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다면평가만이 능사가 아니다.

관리자
발행일 2003.04.24. 조회수 2935
정치

  보건복지부가 국과장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희망보직 공모와 다면평가의 결과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간부가 원하는 보직을 선택하게 하는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희망보직 신청자 수가 보직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보직을 못 받는 것은 물론 산하기관으로 옮겨가거나 명예퇴직을 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사에 따라 승진, 보직이동, 퇴직을 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마련이다. 다만 이러한 결정이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수 있는 다면평가의 결과에 따라서만 정해진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인사평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면평가는 지금까지 공직사회에서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상사에 의한 일면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취지에서 국민의 정부에서 도입된 대표적인 인사제도 중의 하나다. 이 제도는 피평정자의 상사, 동료, 부하 및 민원인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짐으로써 상급자에 의한 일방평가보다는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의 측면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다면평가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도 지적한대로 업무 능력보다는 인간관계를 주로 평가하여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으며, 평가항목이 유사하여 부처별, 직급별, 직종별로 특성에 따른 다양하고 적합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평가자와 평가자간의 담합가능성, 익명을 이용한 보복성 평가, 親疎관계에 따른 관대화 경향, 기관이기주의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면평가를 보여주기식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도입, 추진한다면 많은 폐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업무를 소신껏 추진하지 못할 수 있고, 일보다는 사람관계가 우선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면평가결과를 인사권자가 편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향도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인사평가가 지배적이 된다면 결국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인사권자 및 동료, 부하들에게 눈치를 보는 무사안일행정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경실련은 공직사회의 다면평가가 모든 평가를 대체하기보다는 다양한 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상호보완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성급한 추진에 앞서 다면평가의 목적과 활용에 대한 조직내의 충분한 합의와 제도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인사관리를 위해 피평가자의 객관적인 평가자료를 수집, DB화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혈연, 지연, 학연, 정치연 등에 의한 정실 인사의 잡음을 막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도입, 추진되는 다면평가제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볼 때 이번 보건복지부의 인사평가 방식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다면평가의 긍정적인 취지는 살리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방법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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