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경제성과 왜 보이지 않나

관리자
발행일 2005.09.22. 조회수 747
칼럼


참여정부 임기 절반을 넘기면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과잉을 이루고 있다. 특히 경제운용을 잘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많다. 그동안 혁신을 위한 경제적 어젠다들이 많이 다뤄졌고, 잘한 것들도 많다. 그런데 왜 개혁과 혁신에 따른 경제적 성과들은 보이지 않고 이런 비난들만 많은 것일까?


참여정부 들어 과거정부들과는 차별화되게 혁신적인 기조변화를 일으킨 정책분야 중 하나는 중소기업정책이다. 정책기조가 혁신적으로 변화되었고, 혁신형 중소기업을 집중육성의 대상으로 선택하기도 하였다. 기조변화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데 왜 그 경제적 성과는 보이지 않고, 왜 여전히 경제전문가들로부터 비난만 받고 있는가?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혁신적인 중소기업 정책변화들이 추진되었으나, 구체적인 제도의 설계와 입법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유예기간이 설정되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분야의 오래된 숙제이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대통령의 의지에 힘입어 40여년 만에 폐지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당정협의과정에서 2년 반의 유예기간이 설정되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 혁신을 통한 경제적 성과가 나타나겠는가. 이 제도는 1999년에 폐지가 결정된 후 5년이나 유예기간을 가진 바 있는데 또 유예기간을 주었다. 그것도 대선과 총선이 있는 2007년까지. 왜 유예기간이 8년이나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예기간과 예외조항은 기득권세력의 전가의 보도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2000년부터 이미 유예기간을 주었는데 금년에 또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역시 2007년까지. 최근의 부동산 세제도 유예기간이 2007년까지이다. 과거의 출자총액제한제도도 대선 때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가 폐지한 적이 있지 않던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에 대해서도 업계는 또 2007년까지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야 어떻게 혁신주도형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모두 다 기회만 노리며 관망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혁신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나타날 리가 없지 않은가. 예외조항도 마찬가지다.


둘째, 중요한 제도변화들이 구체적인 설계과정에서 왜곡되어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무늬만 혁신인 경우가 많다.


일례로 벤처기업확인제도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2003년 초 중소기업정책 최고의결기관인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에서 폐지하기로 결정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번복되어 버렸다. 폐지결정은 물 건너가 버렸고 지금은 연장하기 위한 유사 제도를 마련 중이다. 참고로 이 제도는 벤특법 적용대상이 되는 벤처기업을 확인하는 제도이다. 벤특법은 한시법으로 2007년 종료․자동 폐지되는 바, 이 제도에 의한 확인 유효기간은 2년이어 금년에 폐지하는 것이 법정신에 부합한다. 그런데 왜 이 제도를 연장하려 하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 


또한 간접지원 및 인프라지원방식을 통해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신설한 1조원 벤처모태펀드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이 발표 직후 코스닥시장은 폭등하였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1조원 펀드의 운용위원회가, 국회심의과정에서, 수혜당사자인 벤처업계 등에 의해 구성되도록 법에 명시해 버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어이가 없다. 이것이 어떻게 간접지원방식이고 생태계조성인가. 정부와 여당이 진정 혁신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혁신적인 정책기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책이나 제도들은 아직 이러한 기조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14개 행정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234개 중소기업 세부시책의 상당부분은 아직도 여전히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과거와 다른 경제적 성과들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정책기조의 변화에 맞는 조속한 시책의 조정이 요구된다.


(이의영 군산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 이 칼럼은 9월 20일, 서울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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