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시사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3.07.31. 조회수 2178
경제

  법인세 인하와 관련하여 최근 김진표 경제 부총리는 세수전망이 좋지 않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어제(30일) 노무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법인세 문제에 대한 주무장관이며 경제수장인 부총리가 현재의 경기상황과 향후 세수전망 등을 고려해 법인세 인하가 어렵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를 뒤집어 다시 한번 국정운영의 혼선과 난맥상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시장과 해외투자자들로 하여금 다시금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인세 인하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기업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투자와 외국기업들의 투자 등 구체적인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냐 하는 점이다. 


 미래수익 전망 등 객관적인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의 투자가 곧바로 촉진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투자는 수년 전부터 계획되고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세금을 조금 감면해 준다고, 감액분이 곧바로 투자로 전환된다고 전혀 볼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인세가 경쟁국들에 비해 높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과표 1억원 이상인 경우 27%, 1억원 미만인 경우 15%로 직접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28%), 중국(30%), 일본(30%), 태국(30%)에 비하면 오히려 낮다. 물론, 홍콩(16%), 싱가포르(22%) 등 도시국가에 비하면 높긴 하지만 27%라는 최고세율에도 불구하고 각종 감면으로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23%선으로 분석되고 있어 대부분 30%대인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서도 낮은 실정이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재정수지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 27%인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연간 1조원 가량 세금이 덜 걷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세율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를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통해서 확충할지가 전제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재정수지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재정조건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고, 세수확보 방안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러한 인하방침은 더욱 재정 상황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 인하는 또한 조세 형평성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크며 현재 분배구조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법인세에서 줄어드는 세액을 근로소득세나 각종 간접세 등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공정한 질서'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의지와 달리, 법인세율 인하부담을 소득세, 소비세 감면축소를 통해 개인이 부담하는 역진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올 연말로 종료되는 온갖 과세특례에 대해 연장을 시도하는 입법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 상당분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인세 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감소는 주로 개인, 가계가 부담하는 소득세, 소비세만의 감면축소나 세율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4조5천억의 추경편성과 투자세액 공제 등의 기업투자 여건 개선 조치가 이미 취해진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적절치 않다.


  더욱더 문제인 것은 법인세 인하 논쟁은 차지하고라도 참여정부가 국정운영의 혼선과 난맥상을 계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9일 재정·세제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세부적인 추진일정을 담고 있는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 그 어디에도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만약 노 대통령의 말처럼 법인세 인하가 필요했다면 중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어야만 했다.


  또한 이 법인세 문제에 대한 주무장관이 인하가 어렵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를 다시금 뒤집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그대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경제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는 것은 대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현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기업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주체들과 외국기업들이 신뢰할만한 일관성이 있는 정책집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볼 때 법인세 인하는 적절하지 않으며, 정부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보다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문의 : 정책실 771-0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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