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관리자
발행일 2012.06.15. 조회수 1773
사회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에 반대한다
- 응급피임약 접근성 제고와 함께 피임관련 교육과 홍보대책을 마련해야 -
 
식약청은 지난 7일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포함하여 526개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고, 오늘(15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지난해 의약품 재분류 논의 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후 의약품 재분류 기준에 따른 과학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안) 하였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원치 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여성의 건강상의 위험을 줄이는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40여 년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고 구체적 부작용 사례보고 된 바 없는 사전피임약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라는 약리적 판단근거를 이유로 사회적공감대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조치로 철회되어야 한다.


피임은 여성 스스로 선택과 책임을 가지는 권리로 인정해야 하며, 교육을 포함한 피임관련 정책의 개발과 피임약의 접근성 제고는 선후의 문제가 아닌 함께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피임약은 단순한 의약품 차원의 과학적 접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경실련은 사후피임약은 ‘응급성’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도록 일반약으로 전환하고, 사전피임약은 여성의 선택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일반약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가 더 이상 교육 등 피임관련 정책 부재의 문제를 의료인의 독점권 유지라는 방식으로 여성들에게 부담을 전가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1. 피임관련 교육과 홍보는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 제고와 병행되어야 한다.


100% 완벽한 피임방식은 없으며,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을 때,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상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의도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효과적인 피임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올바른 피임방법과 계획적인 피임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낙태예방의 실천적 수단으로서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일부 단체들은 피임교육 및 홍보 미비를 들어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피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선행된 후에 재분류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응급피임약은 일상적인 피임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닌 부득이한 상황에서 긴급성과 응급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복용시점을 놓쳤을 때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이 침해된다는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약리적으로 부작용이 매우 낮다는 점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한다.


 


2. 사후피임약은 ‘응급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사후응급피임약은 피임을 했지만 실패했을 때나 주변 상황 때문에 피임을 하지 못했을 때, 갑작스럽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게 됐을 때와 같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먹는 약이다. 사후응급피임약은 호르몬제라는 특성상 안전성이 일반 약보다 중시되는 측면이 있지만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많은 보고와 외국사례가 일반약 분류의 타당함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사후응급피임약의 경우 최대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고 12시간 이내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지나게 되면 중절수술이나 미혼모 출산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이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산부인과 접근성이 어려운 청소년과 미혼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설사 사후응급피임약 복용 후 구역, 구토 등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증상이며, 이는 복용 시기를 놓쳐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로 인한 건강상의 위해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응급약’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기위해서는 사후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3. ‘부작용 가능성’만으로 사전피임약의 선택권을 제약해서는 안된다.


사전 피임약은 40여년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이 혈전증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성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문약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피임약에 대해 우리나라의 부작용 보고사례는 없으며, 단지 외국사례에 근거한 ‘위험가능성’만을 부각하여 전문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과학적이며 합리적 재분류기준이라는 정부의 설명을 무색케 한다.



새로 개발된 사전피임약이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혈전증에 민감한 여성의 경우 그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들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첨부 자료 참조) 젊은 여성이 저용량 사전피임약(에티닐 에스트라디올 50microgram 이하)을 복용하는 경우가 임신을 하는 경우보다 혈전증의 발생이 극히 낮다. 즉 혈전증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경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약에 대해 안전성 측면이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오랫동안 사전피임약의 사용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어 왔으며, 국내 부작용 보고사례도 없으며 여러 연구에서도 사전피임약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유사한 경우로 아스피린을 예로 들수 있는데, 저용량의 아스피린은 혈전예방 및 심장보호 기능 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아스피린의 부작용은 내출혈, 속쓰림, 위장장애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에 강조되어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전피임약도 단순히 부작용의 차원이 아니라 약물의 긍정과 부적적인 측면을 함께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용을 통해 일정 정도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이라면 그 약물 사용의 편의성을 제공하여 여성의 선택권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의 의료정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의료전문인의 통제 속에서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이 침해되서는 안된다.        


 


4. 여성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함께 고려한 방안을 마련하라


응급피임약의 약국 판매 시 약국에서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서 구매하고 이용하도록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의 경우 피임도구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정보제공과 접근성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학교 보건소나 지역사회 보건소 등을 통해 연령제한에 따른 접근성의 문제를 해소하면서 사후응급피임약 비용도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사전피임약의 경우 과학적 접근의 시도는 타당하나 사회적 요구와 동의라는 측면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는 보건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접근되어야 할 부분으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의료 추가비용이 발생되며 이는 여성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형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사후응급피임약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사전피임약은 단순히 약리적 측면이 아닌 여성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약국 판매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경실련은 이번 피임약 재분류 논의를 계기로 정부가 피임관련 정책개발을 병행하는 적극적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기를 촉구한다. 끝.



[첨부.1] 사전피임약 복용에 따른 혈전증 반응 결과(2매)
[첨부.2] 응급피임약의 영향분석 자료(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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