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TV를 말한다] ‘VJ특공대’

관리자
발행일 2004.05.07. 조회수 536
칼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 얼마 전 방송 200회 특집을 맞이하였다. VJ프로그램은 방영초기 'VJ‘(Video Journalist)라는 개념조차 낯선 상황에서 아마추어적인 거친 화면이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방송사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가 VJ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편화되었다.


 


VJ시스템은 기존의 방송국 기자, 보도국 기자, 교양다큐 PD들의 틀에 박힌 촬영과 편집, 기획구성, 소재에 대한 새로운, 대안적 의미에서 TV저널리즘의 가능성을 찾게 하였다. 무엇보다 1인 제작시스템으로 인건비와 제작비 문제를 절감하면서도 다양한 소재 발굴과 생생한 현장감으로 리얼리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방송제작 시스템이 따라잡기 힘들만큼 경쟁력을 갖게 하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런 의미에서 <병원24시>는 VJ프로그램의 효시이면서도 상당히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으며,  는 시청자들에게 VJ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프로그램으로 꼽히면서 ‘다큐멘터리=무겁고 따분한 것'이란 세간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다큐의 대중화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VJ시스템 제작은 상대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상황에서 혼자 다 결정해야 하므로 경력이 없는 VJ의 경우는 연출에 의존하여 취재대상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프로그램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소재주의의 전형"으로 다큐멘터리의 진실과 감동을 고려하기보다는 충격적 영상들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쇼크멘터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병원 24시>와 같은 프로그램은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며 기승전결 구조를 갖는데 반해, 는 사회적인 의미라든지 또는 해결방안보다는 짧은 시간에 시청자를 계속 잡아둘 수 있는 강한 그림, 이야기를 더 고려하는 듯하다. 시청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현장의 얘기를 빠른 화면으로 전개하며 깊은 성찰이나 의미 부여에 치중하기보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해 가볍고도 밀착된 접근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 4월16일에 방영한 의 '4당 4색 총선레이스' 이나 '꽃에 취하고, 맛에 반하고..' 와 같은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유세현장을 통해 담는 모습은 지지하는 사람들의 빠른 화면과 거리나 유세차량에서 특정 정치인들의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 전부이다. 단지 재미나 영상미만 치중하여 작품 깊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듯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없고 카메라워크를 생동감 있게 다룬다는 것이 워킹의 현란함으로 어지럽다는 인상을 줄뿐이다. 물론 이를 두고 의도된 카메라워킹이라 할 수도 있으나 모든 프로그램에서 동일한 기준이 반영됨으로써 대부분 주제에 대한 접근이 유사한 결과만을 낳게되는 문제가 있다.


 


‘꽃에 취하고, 맛에 반하고..'와 같이 거의 빠지지 않고 제작되는 음식, 요리관련 꼭지도 단지 시청자들에게 요리의 화려함과 먹는 장면을 통한 욕구만을 자극할 뿐이다. 이러한 문제는 편집과 나레이션 모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지난 3월26일에 방영된 ‘이상열풍 주상복합 이야기’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상복합아파트 열풍의 원인이 투기심리가 낳은 결과인지 편리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 때문인지 프로그램 내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청약과열현장, 이러한 틈새를 통해 돈벌이에 나선 사람들, 교통혼잡이나 피해주변의 상황 모두 이것이 무엇을 담기 위한 포석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오히려 편의시설이라는 명분 하에 온갖 시설을 다 갖춘 고급아파트 내부의 초호화시설을 보여주며 특정 부유층의 특권과 이를 통한 위화감을 조장하려는 것이 마치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뿐이다. 3월 26일  ‘2004, 웨딩촬영 하던 날’도 초호화 외제 스포츠카 5대, 500만원짜리 소품용 유모차 등을 동원하여 야외촬영만 400만원이 드는 웨딩촬영현장을 이색 현장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지 여전히 시청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제도권 방송은 시청자의 취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제작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나 볼거리를 주는 작품이 중요하다면 다른 한편 심오한 의미와 깊이를 지닌 작품 또한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6mm의 범람 속에서 VJ의 양적 팽창에 편승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대안적 저널리즘을 중요한 과제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다큐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빠르고 가볍고, 흥미위주의 보고싶어하는 것만 보여주는 데만 가중치를 둘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VJ프로그램이 주목받은 이유가 단순한 사실을 넘어 진실을 추구하는 다큐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라는 점과 시청자들이 VJ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그저 선정적 재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직 공고히 뿌리내리지 못한 VJ시스템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어쩌면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VJ시스템의 최대 매력은 다큐멘터리를 자기 색깔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VJ시스템이 유행처럼 전파된 데에는 저렴한 제작비, 흔들리는 영상, 파격적 소재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그런 것들은 부가적 이익일 뿐 다큐멘터리의 본질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VJ가 마치 스타처럼 떠오르면서 비디오 저널리즘이 상업성에 물들어 본연의 정신을 잃는 것은 저널리즘의 정신만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다큐멘터리 영상문법의 파격이 찬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묻어난 다큐멘터리의 진실과 감동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들의 몫으로 남겨진 과제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2004.05.06)


 


[글 : 김태현 경실련 커뮤니케이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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