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의 새로운 도전, 상생의 길

관리자
발행일 2009.11.24. 조회수 349
칼럼

 


경실련의 새로운 도전, 상생의 길



황도수(경실련 상임집행부위원장)


 


 경실련 20주년! 우리나라 시민운동이 20주년을 맞이하였다.
 경실련 시민운동의 배경에는 1980년대 국민들의 민주항쟁이 자리 잡고 있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 1979년 12․12사태와 1980년 5․17쿠데타로 이어진 군사정권이 1988년 6월 민중항쟁으로 종말을 고할 즈음, 경실련은 정치 민주화를 넘어서 경제 민주화에 눈을 돌렸다. 당시 만연하였던 경제적 불의, 즉 부동산투기, 정경유착, 불로소득과 탈세를 공인하는 금융가명제, 극심한 소득격차, 불공정한 노사관계, 농촌과 중소기업의 피폐, 재벌로의 경제적 집중, 그로 인
한 부익부 빈익빈의 극심한 양극화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 주목하였다. 


 경실련은 대기업 등의 독점적 지배만으로는 사회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산층 서민이 함께 경제주체로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민주복지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일한만큼 대접받은 공정한 사회,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기치로 시민운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경실련의 노력은 부동산실명제, 금융실명제, 한국은행 독립 등으로 이어졌고, 이들 제도는 우리나라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1997년 IMF경제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는 경제위기 대처라는 명목으로 자산가,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거듭하였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1988년 6월 민중항쟁 당시에 마주하였던 사회상황에 다시 봉착한 느낌을 갖게 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경제회생지원자금은 ‘눈먼 돈’이 되어 정경유착 기업가에게 배분되고, 배분된 지원자금은 부동산투기로 이어지고, 풀려난 자금으로 비롯된 인플레이션은 자산가와 노동자들의 소득격차를 심화시키고, 인플레이션으로 벌어들인 자산가의 불로소득은 다시 농촌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배력 확장에 이용되고, 나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 사교육비용은 중산층 서민의 대학입시를 저해함으로써 교육에 의한 사회계층순환을 막고 있다.


 정경유착, 부동산투기, 극심한 소득격차, 불공정한 노사관계, 농촌과 중소기업의 피폐, 재벌로의 경제적 집중, 그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의 극심한 양극화의 모습은 1988년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으로 이어진 사교육 양극화를 통한 사회계층의 고착화는 예전보다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중산층 서민의 소망인 “일한만큼 대접받은 공정한 사회,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은 점점 멀어만 가고, ‘자산가와 대기업만이 대접받고 그들만이 함께하는 세상’으로 점점 굳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제 20주년 성년이 된 경실련은 어른으로서의 새로운 발기를 각오할 때라고 본다. 1989년 7월 8일 명동 YWCA강당에서 500여명의 회원과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의 기치를 들고 발기하였듯이, 이제 경실련은 다시 시민의 뜻을 모으고 힘과 지혜를 합하여, 원하는 사람은 모두가 일할 수 있고, 일한 만큼 대접받으며, 일할 수 없는 사람도 보호받는 진정한 민주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중산층 서민과 대기업․자산가가 서로의 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 자산가․대기업의 독점적 지배만으로는 결국 자산가․대기업 자신도 침체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명백한 진리를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중산층 서민이 함께 하여야만 비로소 사회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는 민주사회와 독재사회의 사회발전을 비교해 보면 자명해 진다. 18세기 근대국민국가 이후의 사회가 과거 절대왕정시대에 비하여 급속하게 발전한 이유,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구도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유에 관하여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의 차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절대왕정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군주와 귀족에 불과하였고, 공산주의사회에서는 공산당원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반하여, 민주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 모두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 특권층의 아이디어만으로 어찌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아이디어를 넘어설 수 있겠는가? 


 미시적으로 보면, 대기업․자산가들이 사회를 독점화하여 중산층 서민들을 도태시킬 경우 대기업․자산가들은 중산층 서민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경쟁(‘현재의 대내적인 도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 서민의 도태는 대기업․자산가가 발전시켜야 하는 기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을 도태시키는 것을 의미하여, 결국 외국의 다른 대기업과의 경쟁(‘미래의 대외적인 도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필리핀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의 필리핀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 우리나라보다 10여년 이상 앞서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었으나, 그 경제적 부를 몇몇 특권층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중산층 서민을 소외시킴으로써 사회계층이 귀족과 빈민층으로 심각하게 양극화되었는데, 그 이후 필리핀의 경제발전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고, 오늘날 필리핀은 세계 경쟁에서 밀려서 당시의 경제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산층 서민은 대기업․자산가들에 대하여 자유경쟁의 상대방으로서의 도전자이기도 하지만, 기업 발전에 필수적인 최고의 자산이기도 한 것이다. 중산층 서민의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대기업․자산가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IT, LCD, 백색가전의 세계 최고 기술이 모두 중산층 서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었고, 대기업․자산가들은 이들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데 능력이 있었던 것이었다.


대기업․자산가와 중산층 서민은 적대관계가 아니라 순치관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킨 아이디어를 창출해 낸 중산층 서민, 이들의 아이디어를 전 세계에 내어놓음으로써 대한민국을 세계화한 대기업․자산가들 모두가 일한만큼 대접받고,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중산층 서민과 대기업․자산가의 양극화가 아니라 상생에 길이 있다고 본다.


 



<약력>
전 경실련 공익소송위원장
   경실련 상집위원장
현 건국대 법학과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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