '의료행위 중'을 '환자를 진료, 간호 또는 조산 중인 경우'로 변경하고, 의료인 뿐 아니라 진료업무에 실질적으로 종사하는 의료기사, 간호조무사(의료기관 종사자)를 보호대상에 포함”)을 포함시킨 것이다.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행위는 의사의 안정된 진료환경 보장과 환자의 안전한 진료받을 권리 보호 차원에서도 절대 용납될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입법절차상의 과정과 개정안의 내용이다.

 

우선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사특권법’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가 강력 반대하고 있고 지난 제18대 국회 때 민주당 전현희 의원과 새누리당 임두성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가 법안소위는 통과했지만 시민환자소비자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후 전현희 의원이 한번 더 발의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해 통과되지 못한 두 번의 아픈 상처가 있는 법안이다.

 

이 개정안은 의료계의 강력한 입법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계나 법조계조차도 형법 이외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에 가중처벌하는 다수의 법률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과잉입법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협박은 대부분 만취한 환자나 환자보호자 또는 조직폭력배 등 폭력성이 강한 환자나 환자보호자에 의해 발생한다. 이렇게 응급실에서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이미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 있고 이와 관련한 개정안이 재작년 발의되어 2012년 5월 4일 개정되었을 때도 시민환자소비자단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운전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협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둔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제5조의10제1항)의 입법취지와 다르지 않고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협박은 다른 응급환자들의 치료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응급실에서의 폭행협박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고 있고(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12조, 제60조 제1항 1호), 흉기를 휴대하고 폭행협박하는 경우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서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이미 가중처벌하고 있다. 즉,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또는 단체, 다중의 위력을 이용해 폭행, 협박하는 경우까지 중형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제2항, 제3조 제1항․제3항) 

 

그렇다면 이학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한사람이 본인 혼자서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고 딱 한번 진료중인 의료인에게 상처가 나지 않도록 단순한 폭행(때릴려는 제스처 등도 폭행임), 협박(심한 욕설 등도 협박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받는다.(비반의사불벌죄) 한마디로 중형이다.

 

이번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의 더 큰 문제는 입법절차상의 과정에 있다. 개정안이 작년 12월 17일 발의된 후 1년 동안 단 한번도 공식적인 간담회나 공청회도 열리지 않았고 법안소위(18일) 하루 전날인 17일 이학영 의원이 직접 5개 시민환자소비자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와  간담회를 가졌고 이 간담회에서 5개 시민환자소비자단체 모두로부터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열린 법안소위에는 이러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개최되는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은 23번째 맨 마지막 의안으로 19일 오후에 심의될 예정이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루 앞당겨 전격 심의되었고 보건복지부가 미리 준비한 수정의견이 제안되어 이것이 채택되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학영 의원실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수정의견에 대해서는 사전에 협의를 했거나 보고받은 적도 없다며 자신들도 당황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시민환자소비자단체는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1) 형법상의 폭행협박죄로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2)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에 가중처벌하는 다수의 법률이 이미 존재하고, (3)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고 형량도 과도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 타 법률과 형평에도 맞지 않고, (4) 국민정서상 ‘의사특권법’으로 인식된다.”는 이유로 분명히 반대한다.

 

진료실에서 진료중 의사의 불친절로 의사와 환자가 언성을 높이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웠다고 가정해 보면 개정안이 ‘의사특권법’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개정안에 의하면 이때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반해 환자는 이보다 형량이 3년이나 높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더구나 의사와 환자가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해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지만(반의사불벌죄) 환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비반의사불벌죄).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 의료인 이외 어떤 환자와 국민이 동의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는 사실에 우리 시민환자소비자단체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2012년 11월 15일 개정된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이 시행되어 응급실에서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지만 응급실에서의 폭행협박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보고는 없다. 만취된 환자나 폭력적인 환자에게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법’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얻어 경찰관을 상주시키거나 청원경찰이나 보완요원을 배치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이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가 강력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수정의견을 사전에 만들어 준비했고 이것을 법안소위가 전격 받아들여 통과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최근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의료계의 성난 의심을 달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환자와 국민의 의견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시민환자소비자단체는 개정안이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 예방 효과는 예측하기 어려운데 반해 의료현장에서 악용소지가 커 환자권리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고, 의사 권위주의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어 반대하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부결시키거나 법안소위로 돌려보내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치게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3년 12월 1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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