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의 레진코믹스 차단에 대한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15.03.27. 조회수 2064
소비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심의는 부적절

- 정당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 없는 사이트 차단은 사이버 검열 -
- 심의기구 독립 등 근본적인 대안을 통해 절차 강화해야 -


1. 지난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청소년 접근 제한 조치 없이 음란물 게재되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온라인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를 일시 접속 차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 결여, 이용자 권익침해라는 비판이 일었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방심위는 접속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 한편, 김광진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윤리의 함양’과 같은 불확정한 개념을 근거로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관하여 행정의 자의성을 방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는 내용의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다.

2. 방심위의 자의적 심의 기준과 비민주적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국가기관이 직접 인터넷상 표현물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율능력을 무시하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우리가 보는 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더 나아가 모든 다양한 분야의 인터넷 글의 합법성을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9인의 위원이 결정한다는 것도 오늘날 다양하게 분화된 현대사회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3. 이에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이러한 이유로 방심위의 인터넷심의에 대하여 반대하며, 명확한 사실 확인 및 법률에 정한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한 채 공공기관이 게시글 삭제 또는 사이트의 일방적인 차단 조치를 한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행위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방심위 규칙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심위가 제재조치를 취하는 기준은 애매모호하다. 또한 사실 확인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에게 의견청취를 해야 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제재조치가 먼저 이루어진다면, 당사자에게 돌아갈 피해는 사후에 복구하여 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방심위가 인터넷심의를 하는데 적당하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5. 특히 방심위의 접속차단조치는 인터넷상의 표현들을 왜곡하고 표현의 자유와 시민들의 인터넷 접속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방심위는 2014년에만 13만 건의 인터넷 불법·유해 정보글을 적발하였으며, 이중 73.1%에 달하는 9만 7,095건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 중 상당수가 주관적이고 명확치 않은 기준에 근거하고 있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레진코믹스’ 사이트 차단 역시 주관적이고 성급한 판단에 의한 과도한 조치가 내려진 사례이다.

6. 우리는 방심위 위원들의 비전문성이 반복하여 드러나는 상황에서 방심위의 인터넷 심의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즉각적인 정책판단이 어렵다면 이러한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포괄적인 제재기준을 한정하여 명확히 하고, 당사자에 대한 진술 및 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후 신중하게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명확한 기준과 절차도 없이 정치적으로 행해지는 방심위의 인터넷심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우리의 인터넷을 계속 병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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