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저율관세할당(TRQ) 운용으로 농민 피해 우려

관리자
발행일 2023.10.05. 조회수 6679
경제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저율관세할당(TRQ) 운용으로 농민 피해 우려


- 정부의 합리적 운용 방안 필요 -


- 물가안정은 농산물 TRQ 확대로 추진해선 안 돼 -


지난 8월 31일 정부는 합동추석 민생대책에서 명절 수요에 대비한다며 주요 농축산물 공급확대 계획을 발표했는데, 양파는 “기도입된 TRQ(관세 50%) 증량 9만t 중 1만t을 9월 중 도입한다”며 “현재 전년 대비 낮은 양파 가격이 명절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하는 경우 정부 비축분 6000t을 추가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계획에 따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9월 1일 ‘2023년 양파 2차 세계무역기구(WTO) TRQ 실수요자 배정 공고’를 올리고 수입 추천서를 업체들에 발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농산물 TRQ 운용에 따른 농민 피해를 우려한다.

앞서 언급한 정부의 합동추석 민생대책 발표 날, 농민들은 모여서 ‘무차별 농산물 수입저지! 농업재해 직접보상 촉구! 농민생존권 사수! 전국농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양파의 경우 이미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는데도, TRQ 증량 물량을 모두 채우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농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 27일에는 aT의 2023년분 TRQ 쌀 구매입찰(9차) 공고도 있었다. 쌀의 경우에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운운하기에 바쁜 정부가 추가적인 쌀 수입에 나서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보이다.

양파와 쌀만이 아니다. 정부가 소비자물가안정을 빌미로 TRQ 도입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품목은 마늘, 건고추, 계란, 쇠고기, 돼지고기 등이며, 심지어 생강도 있다. 물가안정대책은 물가지수 가중치가 높은 상품에 집중해야 효과가 있다. 가중치가 0.3%도 안 되는 농산물을 대상으로 하여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무분별한 TRQ 운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TRQ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WTO체제로 전환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기존의 쿼터제도와 같은 수량제한 방식이 아닌, 시장접근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일정 물량까지는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이다. ‘해당 농산물을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이 수입관리함으로써 수입농산물이 내수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농산물 협상 합의안을 이행토록 함’이다.

그러나, TRQ 도입목적에 맞게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TRQ 물량이 풀리면, 저가 수입농산물이 시장에 유통되어 국내농산물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될 위험이 크다. 그리고 그 물량에 따른 가격하락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직접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사실상 특정 수입업체가 폭리를 취할 우려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수입시기도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큰 상황이다. 물가안정은 물가지수 가중치가 큰 상품을 대상으로 해야 정책효과가 크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물가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고, 정부의 실정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농산물의 TRQ를 확대하는 것은 농민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다.

농산물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시민들은 좋은 먹거리를 적정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농민들도 생산비를 회수하여 안정적으로 농사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농민들의 희생이 뻔히 보이는 수입의존 방식으로 물가대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TRQ증량, 할당관세는 만능이 아니다. 정부는 TRQ도입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용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10월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성명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