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3.01.17. 조회수 1263

새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


  최근 시민단체들이 새정부와 하니문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여 시민운동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시한 데 이어, 시민단체와 인수위가 정책제안회의를 갖는 등의 사실보도를 통해 밀월관계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서 새정부와의 "비판적 협력과 감시라는 본연의 긴장관계" 이상의 어떤 관계도 맺을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에 권력에 대한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정부 내내 시민운동 본연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 점을 자성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중심인사들 중 상당수가 과거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이기도 했고 또 김대중 정부의 출범이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여 그동안 시민운동은 김대중 정부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개혁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여당의 주장에 상당부문 공감하고 있었다. 더욱이 김대중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시민운동과의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선언하고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였다.


  국민의 정부하의 시민운동은 정부여당이 기대만큼 개혁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러한 감시기능의 약화로 인해 시민운동은 김대중 정부의 국정실정과 인사비리, 권력형 부정부패 등의 국정 실패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김대중 정부 실패의 한 결과적 책임을 시민운동의 감시기능 결여에서 찾고 그동안 이를 自省해 왔다.


  이와 동시에 시민단체들은 김대중 정부시절, 일정부분 정부에 의해 포섭당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2의 건국운동, 민화협 등의 활동이었다. 이러한 기구들은 각각 절박한 필요에 의해 제안되었고 또 시민단체들도 워낙 뚜렷한 명분 앞에서 큰 경계심 없이 이에 호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단체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훼손되는 현상을 경험하였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주도의 독점적 민간기구가 얼마나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인가를 경험한 셈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공약의 내용을 보거나 인적구성을 볼 때 김대중 정부보다 훨씬 더 시민운동과 가까울 수 있는 정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운동이 새정부의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무비판적으로 지원할 경우 이는 노무현 정부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혁 저항세력의 목소리를 키워 또다시 실패하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는 반드시 개혁에 성공해야 한다.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어내야 하며 재벌, 언론, 사법, 교육, 행정, 보건의료 등 각 분야의 개혁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는 결코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며 본인 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개혁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개혁을 무산시킬 때, 개혁의 내용이 균형감각을 상실하거나 졸속으로 흐를 때, 혹은 정부가 국민통합을 거스르고 편가르기로 치달을 때,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부칠 때, 우리는 가차없이 이에 대한 경고와 비판의 목소리를 발하고자 한다. 이 길만이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국민의 환호 속에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노무현 정부와 "비판적 협력과 감시라는 본연의 시민운동정신"을 벗어나는 일체의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다. 공식적인 일체의 행동은 물론 비공식적인 어떠한 채널에 있어서도 경실련은 비판적 협력과 감시라는 시민운동의 正道만을 갈 것을 선언한다. 경실련은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민참여를 통한 공정한 감시라고 하는 시민운동의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정부에 협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개혁의 성취와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참여할 것이다. 또한 경실련은 정부가 시민단체를 포섭하거나 혹은 시민단체를 특권적으로 대우하는 일이 없기를 요청하고자 한다. 그것은 시민운동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운동을 죽이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권이 개혁에 성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내며, 물러날 때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정권이 되도록 시민운동 본연의 감시와 비판기능을 다할 것이다.


2003. 1. 1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종훈 신용하 김정련 오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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